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쓸데없이 비싸지 않게
외주업에 임하는 우리 회사의 방향성 #1
작년 봄 우리 회사 미디엄 블로그를 연 뒤 승훈님이 몇 가지 좋은 글을 써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너무 조용한 듯하여, 우리 회사의 가치와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은 제가 평소 나름대로 생각하고 실천해온 것을 주제별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고객사 또는 잠재적 고객사에 제안하는 견적서 금액은 국내 탑 클래스 SI 업체나 에이전시에 비하면 다소 저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업계 평균보다는 높은 편에 속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와 경쟁하는 시장의 플레이어는 크게 둘로 파악됩니다. 규모야 어떻든 저희와 같이 법인의 형태를 지닌 기업과 개인 또는 소규모 팀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저희는 주로 기존 고객사에서 자연스럽게 신규 발주되는 계약을 수행하거나, 감사하게도 기존 고객사에서 새로운 고객사를 추천해 주셔서 신규 계약으로 이어지는 일을 수행하는 경우에 집중합니다. 앞선 두 경우의 계약이 어쩌다 공백기가 생기면 이따금 위시켓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조회하곤 합니다.
위시켓을 이용할 때 느끼는 점 중 한 가지는, 가격으로 프리랜서분들과 경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예산으로 프로젝트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데, 또 지원자 수가 꽤 되는 것을 보면 프리랜서분들이 맡아서 하기에는 그럭저럭 금액이 맞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회사는 정규직을 상시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고정적인 사무실 비용 및 각종 제경비가 필요한데(4대 보험 부담금, 퇴직연금 적립금, 각종 경비 등) 프리랜서분들은 이 비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일하는 기간 대비 비용만 따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렵고, 다만 좀 더 비싼 대신 품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품질에는 몇 가지 측면이 있는데 최종 산출물의 수준(양 곱하기 질), 일정의 준수, 의사소통의 질(쓸데없이 돌아가지 않고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의 확대), 사후 관리의 안정성 등입니다. 우리 회사가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며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만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품질 측면에서 저희가 더 유리합니다.
즉 단순히 더 싸냐고 묻는다면 프리랜서분들과 경쟁하기 어려우나, 가격 대비 성과가 더 좋으냐고 묻느냐면 프로젝트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의 질만 보더라도 저희는 다수의 정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므로 프로젝트별로 좀 더 적합한 역량을 지닌 분이 담당자로 배정될 가능성이 크고, 만일 담당자가 프로젝트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 상위 관리자 또는 다른 동료들의 경험과 지혜에서 유용한 해결책을 얻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거나 가족에게 중대한 일이 생기는 등 유사시에도 후방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저희가 견적을 낼 때는 그 유명한 황금률을 늘 염두에 둡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우리 회사에서는 다양한 유료 소프트웨어 멤버십에 매월/매년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매번 비용이 지불될 때마다 각 멤버십이 그 값을 해내는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끼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쓰는지, 아니면 당장 해지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지를 판단합니다. 또 조금 냉정하지만, 반기별 성과 평가 때는 A 직원이 지금 B만큼 급여 및 상여를 받을 만큼 회사에 기여하는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어떤 물품을 구매할 때 그것이 필수소비재이든 사치품이든 그 가격에 해당하는 필요성 또는 예술적 가치, 품격을 지닌 것인지 고민하고 판단합니다.
그런 만큼, 우리 회사의 소중한 고객사에도 견적을 낼 때는 우리가 받는 입장이라는 생각으로 합리적인 견적을 제안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번 크게 등쳐서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계속 존속하면서 고객사에 사후 지원을 하면서도 꾸준히 좋은 역량을 유지하고 이번 프로젝트 또한 대충 수행하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에 동시에 기웃거리지 않으면서 제대로 해내는 데 필요한 비용 + 약간의 이익을 계산해서 제안합니다.
고객사에서도 예산과 여러 제약 및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고 결정하시는 것인 만큼 늘 우리 회사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격 대비 성과를 안정적으로 전해 드릴 수 있는 저희도 한 가지 좋은 옵션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