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삼다 1기 저녁반 2학기 7주차 서평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 돌베개 | 1998 | 399쪽
흔히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지옥에서 살아감 같다고 푸념하곤 하는데, 지옥의 ‘옥’자가 바로 감옥 옥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굴레, 가족, 회사, 사회, 국가의 범주 안에서 얼마 만큼 구속되어 살고 있다. 다만 그 속박의 강도가 약하고 언제든지 이기적이거나 간편한 선택으로 도리어 그 얽메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이 가늠할 수도 없는 긴 시간을 좁은 공간에 구속되어 살게 된다면 그 삶은 어떤 모습이 될까??
신영복 선생은 41년생으로 스물 여덟 살이던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 2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기 징역을 선고 받는다. 이 책은 그 후 88년 출옥하기 까지 20년 20일의 수형 생활 중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묶어 펴 낸 책이다. 길지 않은 짧은 글에는 지식인으로서 인신이 구속당한 상태에서의 인식과 생활, 그로부터의 고뇌, 옥 중에서의 공부와 그 내용, 부모님을 향한 죄송한 마음,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실질적인 옥바라지를 위한 연락의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특별히 필자는 “벽 속의 이성과 감정”이라는 글이 이 책 전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구속된 삶에 대한 이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벽으로 둘러싸인 감옥에서 수형자는 감정적이기 쉬운데 그 이유는 벽이 개인을 한정하고 곧 작아지게 한다.. 이러한 감정 편향이 축적되면 감정의 반대로서의 이성과의 연결이 사라지게 되고 감정에만 속박 되는 감옥 속 감옥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감정과 이성은 두 개의 수레바퀴이고 크기가 같아야 한다. 감정을 극복함은 이 한 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 축인 이성을 계발한다. 이성은 감정에 기초하고, 감정에 의존하여 발전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은 벽의 속박과 한정과 단절로부터 감정을 해방하는 과제와 직결된다. 징역 속에는 풍부한 역사와 사회가 존재하고 그 견고한 벽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사건들은 모든 고통과 가난과 갈등을 인정하며, 그 해결에 대한 일체의 환상과 기만을 거부하여 우리의 정신적 자유, 즉 이성을 얻게 한다. 신영복 선생은 사건에 매몰되거나 각자의 감정에 칩거해 들어가는 대신 우리들의 풍부한 이웃에 충실해갈 때 비로서 벽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역설한다.
“바다가 하늘을 비추어 그 푸름을 얻고, 세류를 마다하지 않아 그 넓음을 이룬 이치가 이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 이 거대한 감옥의 세상에서의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신의 구속에서 오는 감정의 동요를 명징한 이성으로 극복하고 또한 한 축이 다른 것을 억눌러 이겨 남이 아닌 조화로운 경지를 이뤄낸다. 아울러 변하지 않는 현실의 암담한 슬픔을 극복하고 또한 자칫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지식의 경주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토끼와 거북의 우화에서 오히려 거북을 나무라는 글을 싣는 등 옥중 서간의 특수한 상황이 자못 글이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을 여지 없이 깨는 글들을 비롯하여 길게는 두세페이지 짧게는 반페이지의 수백편의 글들에 오롯이 주옥같은 문장들이 담겨져 있다. 모든 글을 소개 할 수 없고 긴 글귀 모음으로 대신한다. 감옥에서의 삶이 축복일리 없겠지만은 자유 세상에서 살면서도 속박의 굴레를 떨치지 못하는 뭇 사람들에 비해 선생의 삶과 정신은 귀감이 된다. 진정한 자유로운 정신과 감정의 삶을 생각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