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맥 구입기

Kang Taehoon
Hibike! Quantum’s blog
4 min readMay 5, 2019

최근에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맥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서 일어나자마자 알아보기 시작했다. 동일 스펙 노트북에 비해 3배는 비싸보이는 가격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지만, 어차피 좋은 화질로 뭘 보거나 최신 하드웨어를 쓰는게 목적이 아니라 맥환경을 얻는게 목적이니 중고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알아봤다.

중고에서 내가 원하는 규격

  • 디스플레이는 15인치. 해상도는 글쎄? 사진보려고 사는건 아니니까.
  • 메모리 8G
  • 128G SSD

일단 15인치라고 하면 맥북프로였다. 그래서 맥북프로를 알아보니 2010~2012년 모델을 기준으로 가격은 50~80만원. 헬로마켓, 번개마켓, 맥커뮤니티를 뒤져봤는데 거기다 대부분 서울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이라 일단 현재 지방에 거주하는 나와는 안맞았다.

그래서 택배를 해주는 전문업자 물품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니 65만원쯤에 2010년 물품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 모델에 하자는 없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특정 그래픽카드에 하자가 있어서 수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히스토리가 있었다. 내가 살 물건들이 과연 수리 프로그램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 그래서 그 물품은 패스.

이번엔 네이버쇼핑에 검색해보니 70만원-80만원에 전문업자의 레티나 물품이 눈에 들어왔다. 레티나면 2012년부터 출시된 모델이다. 그런데 각종 악세사리가 무조건 강요되는 최근 맥북의 조악함 덕분에 재평가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끼리 거래하는 물품에선 최소 110만원인데 싸게 나온 이유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일단 외장에 스크래치는 기본. 디스플레이 외곽에 찌그러진 것들이며, 화면 중앙에 빛샘이 두군데나 있다던가 디스플레이에 긁힌 자국들이 있다던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느꼈던 빛샘은 익숙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사버렸다.

이제 남은 걱정거리는 상기한 하자가 전부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뭔가 숨긴 건 없는지. 몇을 쓰다가 내부에서 뭔가 터지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들이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완전히 만족하고 있다. 일단 산 뒤로 자는 시간 빼고 계속 키보드를 두들기는 상태인데 하드웨어 측면에서 잘 버티고 있다. 키도 잘 작동하고 하얀색을 출력하지 않는 한 빛샘이 부각되지도 않았다. 다행히 개발을 할 때는 눈의 피로 때문에 다크컬러의 테마를 주로 쓰게 되니 그것 때문에 방해를 받는 일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OS에 대해 느낀점.

  • iTerm을 설치했는데 회사 일을 할 땐 CLI 터미널 환경을 선호했기에 너무 사랑스럽다.
  • command키에 익숙해지는게 처음 문제였는데 익숙해지니 쓸 만하다.
  • 트랙패드는 완전 신세계다. PC를 쓸 때 태블릿 환경처럼 쓰고 싶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트랙패드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단축키를 조금씩 외우다 보면 키보드에서 손이 안떨어지고 지속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 많은 작업이 이제는 웹과 클라우드로 넘어와서 ‘맥이라 가능하다!’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나는 갤럭시노트를 쓰다보니 메모는 구글킵을 도크에 놓고 쓰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동기화 기능들이 맥의 엄청난 자랑거리였는데 말이다 . 그래도 Mac Notes 자체는 엄청난 퀄리티. 스마트폰에서 확인하지 않을 내용은 Notes에 기록하고 있다.
  • 키보드의 감각이 내 취향에 맞다. 누르는게 즐거운 감각을 준다. 이런게 노트북 키보드로 가능하다니 처음엔 놀랐다.
  • 아이폰을 써야하나? OS 곳곳에 작업 연속성을 배려한 메뉴들이 보이는데 내가 가진 아이폰은 4S라 현재 쓰지도 않는 상태.
  • 윈도우를 정렬하는 데 있어 단축키를 외우거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일이 조금 있다. 그런데 창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불만이다.
  • 윈도우는 사용자환경 디렉토리 예를 들어 문서, 비디오 이런 폴더들이 무용지물이라는 느낌이 자주 들었는데 맥은 이걸 활용하게끔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설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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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Tae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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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bikeQuantum. 백엔드 개발자였다가 지금은 데브옵스. 장인의 삶을 희망. 엔지니어링이든 사업이든 사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