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게임 그래픽에게 고하노라

그래픽이란, 그저 시대를 담는 그릇이 아닐까?

겜알못
3 min readJul 17, 2014

최근 1~2년 정도? 아니, 2~3년 정도 되려나. 아무튼 이 시기는 살면서 게임을 가장 많이, 다양하게 접해본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아등바등 살던 학생 때와 달리 금전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남아도는 시간과 자그마한 여윳돈으로 시작한 짓이 콘솔/패키지 게임이다. 과거에 온라인 게임에 갖다바친 돈만 해도 상당했으니 이만하면 나도 게임업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한 인간이지 않을까.

이래저래 게임들을 하다보면 수도없이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그래픽이다. 실제 게임 분야에서 숱한 화두를 만들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고.

“그래픽이 왜 이래?” “지금이 어느 땐데 이런 구닥다리 그래픽으로…”

이런 반응들을 본 게 대체 몇 번인지 헤아릴 수도 없다. 구체적으로 늘어놓자면 아마 천일야화 뺨 싸다귀를 내려칠 정도일 게다.

한때는 나도 그래픽의 신봉자였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미려한 그래픽으로 점철된 게임들을 보며 감탄에 감탄을 마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게임 그래픽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선은 가지고 있다.

기준선이라는 놈은 가변적이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며 내 주위의 환경이 변하면서 내 기준선도 변할 수밖에 없다. 즉, 눈높이가 달라진다는 거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머리로 알고 있을 때와 몸소 느낄 때의 기분은… 음… 좀 다르다. 많이는 아니고.

어쨌든, 기준선이라는 녀석이 변하다보니 나라는 사람도 같이 변하더라. 이를 테면, 한때 미치도록 즐겁게 했던 게임들을 보며 “아, 그래픽이 왜 이따위야”라면서 배은망덕한 개소리를 지껄이기도 해봤다는 거다.

물론 게임에 있어 그래픽이 전부는 아니다. 이론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다. 최근 패키지 게임으로 유례없는 판매고를 올린 바 있는 ‘마인크래프트’가 그래픽이 훌륭해서 그렇게 팔린 건 아니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 있어 그래픽이란, 그저 그 시대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가 아닐까. 무언가를 컴퓨터 상에 구현해내는 기술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말이다.

모 게임 개발자가 올렸던 사진 비교가 떠오른다. Direct X 최신 기술(당시 기준)로 뽑아낸 호수와 실제 호수의 사진을 비교해놓은 것이다. 그 당시 코멘트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미 그래픽 기술은 현실을 뛰어넘었다’는 뉘앙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 기술의 발전이 좀 늦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그래픽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세상,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그게 꼭 게임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너무 빠른 발전으로 인해 그 속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사람들만 많아질까 염려스러워서다.

첨단 기술로 빚어진 그릇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릇을 갖추다가 정작 음식을 망친다면, 그 속담도 하등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어차피 시대의 흐름 따라 ‘훌륭한 그래픽’을 말하는 기준은 계속 달라진다. 그 변화에 휘둘리지 말고, 원래 담아내려했던 본질을 충실히 담아내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보기 좋으면 먹기 좋다고 했지, 먹기 좋으려면 보기 좋아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무엇보다도 그걸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아니, 그 누군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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