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개발자로 취업하기

이력서 작성부터 Amazon, SAP, eBay 등 테크 기업 인터뷰 준비하기

meowpunch
meowailand
15 min readDec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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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2021년 5월에 무작정 베를린에 와서 취업준비를 한지 벌써 7개월이 됐다. 지금은 eBay Kleinanzeigen(당근 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Junior Backend Developer로 오퍼를 받았고 취업 비자를 기다리면서 글을 작성한다.

나는 베를린에 지인이 없었고 한번도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베를린에 오기 전 찾아본 독일/베를린 개발자 분들의 글과 영상(아래 참고자료 확인)이 많은 도움이 됐고, 코로나 시국에 베를린에 온 나의 취업 여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Photo by Luca Bracco on Unsplash

개요

2021년에 초에 학부를 졸업했고, 3개월 동안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한 후 바로 배우자와 함께 출국했다. 출국 전 내가 준비한 것은 LinkedIn에서 조금의 잡 서칭(Zalando, Delivery Hero 포함 3 ~ 5 기업 정도)과 초안으로 작성한 이력서가 전부였다.

여행 비자로 3개월(5월 ~ 7월) 머물렀고, 여행 비자가 끝날때 쯤 Job Seeking Visa(취업 준비 비자, 7월 ~ 1월)를 받아 지내고 있다. 취업 준비 비자는 개인적으로 외국인청에서 신청해서 받았고, 오퍼 받은 후에는 회사가 비자 처리(아마도 bluecard)를 도와주고 있다. 이제 비자 만료일이 다가오고 회사에서는 내년 3월부터 일할 수 있어서 임시 비자 발급을 도와준다고 한다. 비자에 관해서는 이미 정보가 많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여기서 디테일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총 50군데, 직군으로는 100군데 정도 지원했다. 지원했던 직군 중 아래와 같이 약 20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인터뷰는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 중 10군데에서 심층 면접을 보았고 최종적으로 Zalando와 eK 두 군데에서 오퍼를 받았다.

  • eBay Kleinanzeigen, Amazon(2), SAP, Zalando(3), N26, Freenow, Delivery Hero, TomTom, Idealo, eBay, Hella, Klarna, SumUp, Quandoo, WeFox, MBition, MOIA, Zenhome, FactoryPal, Ratepay, KNIME.

이글에서는 이력서와 잡 서칭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준비하는 팁 위주로 다룰 것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작성하려한다. 개인적인 이력에 대해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다면 LinkedIn Profile을 참고 바란다.

회사 지원하기

이력서 작성

베를린에 도착한 후 회사에 지원하기 전까지 대략 3주 동안 초안으로 작성해온 Resume을 수정하고 LinkedIn Profile과 Cover Letter를 작성했다. 잡 서칭을 하면서 정말 가고 싶은 3 ~ 5개 정도의 회사(Zalando, Delivery Hero, N26 …)를 정하고 그 회사의 구인 글을 꼼꼼하게 읽어 회사 혹은 직군의 요구사항을 Resume과 Cover Letter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아래는 Delivery Hero의 구인 글(원문)의 일부이고, 어떤 사람을 요구하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구인 글만을 확인하지 말고 맘에 드는 여러 직군의 글을 살펴보면서 공통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Delivery Hero, Junior Software Engineer 구인 글의 일부

특히 나의 경우 대부분 Junior Level로 지원했고 해외에서 왔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며 새로운 도전과 배움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다는 것을 내 구체적인 경험과 함께 Cover Letter에 녹여내려 했다.

대부분 지원을 위해서 이력서는 필수이고 Cover Letter는 선택사항이다. 나는 거의 Backend Engineer 직군에만 지원했기 때문에 여러 타입의 이력서를 작성해 두지 않았고 Cover Letter의 경우 본문은 그대로 두고 시작과 끝 부분을 수정하여 시간을 단축하려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받는 것인데, 나는 이전 회사 동료, 상사 그리고 배우자에게 피드백을 받았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에 혼자서 작성할 땐 많은 내용을 집어넣어 글 자체에 임팩트가 없었는데 여러번의 피드백과 수정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잡 서칭과 지원

나는 구인 글을 찾을 때 100% LinkedIn을 활용했지만 만약 독일어를 사용하는 locality가 강한 기업까지 염두해 둔다면 다른 사이트도 참고해야할 것이다. LinkedIn Profile을 정리해두면 가끔 리쿠르터들이 메세지를 주기도 하는데 대부분 Senior 직군에 대한 제안이라 이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 나는 빅 테크 기업에 일하고 싶어서 Amazon, SAP, eBay에 지원을 했었고 독일 기반 유니콘 스타트업에도 넣었다. 아래는 내가 관심있게 본 유니콘 스타트업들이다.

  • Zalando: fashion e-commerce (무신사, 지그재그)
  • Delivery Hero: food delivery (배민)
  • N26: digital backing (토스, 카카오뱅크)
  • Freenow: ride hailing (쏘카)
  • eBay Kleinanzeigen: second hand trading (당근마켓)
  • ImmoScout24: real estate (직방)
Delivery Hero 구인 글 헤더

Graduate, Junior 그리고 Mid Level 위주로 지원했고 그림과 같이 Senior를 괄호 안에 표기하는 등 특별한 레벨과 연차를 요구하지 않으면 무조건 다 지원했다.

또한 비자 지원이 명시돼있지 않아도 일단 제출해보는 걸 추천한다. eBay Kleinanzeigen의 구인 글(원문)의 경우도 비자 지원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현재 비자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나는 비자 지원을 안 해줘도 오퍼만 받으면 스스로 처리할 생각이 있었다. 신기했던 점은 지원한 100군데 직군 중 대부분 큰 회사에서만 연락이 왔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Graduate 혹은 Junior 직군에게 비자 지원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떨어지면 보통 6개월 이후 재지원이 가능하니 관심 있는 기업 이외의 여러 기업에 최대한 지원하여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혹여 오퍼를 받아두면 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고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정말 운이 좋아 만족하는 기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인터뷰

서류를 통과하면 대부분 인터뷰 절차는 Prescreening, Coding Challenge, Final 이렇게 총 3단계로 나뉜다. 물론 회사와 직군마다 순서가 다를 수 있고 새로운 단계가 추가될 수 있다.

Amazon Interview Process
Amazon 인터뷰 절차, 이메일 일부 캡처

아래 첫 번째 그림은 Zalando의 일반적인 인터뷰 절차이고 두 번째 그림은 실제 인터뷰를 스케줄링 하면서 Technical Talent Partner가 보내준 메일 중 일부이다. 절차를 보면 Coding Challenge 와 Final 사이에 Technical Prescreening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Zalando 일반적 인터뷰 절차
Zalando 리쿠르터에게 온 이메일 중

운 좋게도 나는 100%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고, 질문에 스크립트를 참고하면서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스크립트를 보고 대답하는 것 만으로는 Final 인터뷰까지는 갈 수 있어도 통과하기는 힘들 것이다. 처음에는 예상 질문들을 검색해 답변을 정리해 두었고, 인터뷰를 볼 때마다 회고록을 작성하여 예상 질의응답 스크립트를 보충했다.

인터뷰 단계마다 준비하는 방법이 다르고 이를 각 단계마다 자세히 다루기에는 끝이 없어, 대략적인 나의 경험을 정리해보겠다.

Prescreening

5월 말 이력서 제출 후 생각보다 빠르게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6월 2일 Zalando에서 Mid level 직군으로 첫 인터뷰가 잡혔다. 개발자 정직원이 되기 위한 채용 인터뷰는 처음이고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경험해봐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직군은 불합격했지만, 피드백을 통해 Interview Script를 보충해 나아갔다.

보통 Prescreening Interview에서는 자기 소개, 왜 이 회사 혹은 직군에 지원했는지, 왜 베를린으로 왔는지 정도가 기본적인 질문이었고 Interviewer의 전문성에 따라 질문의 종류가 달라졌다. Engineer Manager가 인터뷰를 진행한 경우 사용해본 기술 혹은 이전 직장에서의 협업에 관련하여 질문하기도 했고 그 외에는 내 장단점 혹은 이력서에 관한 내용을 물어보기도 했다.

답변은 당연히 사실과 경험을 녹여내서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STAR method(Situation, Task, Action and Result)에 따라 답변할 것을 권장하고 자신의 경험을 STAR 형식에 맞춰 최대한 많이 준비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Prescreening은 빨리 끝나면 15분만에 마치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30분 동안 진행됐다. Amazon과 SAP의 경우는 특이하게 이 단계에서 Live Coding을 했었는데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 전문은 없지만 풀이는 아래에 Github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Coding Challenge

Coding Challenge는 보통 얼마 정도의 시간을 주고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인데, 90분에서 120분 동안 알고리즘을 푸는 방식과 대략 1주일 정도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있다.

Amazon과 Zalando에서는 HackerRank 혹은 Codility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알고리즘을 풀고 제출하도록 했다. 문제는 Leetcode의 Easy, Medium 정도의 난이도로 출제됐었고 Leetcode의 Top Interview Questions을 풀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N26와 Freenow에서는 Springboot로 Backend API service를 만드는 과제가 나왔고 요구 사항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테스트 코드를 작성했다. 추가로 내가 설계했던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설명을 README.md에 잘 정리해 뒀는데 이 점을 면접관들이 좋게 봐주었다. 이렇게 수행한 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술 심층 면접에서 피드백을 받고 보충 설명을 하기도 했다.

알고리즘 문제는 일정 점수 이상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Coding Challenge의 핵심은 내가 이렇게 코드를 짠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인터뷰는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 사고방식,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본다.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중 내가 왜 이 방법을 채택했는지 스스로를 먼저 납득시키고 이를 설명하면 된다.

Final

Final Interview에는 기업과 직군마다 여러 종류의 인터뷰가 있다. 보통 2 ~ 4 세션으로 나누어 보고, 시간은 한 세션에 1시간에서 1시간 45분 정도 소요된다. 세션마다 1명에서 3명의 면접관이 들어온다.

Amazon의 경우는 Final Interview를 1시간씩 4세션으로 나누어 하루에 4차례의 인터뷰를 보았다. Amazon은 Leadership Priciples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인터뷰마다 behavior interview question을 물어보았고, 이때 나의 경험과 함께 Leadership Principles을 녹여서 말해야 한다. 보통 behavior interview question에 대답한 다음 live coding을 하며 알고리즘 문제를 풀거나 OOP에 따라 간단한 프로그램을 구현했다. 이때 풀었던 문제는 다른 회사의 문제 혹은 coding challenge에서 풀었던 문제보다 훨씬 어려웠다. 기억나는 한 문제는 leetcode의 이 문제와 아주 비슷하다.

Amazon final interview information email

Zalando의 경우도 보통 Final Interview를 4차례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세션마다 물어보는 주제가 명확하다. 보통 General Technology, System Design, Live Coding 그리고 Team Fit 가 있고, General Technology에서는 일반적 컴퓨터 과학 지식(자료구조,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등)에 대해 물어본다. System Design에서는 URL shortner와 같은 대표적인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Live Coding은 면접관과 같이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것이다.

나의 경우 Cracking the Coding Interview, 6th Edition과 Udemy의 시스템 디자인 강좌들이 많은 도움이 됐었다. 또한 구인 글의 요구 사항에 있는 지식 혹은 기술들을 익혀가면 유리할 것이다. 전문적으로 사용해보지 않아도 왜 그리고 언제 쓰는지 알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만으로 큰 어필이 될 것이다.

Final은 지식보다는 소통이 중요하다. 나는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한지 1개월만에 파이널 인터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그 이후로 5~ 6차례 파이널 인터뷰를 본 거 같다. 여러번 파이널에서 떨어졌는데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때문이었다. 결국 팀과 기업에서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팀원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보고 읽는 방식으로는 파이널을 통과할 수 없었다.

SAP final interview feedback

그렇게 몇 번의 낙방 후 11월이 됐고, 관심 있는 기업과 상관없이 당장 취업하는 게 중요해 졌다. 11월은 하루에 두 번씩 인터뷰를 볼 정도로 여러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러는 동안 영어가 많이 편해졌다. 영어를 사용하는데 압박감이 없으니 자신감이 늘었고 인터뷰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eBay Kleinanzeigen의 경우 파이널 인터뷰가 끝나고 면접에 참여했던 모든 면접관들에게 LinkedIn Connection을 요청하면서 관계를 쌓으려고 했다. 이것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알수없지만 결국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마무리

3개월 안에 취업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과 함께 충분한 준비를 하지못하고 왔고 덕분에 쫄깃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인터뷰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반드시 베를린에서 취업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나와 배우자는 굳이 한국에 머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베를린에 왔다.

베를린에 와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허들은 Junior 직군, 영어(독일어는 물론 아예 못함) 그리고 독일에서의 집구하기, 거주지 등록(Anmeldung), 취업 준비 비자 처리였다. 이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없이 이루어지긴 힘들지만 좀 더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싶다면, 아래의 사항을 고려하면 좋겠다.

  • 개발자로서 3년 이상의 경력,
    대부분의 기업은 3년 이상을 요구하고 Junior와 Graduate 구인은 드물다. 특히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에서 주니어를 뽑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 영어(+ 독일어),
    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에만 지원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교과 과정에만 충실한 사람이었고, 첫 인터뷰때는 거의 한마디를 제대로 못했다.
  • 집, 비자 등
    숙소와 비자 관련 서류는 배우자가 많이 도와줬는데, 한국에서 준비를 많이 못해 고생을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생활 하면서 거주지 등록(Anmeldung)을 할 수 있는 집을 찾았고 비자 관련 서류(번역 공증 등)는 돈을 들여 한국으로부터 등기로 받았다.

돌이켜 보면 쉬운 게 하나 없었고 마지막에는 정말 한국에 돌아갈 계획까지 세웠지만 후회없이 달렸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이제 베를린 정착 여정의 큰 한 발자국을 내딛었고 앞으로 베를린에 개발자로 살아가면서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대된다.

Photo by Joshua Sortino on Unsplash

끝까지 읽어주어서 고맙고 피드백과 질문은 언제나 환영이다.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작성하진 못했지만, 해외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

참고

베를린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과 글들을 참고바란다.

Youtube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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