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에서의 기억들 — Prologue

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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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Mar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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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8일, 거의 1년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한국 분당 수내동 유엔젤 본사를 왔다갔다하며 백억짜리 인도네시아 텔콤플렉시 프로젝트 일부를 진행하던 나는 인수시험 통과 후 최종 상용화 준비를 거의 끝내가던 중 블리자드 코리아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게 된다.

그 당시 나는 텔콤플렉시의 VMS(Voucher Managemet System) 시스템의 신규개발 개발담당이자 유엔젤 본사에서 일하는 다른 5명의 직원들의 개발 리드이자 윈도우 클라이언트를 외주 준 외주회사 출장직원 3명 및 그 회사 본사에서 개발하는 다른 두세명의 리드였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텔콤플렉시 직원과 회의하고 결과를 정리해서 인도네시아 유엔젤 지사 및 본사에 한글버전을 보고하고, 회의 결과의 영문버전을 텔콤플렉시 직원들에게 보내서 회의결과가 맞음을 매번 확인하고, 한국 출장직원들과 텔콤플렉시 직원들간의 의사소통 및 원치 않았던 통역/번역대필까지 했어야만 했다.

그 외에 오라클 구매 발주 및 현지 사이트 설치 지원(자카르타 및 수라바야),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 셋업 지원 등등도 겸하고 있던 터였고, 그 당시 유엔젤에서 관리하던 월간 근무시간표는 매주 100시간씩 한달에 400시간의 근무시간을 찍고 있었다.

Photo by Jordan Whitfield on Unsplash

더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미리미리 인수인계 및 문서화를 최대한 다 해놓은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끝남과 동시에 다른 회사들을 알아볼 생각이었고, 아내와 맞벌이었던 터라 내가 몇달 쉬더라도 당장 굶어죽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던 터에 추석때 잠깐 귀국한 동안 없는 시간 만들어서 인터뷰했던 블리자드로부터 연락이 온 것. 인터뷰 후 몇달동안 연락이 없어서 그냥 끝난 이야긴 줄 알았으나 여기에 관련된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먼 미래에 블리자드 입사 후 동료들로부터 듣게 된다.

인수시험을 끝내고 자카르타에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 대한항공 개인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이코노미를 프레스티지로 업그레이드했다. 죽지 않고 생존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여기 다시는 오지 않겠다라는 일종의 의식이었던 것 같다. 그냥 나중에 써도 되었을 것을…

출발하기 직전까지 계속 수면부족으로 시달리다가 귀국하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이어폰을 꼽고 잠들었는데 왠일인지 조금 있다 눈이 떠졌다. 귀에는 박정현의 ‘미아’ 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국 다음 날 고생했다며 반겨주던 송부장님과 회사 주차장 건물에서 커피타임을 하며 송부장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 : “회사 그만두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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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hee Jung
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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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ng gamer and learner, loves lifehack. Senior Software Engineer@Blizzard Entertainment. Master’s degree in CS@UIUC, current CS grad student@Georgia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