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삼다 1기 저녁반 2학기 1주차 에세이 — 1학기를 돌아보며 안승용

무엇이든지 일 벌리기를 좋아하고 마무리를 잘 못하는 내가 올 해 저지른 일 중 하나가 작문 공동체 삼다(三多)에 덜컥 뛰어든 것이다. 글쓰기라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던 학생 시절을 지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점차 필요성을 느꼈고, SNS 시대를 맞아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러던 차에 박총 원장님이 글쓰기 강좌를 개설 한다 하니 손이 어느새 인터넷 뱅킹의 송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 삼다가 벌써 1학기를 마치고 2학기에 접어들고 있으니 참으로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지난 1학기 12주 동안 총 12권의 책을 읽고, 스물 세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주어진 과제였다. 나는 10권의 책을 완독 했고, 2권의 책을 끝마치지 못했다. 글은 총 열여섯 편을 썼는데 서평이 8편, 에세이가 8편이다. 아울러 총 열 한 번의 수업이 있었고 마지막 수업에는 늦게 가긴 했지만 빠짐없이 개근 하였다. 글쓰기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독서, 글쓰기, 출석을 각 3:4:3의 비율로 성적을 주면 82점, 3:5:2로 하면 79점이니 썩 나쁘지 않다. 잘했다. 수고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참을성과 논리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결국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초심이었다. 여전히 유효한 목표이고 몇 주 만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한 학기를 보내면서 그 목표를 향해 첫 발 내딛었음이 고맙고 스스로 대견하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용기 내어 시작하고 수업에 잘 적응하여 다행이고 애 쓰면 4학기까지도 완주 할 수 있으리라. 수업을 통해 일단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키보드를 두들기건, 펜을 들어 끼적이든 시작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직도 넓고 하얀 종이와 모니터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이 여전하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면 그 내용이 졸고일지언정 어떻게 해서든 끝내려고 하는 힘이 조금 늘었음을 자랑할 수 있다. 회사의 업무와 글쓰기가 비슷하다는 경험을 하게 되어 일 안하고 딴 데 시간 쓴다는 스스로의 눈총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학기를 지날 수 있는지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이다. 한 주일 먼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목요일 쯤 초고를 완성하고 일요일에 글을 다듬을 수 있다면 수업 가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울 텐데 하는 마음 모두가 같으리라. 그러나 어찌 그것이 쉽게 되던가? 글쓰기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늘 후회하고 마음을 다시 잡아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기는 쉽지 않지 않은가.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반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면 충분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 공부를 하게 될까 많이 궁금했었다. 글쓰기 모임이지만 모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라 아주 오래전 누리던 교회 공동체를 다시 살짝 맛보는 느낌 매우 행복했다. 그대들과 아직도 세 학기를 더 함께 할 수 있으니 좀 더 깊은 나눔이 있기를 기대 해 본다. 처음에는 글벗들이 올린 글을 모두 한 번씩 읽었는데 점점 꾀가 나니 내 글 쓰기도 벅차 허덕인 것이 아쉽다. 글벗들은 같은 책을 어떻게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열심히 좇아야 하겠다. 생각의 지평이 어디 그리 쉽게 넓어지던가.

2학기의 첫날이다. 이번 학기에는 더 잘 하려고 했던 욕심이 첫 주부터 위태하다. 2학기에는 버텨내는 것으로 목표 수정이다. 그대신 13주니까 1주는 지나갔고, 남은 12주, 꼭 초고 목, 금에 마무리하고 다시 검토해서 제출하기를 약속한다. 1학기 밀린 숙제도 틈틈이 하는 것으로 하자. 이 길 함께 하는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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