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겨울이 올까? 온다

Jinhee Lim
Korea Quantum Computing
10 min readApr 12, 2023

여러분은 양자겨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구글에서 ‘양자겨울’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면 결과가 거의 없네요. 그런데 ‘quantum winter’로 검색해보면 결과가 꽤 많이 나옵니다. 해외에서는 quantum winter 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나 봅니다.

그럼 양자겨울, quantum winter란 무슨 말일까요?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투자도 저조해지는 시기를 양자겨울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IT리서치 회사인 가트너(Gartner)에서 만든 하이프사이클(Hype Cycle)이라는 차트가 있습니다. 시간흐름에 따른 기술의 성숙도를 추적하기 위한 차트로서, 기술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Technology trigger), 선도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기대가 극대화되는 시기(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대부분의 도전들이 실패하면서 거품이 꺼지는 시기(Trough of Disillusionment), 조금씩 상용화 사례가 나오면서 기술이 받아들여지는 시기(Slope of Enlightenment), 안정화 시기(Plateau of Productivity)로 나뉩니다.

[출처]Gartner Hype Cycle. Shayanne Gal/Insider

그러나 모든 신기술이 저 사이클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신기술은 기대가 최저점인 시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안정화로 넘어간 기술도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PC(Personal Computer)나 1990년대 핸드폰(정확히는 스마트폰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feature phone)을 거쳐 2000년대 후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도 정체기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대감이 우상향하면서 널리 보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신기술은 기대 수준이 바닥을 찍는 Trough of Disillusionment 시기가 여러 번 올 수 도 있습니다. 특히 SNS나 유튜브의 발전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 또는 과장이 더 심하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오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개인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말 그대로 Buzz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하이프사이클(Hype Cycle) 챠트는 Cycle에 따라 기술의 발전할거라는 예측이라기보다는 현재 신기술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는 확인하기 좋은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양자겨울은 양자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바닥을 찍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양자겨울을 얘기하기 전에 AI겨울부터 짚어볼까요. AI기술도 겨울이 있었을까요?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된 AI의 역사를 다 언급하지 않더라도 가까이는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이기면서 AI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알파고와 같은 AI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묘사한 ‘스카이넷’으로 진화하여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몇년간 AI에 대한 관심은 잠잠하였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023년 현재 Chat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전까지는 마치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고 할까요.

생각해보면 IBM의 딥블루(Deepblue)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을때도 왓슨(Watson)이 퀴즈왕에 올랐을때도 AI가 세상을 혁신할거라는 극도의 기대감을 가졌다가 관심의 정도가 내려오곤 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 좌측 : https://www.britannica.com/topic/Deep-Blue, 우측 :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 2016/mar/15/alphago-what-does-google-advanced-software-go-next

서두가 길었는데요. 그럼 양자컴퓨팅의 발전사를 되짚으며 양자겨울을 살펴볼까요?

양자컴퓨터의 역사는 저희 블로그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겠지만 1981년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 이 연구하던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구체화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파인만의 이론을 바로 구체화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죠.

10여년이 흐른 1994년 미국의 수학자 피터 쇼어(Peter Shor)가 쇼어 알고리즘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팅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됩니다. 쇼어알고리즘은 다항시간안에 소인수 분해 문제를 풀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으로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개키 방식(RSA방식)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공개키 방식의 암호는 고전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소인수분해 문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양자컴퓨터가 소인수분해 문제를 풀게 되면 당연히 모든 암호에 대한 해킹이 가능하여 큰 보안위협이 될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1년에 와서야 IBM이 7큐빗으로 15를 3과 5로 소인수분해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2019년 구글의 연구원 Craig Gidney는 그의 논문에서 2048비트의 정수를 소인수분해하기 위해서는 ‘2천만’ 큐빗의 양자컴퓨터로 8시간 정도 걸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IBM이 발표한 양자컴퓨터 Osprey가 433큐빗을 지원하니 생각보다는 기술의 진보가 빠르지 않은 거죠.

2019년 구글이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를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양자컴퓨팅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불러모았습니다. 구글AI 퀀팀 팀은 자사의 양자 프로세서인 Sycamore 칩을 통해 200초 걸리는 연산이 고전방식의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는 10,000년이나 걸린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을 IBM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두 업계사이의 논쟁은 양자우위가 아닌 누가 업계우위를 차지하려는지의 경쟁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양자우위’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고 일반인에게는 양자컴퓨팅의 가능성에 대해 각인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uantum Supremacy 의 계기가 된 Google Sycamore chip
양자우위의 계기가 된 Google Sycamore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666-5

현재는 어떠할까요? 저희도 양자컴퓨팅 업계에서 속해있지만 냉정히 보자면 아직은 안정화 시기(Plateau of Productivity)로 접어들기에는 갈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PC나 스마트폰의 사례를 보면 초소형 반도체칩의 개발로 상용화가 가능해진 것처럼 하드웨어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지고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이 둘은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해나가야 하지만요.

양자프로세서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인 IONQ와 D-Wave의 주가 변동을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나 경기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또다른 양자프로세서 개발회사인 Rigetti는 올해 초 전직원의 28%를 해고하였습니다. 연도별 양자컴퓨팅을 포함한 양자기술 관련 창업 수를 보아도 2018년 정점을 찍었고 현재는 창업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지금이 양자겨울 일 수도 있겠습니다.

좌측 : IONQ 주가, 우측: D-Wave 주가
[출처] Understanding Quantum Technologies 2022, Olivier Ezratty

하지만 저희는 양자겨울이라고 해서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때일수록 총성이 울리면 뛰어나갈 준비를 하듯이 물밑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딥블루, 왓슨을 만들었던 IBM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하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건 것처럼 보입니다. MS나 Amazon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만 해주겠다’에서 지금은 직접 양자컴퓨팅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정부도 양자기술을 ‘게임체인저’로 인식하여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에서 앞다투어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양자기술 분야에 공적자금 153억달러(약 19조원)을 투입하며 유럽연합(EU)는 7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양자법’을 지정하고 5년간 12억 달러를 양자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EU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미국 민간기업들은 이미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크게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인 Olivier Ezratty는 ‘양자기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그 나라가 얼마나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지를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How countries deal with that(Quantum Technologies) is a good revelator of their innovation and forward-looking culture”

그러면 양자컴퓨팅은 언제쯤 안정화 시기(Plateau of Productivity)로 접어들 수 있을까요?

양자프로세서의 큐빗수와 큐빗수가 늘어나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오류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얼마전 433큐빗 프로세서를 발표한 IBM은 올해에는 1121 큐빗의 Condor, 2025년까지 4518큐빗 프로세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경쟁업체 구글은 ‘양자우위’의 두번째 이정표로서 큐빗수를 늘리면서 계산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오류 수정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양자컴퓨팅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양자컴퓨팅이 Olivier Ezratty가 표현을 빌리자면 ‘unrecovered failures graveyard’는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양자기술은 이미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누가 더 준비를 많이 하느냐가 이 경쟁에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이프사이클에서의 대체경로(Alternatice Route), [출처] Mitigating the quantum Hype, Olivier Ezratty

KQC는 상용 양자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의 연구/개발을 학계와 업계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물론 양자 컴퓨팅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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