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피는 마을을 읽고

참꽃 피는 마을 임의진 | 섬앤섬 | 230쪽

요즘 장안의 최고 화재라 하면 단연 드라마 <미생>을 꼽을 수 있다. 숨 가쁜 도시의 직장 생활의 고단함과 a애환이 잘 그려진 수작이라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몰입 할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이 계약직 대기업 신입 사원으로 경험하는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직장인의 삶을 반추 해 볼 수 있다.

이번 주에 읽은 임의진의 참꽃 피는 마을은 미생의 삶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삶을 보여준다. 미생이 도시의 대기업 직장인의 삶이라면, 본 서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삶은 시골 마을의 조금은 특이한 목회자와 그를 둘러싼 주민들의 모습을 구수한 사투리와 재치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의 간결하고 맛깔나는 글솜씨는 독자로 하여금 웃고 울며 남녘마을의 삶의 한자락을 읽어내게 한다.

남녘마을에는 위계(位階)가 없다. 불합리한 상사의 명령에 한 마디 꿈틀 저항도 못하고 분노와 눈물을 삼키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불쌍한 인생 군상이 없다. 저마다 하늘이 내려준 밭 한 뙤기, 논 한 마지기를 일궈가며 자신의 삶을 보듬어간다. 경쟁이랄 것도 없고 그들의 상대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너른 자연에서 수고의 땀을 흘리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 낸다. 도시의 사무실의 숨 막히는 경쟁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삶,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밟아야 하는 무한 경쟁의 모습이 아니다. 꼭 농사를 짓지 않고 이발소를 하건 자동차 정비소를 하건 경쟁과 권모술수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남녘마을에는 자연의 순리가 있고, 사무실에는 인간의 시스템이 있다.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여름이 오면 무더위에 논과 밭을 돌보고, 가을이 오면 추수를 하고 겨울이 오면 군불을 지피면서 게으른 하루를 보낸다. 세월이 가면 시간이 흐르는 대로 자연 변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으로 제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억지로 거스른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순리대로 해야 한다. 도시는 어떠한가? 도시에도 시간에 따른 일정과 그 때에 맞추어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시간 가는 대로 짜여진 대로만 살아가는 것은 도태의 다른 모습이다. 끊임 없이 당연함에 거슬러야 한다. 자연 법칙과 동급인 규칙이 있지만 그것에 담기는 것은 늘 새로워야 하고, 남들과 달라야 하며, 탁월해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만 했다가는 불호령 또는 경멸이 날라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인간사 희노애락이 있는 것은 어디나 같은 일이다. 슬픔은 도시라서 더 슬프거나 시골이어서 덜 슬프거나 하지 않다. 기쁨이나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인간에게 주어진 감정의 한 장면들이 사진처럼 그림처럼 책의 갈피마다 눈 앞에 펼쳐진다. 결혼의 기쁨, 축복 받지 못한 출산의 아픔, 허망한 죽음과 슬픔들 말이다. 남녘마을의 희노애락이 특별하지 않은 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다를 바 없는 같은 인간이라서 이겠지.

참꽃 피는 마을은 부러운 마을이다. 부러워서 가서 살고 싶은 마을. 아니면 한 번이라도 찾아 보고 싶은 마을이다. 하지만 책의 뒤로 가면서 부러움은 커지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참꽃 피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같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참꽃 피는 곳이다. 도시의 딱딱한 시멘트와 아스팔트 바닥을 부드러운 흙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 위에 숨 쉬고 살고 있는 나는, 내 가족은, 동료들은, 이웃들은 남녘마을의 이웃들과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가끔 그 마을의 군고구마를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