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무거움

성재민
Korean Medium Post
Published in
3 min readMar 16, 2015

글쓰기는 쉬운 일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글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에 푹 빠져있었고, 수많은 자료와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상황은 소셜미디어 마케팅 초창기였다. 누구나 소셜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전문가'라고 부를만한 사람도 없었으며, 소셜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였나보다. 나는 매일 글을 썼다. "소셜미디어마케팅은 이래야 한다"며 훈수두듯 거의 매일 글을 썼다. 서툴렀다. 섣불렀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 썼던 글들은 지금까지 읽어볼만한 것들도 있지만, 몇몇은 낯이 뜨거울만큼 나름의 자신감에 차 있던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한 없이 가벼웠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한없이 무거워진 글쓰기의 중압감

최근 1년 사이였나보다.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제안서도 쓰고, 문서도 쓰고, 고객사를 위한 블로깅도 한다. 나를 위한 글쓰기, 내 생각을 정리하는 내 블로깅만 어렵다. 한 줄 써내려가기가 부담스럽다. 아마 그동안 내가 써 온 글들이 얼마나 섣부른 것이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일테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소셜미디어 마케팅 업계에서 커리어아가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되면서, 이것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어려운 일인지, 단지 한두가지 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한 줄 한 줄이 부담스럽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려움의 실체(?)는 내가 가진 내공의 얕음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내가 글을 통해 나타낸 지식이나 시각이 매우 수준낮은 것이면 어쩌나 하는, 스스로의 얕음을 잘 알기에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불과 1년 사이, 나는 그렇게 즐거움보다 걱정이 더 많은 사람이 되었나보다.

생각은 깊게, 글쓰기는 가볍게

수년간 글을 써 온 사람으로서,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관한 졸저도 출간한 입장에서 글쓰기를 놓는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조금만 시간이 나도 뭔가 써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글쓰기를 위해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도, 금새 겁을 내고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알고 있고, 변해야 함을 느낀다. 디지털시대에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대화를 통해 그 생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말하는 린(Lean)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직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만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하나의 출사표다. 블로깅을 다시 시작한다. 생각은 깊지만 글쓰기는 가볍고 경쾌하게 쓸 것이다. 무겁지만 다시, 글을 쓰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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