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에서의 기억들 (2) — I is she is?

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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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Mar 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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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반 언젠가 인도네시아에서 외주회사 직원들과 함께 고객사 회의를 진행했던 기억의 단편.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오늘은 드디어 고객사인 인도네시아 텔콤 플렉시(Telkom Flexi) 와 새로운 서비스 구축에 대한 세부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날이다.

나와 외주사 H부장님은 텔콤플렉시쪽 담당자 중 한명과 회의를 , 그리고 같이 온 외주사 직원들 2명은 다른 담당자와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잠시 후…

건너편 테이블에서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외주사에서 영어소통만을 위해서 특별히 영어 잘하는 한분을 더 데려왔다고 했었는데 그분이 말하는 영어가 문제였다.

“I is she is #&*()#&@$##”

내가 잘못 들었나 해서 그쪽 테이블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 외주 직원분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다.

“This is *(#($#&^@#^$ you is #*&$*(#$#”

맙소사… 잘못 들은게 아니다. 그분은 아주 또렷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분명히 “I is”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단어 하나 하나는 분명히 영어 단어였으나 그 조합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영어가 아니었다.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텔콤 플렉시 직원들과 다른 두명의 외주회사 직원분들을 번갈아 바라봤고, 외주사 직원분들도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프로젝트가 결코 쉽지 않을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리는 적이 없다.

유엔젤에 근무하던 2009년. 인도네시아 텔콤플렉시(Telkom Flexi)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가장 큰 CDMA 서비스 사업자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그냥 대한민국이랑 종종 베드민턴으로 결승전에서 만나는 그렇고 그런 동남아시아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도네시아는 인구대국이다. 전체 인구가 2억 5천만명이 넘고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도 풍부한 나라다. 커피도 꽤 맛있고 아직까지 수도를 벗어나면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서 일하던 농부를 습격하는 일도 발생하며, 지진과 화산이 끊이지 않는 아주 다이나믹한 곳.

한국에는 KT가 있듯이 인도네시아에는 텔콤(Telkom)이라는 국영통신기업이 있는데, 텔콤은 그 산하에 GSM 서비스를 하는 텔콤셀과 CDMA서비스를 하는 텔콤 플렉시의 두 회사가 있었다. 주류는 GSM이었지만 CDMA쪽도 점차 가입자를 늘려가는 과정이었고 인구가 많은 만큼 텔콤셀 서비스 가입자는 대략 6천만명, 그리고 텔콤 플렉시는 천 오백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2위 GSM 업체인 인도삿(Indosat)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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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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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ng gamer and learner, loves lifehack. Senior Software Engineer@Blizzard Entertainment. Master’s degree in CS@UIUC, current CS grad student@Georgia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