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샌프란시스코 Day 3

Kim Jimin
Jimin's free journey
5 min readJul 20, 2018

Day 3는 힘든 시작이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6시부터 메이저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고객사 서비스가 있어서 관련 팀원들이 대기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시각으로는 새벽 2시기 때문에 오래 버티기 위해 어제저녁부터 0시 넘어서까지 계속 업데이트 전 디버깅을 하다가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코드 쓰기 말고도 운영 서버 설정이 내 몫이었다. 평소 리액트 앱 serving을 Node.js Express로 했는데 고객사 운영 서버가 기존 버전을 Nginx로 돌리고 있어서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설정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리액트 빌드 디렉터리에서 찾을 수 있는 파일은 그대로 serving, 못 찾는 경로는 /index.html 타도록 설정하니 평화로웠다.

문제는 디버깅. 고객사에서도 처음부터 무리한 일정인 걸 알고 있다. 앞서 기획도 늦게 나왔고 그에 따라 디자인도 지연되었고 웹 버전의 로직 개발을 위한 일정 자체가 짧았다. 웹 버전의 기획서는 겉으로 보이는 영역만 다루고 있기에 내부 비즈니스 로직은 iOS 버전의 Swift 코드를 참고해서 짜야 했다. 지금 수준만큼 나온 게 다행이지만 고객사에서 그걸 깊이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에겐 그들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과 그들 상사의 압박이 더 크게 다가올 뿐.

그래서 그냥 성심성의껏 팔로업을 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각으로 오전 8시. 한국은 0시. 피드백은 끊임없이 나온다. 새벽이 깊어가면서 웹 버전은 일부 스펙을 다음 주에 오픈하기로 했다. 문제는 앱. 앱 팀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잘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먼저 자기도 뭐하고 아침이나 제대로 먹자고 우버 X를 이용해 마마스에 갔다. 세상에. 3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난 그 뒤에 서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만큼 맛은 괜찮았다. 클래식 베니딕트와 오렌지 쥬스를 시켰다.

Mamas - Classic Egg Benedict

코드를 더 써야 할지 몰라서 카페를 찾아 이동하기로 했는데, 블루보틀은 갔으니 필즈를 가보고 싶었다. 30분 정도 열심히 걸었다. 웹 쪽 코드 요청이 없어서 이 글의 Day 1, 2를 필즈에서 모히토를 마시며 썼다. 앱 팀원들은 아직 요원하다. 고객사도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대다.

블루보틀과 달리 필즈는 스타벅스처럼 공용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전원 슬롯도 촘촘하다. 필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서 라떼 종류가 없다. 대신 원두가 다양한데 페이스북 저커버그도 반했다나 뭐라나. 시그니쳐 모히토는 맛이 괜찮았다. 분명한 스타일 때문인지 앤트러사이트 생각이 좀 났다.

Bay Bridge — 이담에 또 오면 모델 S를 타고 오클랜드에 가 봐야지.

뮤니 버스를 타고 돌아가서 잘까 했는데 근처가 해안가였다. 바닷가가 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슈퍼두퍼 버거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해안가를 살짝 보고(오래 볼 만한 풍경은 아니어서) 슈퍼두퍼 버거에 왔다. 치즈버거와 생맥주를 시켰다. 치즈버거가 꽤나 맛있다. 생맥주도 잠을 못 잔 나를 급격히 나른하게 만든다. 생맥주 양이 좀 되어서 천천히 마실 겸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시각으로 오후 3시가 가까워져 온다. 한국은 오전 7시가 가까워져 온다. iOS는 한 시간 정도 전에 일단락했지만 Android는 지금도 피드백 대응 중이다. 물론 고객사도 분주하다. 이 서비스는 메이저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팀원들의 수명을 조금 깎아 먹는다. 내 마음과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진다. 팀원들에게 이런 고생에 어울리는 보상이 어떤 형태로든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대표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번 메이저 업데이트가 매출을 드높여서 수익 배분에 눈에 띄는 영향이 있길 기대할 수밖에.

비즈니스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일 년에 몇 차례 이럴 때마다 인간들은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아마 내 인생에서 아웃소싱 비즈니스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사람 수명을 줄여가며 오픈한단 말인가. 똥이다.

아마 한 달 정도 뒤엔 J인지 금인지 뭔지가 우릴 또 이런 상황에 초대할 수도 있다. 그건 개다.

Android도 끝이 보이는 듯하고 일찍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페리 빌딩 — 샌프란시스코는 길이 길게 트여 있어서 파월에서도 이 페리 빌딩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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