월별로 보는 제주의 꽃

Jeong, Buhwan
Jeju & Photography
Published in
5 min readAug 26, 2015

--

제주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사시사철 다양한 꽃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꽃을 유난히 좋아하셔서 나도 관심갖고 꽃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게 된다. 유채처럼 밭과 길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꽃도 예쁘지만, 각자의 집 앞에 만들어진 작은 정원의 꽃도 예쁘고, 길가나 수풀에 아무렇게나 핀 야생화도 예쁘다. 그래서 월별로 제주에서 흔히 만나는 꽃을 이번주 제주그라피 테마로 정했다. 사실 들에 핀 야생화가 더 예쁘게 느껴지지만, 이름 모르는 야생화는 일단 제외하고 월별로 하나씩 선택했다. 어떤 꽃은 두세달에 걸쳐서 피기 때문에 어느 달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임의로 정했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해당 월에 찍은 게 아닌 경우도 있다.

1월은 겨울이니 겨울꽃인 동백을 선정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2월에 위미리 동백군락지에서 찍었다. 첫달부터 이러면 안 돼는데…

2월은 매화로 정했다. 매화의 열매가 매실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서귀포 칠십리공원이나 휴애리공원 및 근처에 많은 매화가 펴있다. 아니면 대정의 노리매도 괜찮다. 아래 사진은 노리매에서 찍은 것이다.

3월은 유채로 정했다. 제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노란 유채일 듯하다. 유채는 파종시기에 따라서 겨울부터 볼 수가 있지만 그래서 3~4월이 절정인 듯하다. 아래 사진은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다. 산방산 주변에 1인당 1000원씩을 주면 마음대로 유채꽃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돈을 내고 찍으면 웬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같아서 산방산 주변을 샅샅이 돌아봤던 기억이 있다. 관광객들은 그런 호기는 부리지 말기를…

4월하면 그래도 벚꽃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같다. 그러니 벚꽃으로 정했다. 긴 설명은 생략한다. 아래 사진은 안개낀 날 제주대학교 교정이다.

5월 사진은 표선에 있는 라벤더로 정했다. 라벤더가 5월을 특정할 수 있는 꽃은 아니지만 5월이 되면 일부러 표선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곤하기 때문에 임의로 정했다.

6월은 한라산 철쭉이 대표적일 것같다. 도심지에서는 4~5월에도 철쭉을 볼 수 있지만, 한라산 영실의 철쭉을 빼고는 제주의 6월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

7월은 그냥 무궁화로 정했다. 광복절이 지난지도 며칠 안 됐고… 겨레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너무 무심했다. 무궁화를 겨레의 꽃이라고 말하는데, 법적으로 대한민국에 국화는 없다고 한다. 원래 7월 꽃으로 하가리 연꽃으로 할까?를 고민해봤는데, 8월인 지금도 하가리에 연꽃이 많이 피어있더라…

8월 꽃은 조금 어거지로 백일홍으로 정했다. 2~3주 전에 사진을 선별해서 작업해둔 것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몇 주 사이에 8월의 야생화를 더 많이 찍었고 이름도 알아놨는데… 어릴 때는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꽃을 백일홍으로 알고 있었는데, 백일홍과 배롱나무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었다. 백일홍의 백일동안 붉은 꽃은데, 노란색도 있고 흰색도 있고 알록달록한 색도 있고, 또 수술/암술의 모양도 다양한 꽃이다.

9월은 가을이니 대표적인 가을 꽃인 코스모스로 정했다. 그런데 제주와서 놀랐던 점은 5월에도, 6월에도, 7월에도, 그리고 8월에도 코스모스가 많이 펴있더라는 거다. 특히 지금 (8월) 녹산로에 가면 코스모스 천지다. 어릴 적부터 코스모스는 가을 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게 지식의 배신감일까?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 너무 자랑하지 말아야겠다.

10월은 그냥 메밀꽃으로 정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9월 말에 찍은 거다. 그리고 6월에도 메밀밭에는 눈이 온듯 메일꽃이 핀다. 근데 왜 10월 꽃으로 메일을 정했을까? 그냥 넘어가자.

11월은 억새로 정했다. 제주의 음산한 가을을 특정짓는 것으로 억새만한 것이 없다. 사실 10월에 억새가 피기시작하는데, 10월이 더 예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쩌면 만개해서 희어진 12월의 억새가 더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은 내 마음대로 정한 것이니 그냥 11월에는 억새로 하자.

12월에도 꽃이 핀다. 이 꽃을 보려면 조금 노력을 해야 한다. 12월 꽃으로 설화를 선택했다. 안개낀 아침에 한라산에 오르면 볼 수 있다. 겨울의 제주는 한라산 등산이 제격이다. 아래 사진은 사라오름에서 찍은 거다.

이 글이 20번째 제주그라피 글입니다. 매주 한편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는 조금 긴 주기로 글을 올릴까 합니다. 여전히 적어야할 테마가 몇 개가 더 있지만 매주 글을 적는 것도 힘이 드는 작업입니다. 사진을 더 많이 찍고 더 좋은 테마로 계속 글을 적겠습니다.

===
T: http://bahnsville.tistory.com
B: https://brunch.co.kr/@jejugrapher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