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알못
3 min readJul 26, 2014

5. 내가 주체가 된 삶이 될 수 있기를

게임 ‘발리언트 하츠’에서 느낀 주체적 삶의 필요성

‘발리언트 하츠(Valiant Hearts)’라는 게임이 있다.

유비소프트 몽펠리에 스튜디오에서 개발했으며, 카툰형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선형적 구조의 횡스크롤 게임이다. 장르는 퍼즐 어드벤처.

전세계적으로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유비소프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게임 개발사다. 이들이 내놓는 게임들을 보면 각 지역별 스튜디오별로 자신들만의 방향성을 담은 라인업이 만들어진다. 즉, 다른 스튜디오면 다른 색깔을 가진 게임들을 내놓는다고 보면 된다.

최근 했던 게임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이 게임이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는데, 전쟁이라는 참상을 제대로 그려낸 몇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전쟁이라는 것을 너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총과 칼이 난무하는 컨텐츠, 전쟁터를 누비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컨텐츠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100%는 아닐지라도 아마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발리언트 하츠의 주인공은 척 봐도 평범함이 풀풀 묻어나는 사람들이다. 프랑스 농부 출신의 징집병, 미국(맞나?) 국적의 병사, 독일 군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의무병으로 참전한 아가씨까지.

아, 맞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우리 귀염둥이 군견 멍멍이를 빼먹을 뻔 했군.

다양한 방식의 퍼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발리언트 하츠는 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준다. 끔찍함과 참혹함. 단어 몇 마디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그 아비규환을 덤덤한 그래픽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키는대로 다 했건만 가면 갈수록 기구하게 꼬여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국가니, 대의명분이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들은 다 집어치우고 그냥 하나의 인간으로서 눈 앞의 삶에 충실하는 사람들의 모습.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굉장히 조심스럽게 몇 마디만 적어본다.

인간사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사는 거다. 이 게임 안에서 주인공의 인생은 ‘엔딩’이라 불리는 어느 시점이 되면 완전히 가려진다. 그 뒤로 어떻게 됐건, 게임으로만 그의 삶을 접한 우리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게임의 엔딩을 보고 난 뒤에 그의 인생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몇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정말 가치 있는 선택을 했던 걸까?

아… 스포일러 신경 쓰면서 할 말을 하려니 감질나서 미치겠네. 다 집어치우고 그냥 국가고 지랄이고 내가 주체가 된 삶을 살자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마지막 그 순간에 결코 허망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