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을 기다리는 금융 문제

Seungwoo Cho
Korea Quantum Computing
10 min readApr 12, 2023

지난 글에서 금융에서 양자 컴퓨팅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와 글로벌 금융사들이 양자 컴퓨팅을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융에서 양자 컴퓨팅이 무엇을 잘할 것으로 기대되는지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다음 기사를 여러분들께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슈퍼컴센터가 ‘양자컴’을 고용해야 하는 이유

기사를 읽어보셨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자칫 오해하기 쉬운데 양자 컴퓨팅을 연구나 업무에 활용함에 있어 주의할 점은 양자 컴퓨터가 세상에 있는 모든 문제에서 슈퍼 컴퓨터보다 우월한 성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즉, 양자 컴퓨터가 잘하는 영역이 있고 슈퍼 컴퓨터가 잘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죠.

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0443&code=11171452&cp=nv

최근까지 연구를 살펴보면 양자컴퓨터는 조합 최적화 등 일부 연산에서 슈퍼 컴퓨터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실시간 데이터 처리 및 소프트웨어 기반 결과를 도출하는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당분간 양자컴퓨터가 활용될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럼 지금부터 금융에서 양자 컴퓨팅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뮬레이션 ( Simulation )

시뮬레이션은 금융에서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방법론 중 하나로 대표적으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들 수 있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불확실한 사건의 가능한 결과를 추정하는데 쓰이는 알고리즘으로 확률 분포를 통해 무작위로 추출한 난수를 활용하여 원하는 답을 확률적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추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지금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명확한 식(Closed-form)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 근사적으로 답을 찾는 방법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확률 모형(stochastic model)이 적용되는 여러 문제에서 사용되는데요. 금융에서는 대표적으로 파생상품 가격결정과 VaR 측정을 통한 리스크 예측을 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world-exchanges.org/our-work/articles/derivatives-report-2021

세계거래소연합(WFE)에 따르면 21년 기준 632억 건의 파생상품 계약이 거래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3%, 지난 10년간 221%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이 거대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죠. 일례로 파생 상품이 금융기관의 자산으로 편입되면 지속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항상 적정한 가치를 책정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atoll3/40169658694

시장리스크의 대표적인 지표인 VaR ( Value at Risk ) 를 측정하는데도 시뮬레이션이 활용됩니다. VaR를 간단히 정의하면 일정 기간동안 자산이나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 환율 등 위험요소의 변동성을 고려하여 산출한 최대 손실 예상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통상 위험요소를 반영한 가치의 미래 분포를 만들어 측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미래 분포를 추정하는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 많이 쓰이죠.

21년 7월에 나온 BCG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Today this is a time-consuming exercise that often takes 12 hours to run, sometimes much more. According to a former quantitative trader at BlackRock, “Brute force Monte Carlo simulations for economic spikes and disasters can take a whole month to run.”
Source : What Happens When ‘If’ Turns to ‘When’ in Quantum Computing?

이처럼 시뮬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대용량 연산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정보의 손실을 감안한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클래식 컴퓨터가 수용가능한 수준의 문제로 치환하여 진행할 수 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팅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현실적인 상황을 잘 반영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적화 ( Optimization )

사실 최적화라는 단어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넓게 보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도록 프로세스나 방법을 개선하는 모든 활동이 모두 최적화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죠. 이렇게 보면 위에서 말한 시뮬레이션의 개선도 광의의 최적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다루어야 할 범위가 너무 넓기에 여기서는 대상을 배열 또는 조합하여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는 문제로 한정지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에서는 대표적으로 포트포리오 최적화를 들 수 있죠.

포트폴리오의 사전적 의미는 원래 서류가방이나 자료 수집철 등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금융에서는 투자 대상이 되는 각종 자산들의 집합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죠.

출처 : https://www.holisticinvestment.in/how-to-optimize-your-portfolio-for-outstanding-returns/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은 결국 자산을 분산 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되면 분산 투자 전보다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위험을 줄이면서 기대 수익률을 최대로 가져가는 자산들의 집합을 찾는 것이고, 따라서 결국 투자 가능한 자산을 선택해서 조합을 만든다는 점에서 조합 최적화 문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조합 최적화 문제는 클래식 컴퓨터로 해결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는 문제(보통 NP-hard 문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투자할 수 있는 100개의 금융 상품이 있다고 한다면 산술적으로 예상 가능한 경우의 수는 2¹⁰⁰ 개가 되죠. 클래식 컴퓨터로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해보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연산방식이 다른 양자 컴퓨터는 훨씬 더 적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최적 조합을 찾는데 비현실적인 시간이 소요될 경우 보통 완벽한 솔루션 대신 제약 조건을 이용하여 근사적인 해를 찾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 또한 잘 작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활발히 진행 중인 조합 최적화와 관련된 양자컴퓨팅 연구들이 현실 문제에 적용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면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 있는 제약 조건 대신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솔루션을 얻게 될 수도 있겠죠

머신 러닝 ( Machine Learning )

머신 러닝은 컴퓨터에게 프로그래밍을 통해 명시적으로 학습 과정을 가이드해주는 방식 대신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분석, 스스로 패턴을 학습하고 활용하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론을 말합니다. 앞에서 알 수 있듯이 머신 러닝의 핵심이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라면 금융에서 패턴 학습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문제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연히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사기 거래 탐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사기 거래 탐지는 과거의 거래 데이터로부터 정상적인 거래의 패턴을 학습하여 이와 패턴이 다른 비정상 거래가 유입되었을 때 사기 의심 거래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금융 시장이 복잡해지면서 고도화된 사기 거래가 급증하는 만큼 금융회사에 있어 사기 거래 탐지는 수익을 만드는 활동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출처 : https://www.tibco.com/ko/reference-center/what-is-fraud-detection

여기서 “지금도 머신 러닝이 잘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왜 양자 컴퓨터가 필요하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아마도 고려해야 할 변수(Dimension)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이 많이 사용하시는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1년 국내 연간 신용 및 체크카드 승인 건수는 약 234억 건 (일 평균 6,400만건)으로 그 규모는 거의 1,000조에 달합니다. 이 규모는 매년 늘고 있죠. 이렇게 많은 거래 중 사기 거래를 잘 찾기 위한 고민은 계속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때 20여 개 내외의 규칙(Rule) 기반 모형이 표준처럼 사용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기존 금융 데이터 외에 통신, 유통 등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접목하여 고객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활성화되었고,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 외에도 금융상품 추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 같은 이유로 머신러닝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는 손쉽게 찾을 수 있죠.

결국 머신 러닝의 성능을 좌우할 변수와 데이터는 계속 늘어가는데 이를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가 감당할 수 없다면 당연히 양자 컴퓨터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오류 내성(Fault-tolerant) 하드웨어 개발, 충분한 논리 큐빗 확보 등 현실 문제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머신 러닝을 양자 컴퓨터로 수행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금융에서 양자 컴퓨팅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 보았는데요. 그럼 마지막으로 금융에서 양자 컴퓨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생각해보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BCG 가 21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자컴퓨터가 향후 15 ~30년 내에 700 ~ 1300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금융 분야에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bcg.com/publications/2021/building-quantum-advantage

이런 어마어마한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여러분은 기대되시나요?

정확한 규모를 단언할 수 없지만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글로벌 금융사들의 노력을 감안하면 결국 “금융 분야에서의 퀀텀 점프는 “희망”이 아닌 “시기” 의 문제이다 .” 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영역이 언제든지 부각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시고 늘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KQC도 양자컴퓨터가 금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로 찾아뵐 날이 곧 왔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QC는 상용 양자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의 연구/개발을 학계와 업계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물론 양자 컴퓨팅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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