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에서의 기억들(3) — Death March Project, VMC(1)

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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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un 8, 2019

불안했던 시작

이전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일들이 여러가지 있었다. 협력업체 인력의 영어문제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일들이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일어났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라 아마도 앞뒤 순서가 좀 맞지 않고 몇몇은 실제 사건과 내 기억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써내려가 보자.

열악한 근무환경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1년 내내 밤낮없이 평균 기온이 30도를 왔다갔다하는 열대성 기후이다. 그래서 에어컨이 필수였는데, 문제는 우리가 일했던 유엔젤의 인도네시아 지사인 PT Uangel Indonesia 가 위치해 있던 자카르타 한군데 있던 그 큰 상업용 빌딩은 8시인가? 그이후에는 모든 인력이 빌딩을 나가야 했다. 이주 예외적으로 미리 관리인력에게 이야기를 하고 늦게까지 남아있을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동법과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건물을 떠나야 했다. 거의 역삼동 스타빌딩 혹은 삼성동 포스코 건물 높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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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치는데 사무실에서는 일찍 퇴거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은 퇴근해서 숙소 호텔로 돌아와 계속 일을 하던지 아니면 아니면 사무실과 가까운 한국식당이 있는 쇼핑센터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저녁을 먹은 뒤 그 건물에 있는 아이리쉬 커피가 맛있는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로 이동해서 두세시간 일을 좀 더 한 다음에 퇴근하는 식이었다. 쇼핑몰의 가게들도 그렇게 늦게까지 영업을 하진 않았다.

그때 생각으로는 뭐 이런 게으른 곳이 다 있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당시 인도네시아의 노동법과 “저녁이 있는 문화” 는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주말이었는데, 주말에는 지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냉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중앙집중식 냉방이기 때문에 한두 사무실의 사람들이 출근한다고 에어컨 시설을 가동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어던 터라 미리 업체에서 양해를 구한다 해도 주말 중에 토요일 혹은 일요일 하루 정도만, 그것도 오전시간 한정해서 에어컨을 동작시킬 수 있었다. 덥고 습도가 높은 자카르타에서는 에에컨이 선택이 아니고 필수였기 때문에 겨우 주말에 출근을 하더라도 에어컨이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다시 호텔 숙소나 근처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카페 등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음식 역시 나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였다. 덥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다. 아마도 수질관련 질병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인데, 아무튼 그래서 숙소의 식당이든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도 대부분이 기름진 음식들이었다. 한국식당을 가는 날이면 좀 괜찮았지만 프로젝트 내내 삼시세끼를 한국식당에 갈 순 없었고 특히 한시간이 아쉬운 프로젝트 중간점검 혹은 월요일 큰 미팅 전에는 주말 내내 호텔에 머물며 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계속 기름진 음식들을 먹어야 했다.

느려터진 인터넷도 문제였는데, 유무선 할 것 잆이 그냥 죄다 느렸다. 그때가 2009년이었는데 CI/CD 뭐 이런 수준까진 아니었어도 나름 팀에서 SVN을 쓰고 있었고 테스트를 위한 별도의 빌드서버 세팅정도까진 해둔 상황이었는데, 문제는 텔콤 플렉시가 별도의 빌드 환경을 제공해주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그때 구라를 쳐서 이미 제품은 존재하고 그냥 커스터마이징 하는 수준으로 걔들은 알고 있었음 ) 이 세팅을 분당 수내동에 있는 유엔젤 서버실에 해두었었다. 코드 커밋은 괜찮았으나 수내동에서 빌드된 수백메가짜리 war 파일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텔콤플렉시 인수테스트 진행중인 서버로 배포하는 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결국 이 부분이 나중에 인수시험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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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짜리 서버가 사라졌다?

프로젝트는 회사가 텔콤플렉시에 VMC솔루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일체를 납품하고 그 후 1년간 유지보수를 하는 턴키 형태의 계약이었다. 따라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입도 모두 유엔젤에서 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이미 계약된…

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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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ng gamer and learner, loves lifehack. Senior Software Engineer@Blizzard Entertainment. Master’s degree in CS@UIUC, current CS grad student@Georgia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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