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개발자가 됐나?

Kang Taehoon
Hibike! Quantum’s blog
3 min readOct 16, 2019

나의 이력을 먼저 이야기해야할것 같다. 나는 대학교 초반부터 전공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지고 딴맘을 품었다. 그래서 대학생활에서 전공은 뒷단, 창업동아리나 창업활동에 틈만 나면 참가했었다. 기본적으로 할 공부만 하면서 심리학, 게임기획이니 여러감을 쑤시던 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쑤시던 감중에 IT가 있었다. 이때 필요해서 만들어본 프로그램은 주기적으로 통신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교내인터넷망의 동작을 와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뷰징이니 혼자만 썼지만) 이 시절에 정해진건 하나다. 나는 경영보다는 기술을 배우겠다는 정책. 배우는게 재밌고 세상에도 필요로 하니까.

졸업을 앞둔 2월, 나는 서버실 반짝이는 LED와 보안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직업학교에 들어갔고 거기서 리눅스와 DB, 보안관련 베이스 공부에 심취해서 살았다. 모든게 새로웠고 배울건 산더미 같았다. 그리고 졸업프로젝트를 마치고 금방 취직을 했다. 회사와 사람들은 참 좋았지만 회사솔루션을 관리하는 내 포지션의 성장의 가능성은 낮았다. 회사선배님들도 그냥 일을 하기만 해선 남는게 없다고 계속 조언할때 마다 왜 그렇게 기운이 빠지는지. 일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커졌다. 일에서 주인공이 되는것. 그때는 ‘내가 없으면 안되는게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일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때 믿어주는 팀장 님께 미안해서 자꾸만 퇴사를 미루고 미루었던게 기억난다.

퇴사를 하고 찾아낸것이 선박기관사였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책임감을 가지는 포지션이고 내 마음을 채워줄거라 기대가 내 맘을 사로 잡았었다. 그리고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배에 올랐다. 태평양 한가운데 외로이 움직이는 300m가 넘는 벌크선, 집채만한 메인엔진은 굉음을 내고 600bar정도의 압력을 받는 파이프가 꿈틀꿈틀거리는게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기시스템은 매일 어딘가는 고장나서 온라인 상태에서 고쳐야했다. 이런 위험은 괜찮았지만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수직적 조직문화에 내 마음은 빠르게 식어버렸다. 반성하건데 내가 일할 문화에 대해 너무 무지했었다. 조직의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결정하고 사람의 마음이 곧 삶이다. 실물인지 IT인지 육지인지 바다인지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문화였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내 운명은 정해져있었다. 다시 IT로 돌아가야 했다. 내 마음을 받아줬었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익숙한곳. 내게는 챌린징한게 필요했었고 그렇다면 개발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답이 깔끔했다. 개발을 하면 많은 부분에서 내 마음의 문제가 해결될것 같았다. 가장 빨리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코스를 찾았고 그 과정이 쉬웠다고는 못하지만 의미있었고 내게 자신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구직 전 마무리를 작업을 하고 있다. 미래는 어떨지 모르지만 어딜가도 배 보단 더 좋은 환경일거라 기대하고 훨씬 잘 적응할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하루빨리 나와 같이 일할 팀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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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Taehoon
Hibike! Quantum’s blog

HibikeQuantum. 백엔드 개발자였다가 지금은 데브옵스. 장인의 삶을 희망. 엔지니어링이든 사업이든 사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