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꽃"을 읽고

Sage Ahn
Know Tru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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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에 어머니와 전화로 아버지 문제로 상의를 하다가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자식이란 놈이 머리 크고 나이 먹었다고 자주 하지도 못하는 오래간만의 통화 중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또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말았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면서 전화 한 통화 살갑게 하지 못하는 아들 머리 속에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머님이 결단을 하셔야 한다는 정 없는 합의되지 않은 옳은 판단만이 자리 잡고 있다. 신년이라고 찾아간 본가에 아버지는 여전히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 계셨고, 감기약 기운을 이기지 못한 나는 방에서 잠만 잤다. 소주를 세 병 쯤 비운 아버지는 끙끙거리며 쪽잠에 드셨다가 깨어 서영이에게 안마를 하라고 조르기 시작하신다. 오래된 주사에 지친 나를 비롯한 가족은 술에 취한 아버지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그런 나를 보며 자란 서영이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의 요청에 요지부동인 아이에게 애 엄마는 조용한 말로 타일렀지만 듣지 않아 급기야 나의 분노가 아이에게 폭발하였다. 분노는 아이를 향하는 것이 아니었고 나 자신에게로 였으리라.

똥꽃의 저자 전희식은 치매 어머니의 똥오줌을 받아 내던 어느 날 어머니의 아랫도리에 충격을 받고 노모를 스스로 모시겠다 결심 한다. 많은 자식들이 부모봉양 결심 하지만 마음먹은 그 때 뿐이거나 혹은 요양원으로 보내드려 돈으로 때우는 것으로 제 의무를 다 했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의 준비는 치밀했다. 이 책, 똥꽃은 단순히 효심 깊은 아들의 감동의 스토리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지나고 있는 부모를 모신 자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노모를 직접, 그것도 도시를 떠나 시골의 농가를 얻어 모시기로 결정한 이후로 1년의 준비를 어떻게 해 내었는지, 그리고 그 준비가 자식들의 의무를 해치워 버리는 힘든 노력의 연속이 아닌 오롯이 어머님을 위한, 어머님 중심의 과정임을 저자는 글로써,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서 웅변하고 있다.

똥꽃이 차별화 되는 지점은 우선은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몇 푼 돈으로 사람을 사서 자식 된 도리를 해치워 버리는 세상, 그나마 그 몇 푼도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푸념과 변명의 비참한 세상에서 고물을 모아 손수 집을 고쳐 노모를 모시는 저자는 자녀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또한 전희식은 치밀하게 준비한다. 치매에 대해 공부하고, 노인에 대해 연구하며 하루하루가 실험과 연구의 연속인 삶을 산다. 그저 위하는 마음만으로는 감당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머니의 동선과 몸 상태를 세심히 고민하여 집의 기능을 설계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그 안에서의 생활에 어머니를 중심에 둔다. 또한 끝내 치매가 병이 아님을 역설한다. 치매가 병으로 인식되면 의사를 찾고 기관을 찾게 된다. 그러나 부모님의 굴곡 진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함께 할 사람은 결국 가족이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손에 길러진 자식이리라. 삶을 함께한 가족만이 앞뒤 맞지 않은 치매부모의 말과 행동에도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에 중심에 어머니를 둔다.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존엄”이다.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무엇보다도 성인으로서 치매가 나타난다 하여 당신의 인격에 반하는 처사를 당할 이유가 없다. 전희식은 매사를 어머니에게 묻고 그 것을 따름으로서 어머니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치료의 시작으로 삼았다. 자식 마음속에 부모의 존엄을 털끝만치라도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자식이 이 책에 평을 달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에도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한층 더 무거운 마음을 해결 할 길이 없다. 오랜 시간 술과 함께 살아오신 아버지. 부쩍 술에 취할 때면 그간의 울분을 토하시는 것이 내게 하시고 싶은 마지막 말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 정신 온전하실 때 그 이야기 “네네” 하며 들어드리고 아버지의 고단했던 삶을 인정 해 드리는 것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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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e Ahn
Know True Myself

Runner, camper, father of two daughters and startup fo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