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치유하는 글쓰기, 박미라, 한겨레출판

2년 전 봄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의 기술과 최신의 경향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전문가로 유명한 분이 운영하는 3개월짜리 코칭 과정에 참가했다. 올 해에는 생각정리모임의 8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글쓰기 공동체 삼다에서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이 세 가지 활동이 나에게는 의미 있는 공동체인데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간 곳에서는 코칭을 배우고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했고, 생각 정리하는 법을 배우러 가서는 삶을 기록하는 글쓰기를 시작했고 과제를 위해 글쓰기에 대해서 독서를 했는데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코칭 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서로 다른 것들이 묘하게 맞닿아 있다.

기자로 글쓰기가 업이었던 저자는 직업 글쓰기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로 글쓰기 강좌를 열어 본인 스스로가 글쓰기의 효용과 즐거움을 발견하였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발견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왜 글쓰기가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되는가, 어떻게 치유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와 또 다른 방법에 대해서 글쓴이의 경험과 사유, 학습의 결과를 실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글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왜 쓰는가? 저자는 글쓰기 자체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발설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말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발설의 욕망과 사연을 말함으로써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처와 고민을 알게 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서 글쓰기를 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하나? 온 몸으로 쓰고 심장으로 쓰라 한다. 자신의 분노의 근원, 잠들어 있는 나의 문제, 무의식이 보내는 사인,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떠나보내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것들,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한 가지씩 써나가는 수업을 제안하고 실제 그런 주제의 글들과 그것들이 주는 치유의 결과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치유의 글쓰기를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손이 쓰도록, 정직한 글쓰기를 억압하는 자신의 내면의 이성과 논리적 사고를 잠시 중단하도록 권유한다.

책을 통해 저자는 거창한 글쓰기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실질적인 글쓰기 주제를 제시하고 실제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글쓰기의 치유적인 효과를 실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직면하고 깨닫고 본인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저자도 글쓰기도 해 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이 책을 손에 든다면 글쓰기를 통한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문제를 살피고 해결 해 내는 여정에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책을 통해 멋진 글, 논리적인 글을 쓰는 방법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얼마나 글을 잘 쓰면 치유의 능력을 가지게 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하지만 잘 쓰기 보다는 많이 쓰고, 논리적이기 보다는 정직한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자신이 몰랐던 문제, 혹은 해결하지 못하던 마음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광을 당신도 나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