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언제나 그곳에

Jeong, Buhwan
Jeju & Photography
Published in
4 min readMay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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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여러 번 밝은 것인데 제주의 동쪽을 여행하면 삼다수목장을, 서쪽을 여행하면 새별오름 왕따나무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가면서 또는 오면서 들러서 몇 컷 사진을 남기게 됩니다. 2013년도 처음 새별오름 왕따나무의 존재를 알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 지도를 다 훑어보고 여러 블로그들을 탐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았고 그렇게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에는 뒤로 보이는 새별오름과 이달봉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왕따나무 존재 그 자체만으로 좋았지만, 늘 같은 사진이라 왜 계속 와야하는가?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이 들 즈음에 전혀 새로운 왕따나무 사진을 발견했고, 이후로 특이한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찾아서 사진을 남기곤 했습니다. (정확한 위치 등에 대한 글을 차후에 브런치를 통해서 공개하겠씁니다. 참고. https://brunch.co.kr/@jejugrapher/1)

2013년도 6월 경에 처음 왕따나무의 위치를 파악해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뒤로 보이는 오른쪽 오름은 새별오름이고 왼쪽 오름은 이달봉입니다.

2013년 7월에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반차를 내고 왕따나무를 찾았습니다.

2013년 8월에도 찾았습니다. 다른 이가 먼저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늘 풍경 사진만 찍고 다니다 보니 우연히 사람이 프레임 속에 들어오면 도촬(?)이지만 어김없이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9월인가 10월인가에도 찾아왔는데 어느 듯 목축용 풀은 다 베어내고 너른 풀밭이 됐습니다. 이 날은 웨딩 촬영을 하길래 또 살짝 발을 담궜습니다.

페이스북에 새벽에 찍은 왕따나무 사진을 보고 이곳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뒤로 보이는 별 사진과 함께 한 왕따나무 사진을 꼭 찍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회사 마치고 찾아왔는데, 뒤에 골프장 리조트 불빛 때문에 별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불빛 때문에 사진을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운치를 더했습니다.

이건 11월에 찍은 것같습니다. 여전히 잎은 그대로입니다.

지난 번 야밤에 별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그래서 새벽에 일찍 깬 날 그냥 별 사진을 찍으러 왔습니다. 뒤로 별이 어렴풋이 보이기는 하지만, 조금 늦게 와서 실패했습니다. 12월 초 추운 날이었는데… 물론, 이날의 대박 경치는 다른 곳에서 건졌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왕따나무를 계속 찍아보니 야밤의 왕따나무처럼 조금 특이한 수간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겼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눈이 왔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가 매우 궁금했는데, 눈이 매일 쌓여있는 것도 아니고 또 눈오는 날은 위험해서 찾아오기 힘든데, 어쩌다보니 운좋게 사진을 찍게됐습니다.

정월대보름이 지난 후에 새별오름에서 겨우내 억새를 태우는 들불축제를 합니다. 축제 현장은 매우 분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한번도 찾아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들불축제할 때 왕따나무를 찍으면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으로 모였습니다. 동호회 사람들이 밝은 조명을 비추며 왕따나무를 찍었는데, 오히려 조명을 끈 후에 찍은 실루엣 사진이 전 더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으로 또 찍고 싶었던 순간은 안개가 짙게 꼈을 때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습니다. 늘 뒤로 새별오름과 이달봉이 지키고 있었는데, 오롯이 왕따나무에만 집중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순간도 남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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