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를 가다. 삼다수목장.

Jeong, Buhwan
Jeju & Photography
Published in
6 min readMay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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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올렸던 새별오름 왕따나무/나홀로나무와 함께, 제가 제주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곳이 또 있습니다. 교래리를 거쳐서 제주도의 동쪽을 여행할 때면 가며 오며 들러서 사진을 찍는 곳입니다. 바로 삼다수목장 (또는 (구)와흘목장)입니다. 20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전에도 이곳을 지날 때면 매번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차를 정차할 장소도 찾기 어렵고,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사진이 제주를 돌아다니는 주 목적이 아니어서 굳이 내려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늘 이곳만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가졌던 장소입니다.

그러던 중 2013년 1월에는 가시리를 방문하면서 작정하고 차를 정차할 곳을 찾아서 몇 컷이라도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동안 생각없이 지나칠 때는 정차할 장소를 찾지 못했었는데, 알고 보니 여러 대의 차를 정차해둘 충분히 넓은 장소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소지섭씨가 나오는 소니CF의 배경장소라는 것도 알았고, 삼다수목장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블로그 등에도 소개됐이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에 온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제주가 나름 이국적이지만, 삼다수목장은 또 다른 의미의 이국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초원/목초지의 나무사진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블로그에 올라온 일몰 시간의 삼다수 목장에 매력을 느껴서 이후에는 일몰 무렵, 눈이 온 후, 밤 늦은 시간 등 다양한 시간에 찾아가게 됐습니다.

보통 10장 내외로 최소한의 사진만을 선별하려 노력하는데, 나홀로나무처럼 피사체가 한정된 곳이 아니라서 더 많은 사진을 찍다보니 선택한 사진 수도 좀 많아졌습니다.

2013년 1월에 처음 삼다수목장을 찍었던 사진입니다. 처음에는 사유지라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몇 컷 찍는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사진을 더 많이 찍었었어야 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맑으면서 아직 눈이 덜 녹은 풍경이 흔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수백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여러 의미에서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첫번째 사진에서 보이던 나무의 크기가 많이 커졌습니다. 이때는 더디어 목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걸 말해줍니다. 처음에는 울타리 밖에서 사진을 찍다가, 몇 번 더 방문한 후에는 울타리 안쪽을 조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렇게 몇달이 흘러서 더 깊은 안쪽까지 마음놓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사유지이고 목초를 기르는 곳이라서 함부로 출입해서 목초를 훼손하는 것은 안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입을 자제할 것입니다.

여름에는 소를 방목하는 곳입니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삼다수목장의 일몰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이곳의 매력이 맑은 대낮만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기회를 엿보다가 제주도 동쪽 어딘가를 여행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일몰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 삼다수 목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치는 멀리 보이는 한라산입니다. 그래서 흐린 날 방문했을 때는 웬지 손해를 본 느낌입니다.

이 사진을 특별히 선택한 이유는 작년 여름엔가 태풍이 지나간 후로 아래쪽으로 뻣어있는 나무가지가 부러져서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는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낮에도 한라산이 잘 보입니다.

첫 사진에서 밝혔듯이 눈덮이 삼다수목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던 것이 계속 아쉬웠는데, 1년의 기다림 끝에 설원의 삼다수목장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중산간에 위치해서 눈이 많이 쌓이기는 하지만, 눈이 하루 이틀만에 금새 녹아버려서 자칫하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다수목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나무입니다. 이미 죽어있어서 큰 바람 등에 조만간 없어질지도 모르는 나무라서 더 애정이 가는 듯합니다.

1년동안 눈오는 날을 기다렸듯이, 그 이후에는 야경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밤에 다시 운전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무섭기 때문에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표선에 라벤더 농장을 찾아서 무작정 갔다가 돌아오는 늦은 시간에 잠시 내려서 몇 컷 찍고 돌아왔습니다. 대부분 사진이 흔들려서… 그러니 다시 도전해야겠지요.

그림지가 마치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처럼 보입니다.

제주에서 눈사진과 야경사진을 찍었다면 다음으로 시도해볼 것은 안개사진입니다.

일몰시간에 카메라의 HDR 기능을 사용해봤습니다. Art Standard로 찍어서 색이 vivid하게 왜곡된 것도 있지만, 그런 왜곡이 오히려 더 매력적입니다.

첫번째 사진에 이어서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중에 하나입니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앞에 보이는 울타리가 무너져내렸습니다. 작년에 울타리를 다시 보수하고, 또 최근에는 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판까지 붙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결국 아쉬움이 묻어있는 사진들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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