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인공호흡하기(1)

더 그레이트 뷰티(The Great Beauty) : -ing

Yonghun Lee
4 min readJul 17, 2014

INTRO

이탈리아 로마를 관광 중인 외국인들… 사진을 찍던 한 일본인이 그 아름다움의 치명적인 무엇 때문인지 어떤지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곤, 격렬한 파티의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파티는 소설 한 권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젭’의 생일을 위한 것이다. 술, 섹스, 마약, 음악등 파티에 빠질 수 없는 가장 키치적이며 본능적인 것은 모두 그 곳에 있다. 그리곤 ‘DJ El Gato의 Mueve La Colita’가 흐르며 파티가 무르익는다. 하지만, 금새 음악이 느려지며 주인공 ‘젭’은 담배 하나를 문다.

영화를 시작하며 보여주는 이 두 장면은 꽤 많은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번으로 추측하거나 그 의미를 간파하기는 어렵다. 여러번 봤다한들 뭐라 딱집어 해석하긴 어렵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손꼽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다 쓰러지는 사람. 가장 즐거워해야할 파티의 주인공이 입에 문 담배 한 까치가 의미하는 것은 예사 것이 아님에 분명하다.

주인공 ‘젭’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머리는 희고 힘이 없지만 단정히 뒤로 빗어 넘기고 몸에 딱 떨어지는 수트 한벌로 그 만의 멋을 뽐낸다. 40년 전 쓴 소설 한 권이 흥행하면서 그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상위 1%의 셀러브리티가 되었다. 허나, 어떠한 예술도 음악도 여성도 그의 마음을 울릴 수 없어 더 이상 책을 쓰지 못한다. 그의 마음을 울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매일 밤 사교 모임과 길거리를 떠돈다.

주변에는 예술을 추앙하거나 혹은 자신을 높이기 위해 그것마저 비판하는 친구들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상위 1%의 사람들이다. 예술과 실제 인간의 삶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한 그에겐 그 어떤 예술도 문학도, 음악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입이 닳도록 떠들고 그것들을 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 모순을 비꼰다. 자신이 쓴 소설도 거짓과 가식이라고 비하하면서 그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자기 반성과 한탄을 쏟아낸다.

순수하지 못한 예술과 사랑에 피곤해지는 현대

그리곤 영화 곳곳에서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대하고 이용하는지 말한다. 그리고 그 순수를 모두 죽이고 있다. 순수했던 안드리아의 생각과 사고를 죽였고, 순수했던 첫사랑을 짖밟았다. 어린 아이의 어린 아이다움을 무시했다. 그것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하는 태도다.

주변인들의 죽음을 통해 그는 현실과 보여지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던 노력을 포기하고 다시 그의 기억을 뒤진다. 그리고 가장 순수하게, 아름답게 존재하던 첫사랑을 꺼낸다.

아름다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름다움으로 어렴풋 남아있는 그의 첫사랑처럼 기억으로 남아있을지 모른다. 마치, 사막의 모래알 속에서 반짝이는 그것을 찾으려 한 발 다가가면 그 존재를 찾을 수 없듯이 말이다.

이 영화가 말하는 메세지와 네러티브는 심오하다. 뭐 반대로 간단할지 모르다. 그것을 다시 말로 내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를 다 본 뒤에도 영화가 말하는 ‘위대한 아름다움’이란 뭐다라고 딱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뒤로 하고라도 이 영화는 아름답다. 영화의 단면을 뚝 잘라 보아도 어느 것하나 버릴 것 없이 화면을 황홀하게 채워나갔다. 로마는 이 영화를 표현하기에 그 어떤 곳보다 적합한 배경이다. 고대의 예술이 살아있으면서도 키치적인 현대의 문화들이 공존한다. 아름다움 혹은 예술에 대한 고민이 피어날만한 도시이다. 추상적인 모든 것이 현실로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그곳에 있지 않을지 모른다라는 질문이 이 영화의 메세지라 개인적으로 답해본다. 그럼에도 답은 모르겠다.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보는 이의 태도와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글을 맺고자 한다. 이 영화 리뷰를 남기며 타이틀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저 확신이 가는 한 단어만 표현하려 한다. -ing. 주인공도 관객들도 순간적인 Attraction을 아름다움이라 정의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모래알 같은 기억 속을 헤짚고 있는 현재진행형이 이 순간 말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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