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위기

minbok
Korean Medium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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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Nov 9, 2015
2014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실망한 브라질 응원객 (출처)

2015년 9월 10일, Standard & Poor’s는 브라질 국채의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 시켰다. 그때문에 이미 낙하하고 있던 브라질 경제는 아예 수직 낙하를 시작했고 환율이 R$4/US$를 넘기도 했었다. 하지만 3대 등급 기업들 중 Moody’s와 Fitch는 브라질의 등급을 아직 투기로 비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다.

왜죠?

스탠다드 앤 푸어즈의 친구이자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주아낑 레비(Joaquim Lévy) 재무부장관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9월달에 괜히 등급이 낮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9월달은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브라질 또한 2016년 예산안을 슬슬 공개할 때이다. 국회 의결을 거쳐 배정되는 것 또한 한국과 동일. 다만 올해 만드는 내년도 브라질 정부 예산안은 좀 특별해야 했다. 작년 말부터 지표가 계속 안 좋고 내년도 안 좋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Joaquim Lévy 재무부장관 (출처)

그래서 레비 장관은 2016년 예산안을 긴축 위주로 편성했다. 정부 재정 적자 규모부터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는 충분했다. 원래 2015년 적자 규모가 GDP의 -0.5% 수준이라고 했지만 중반 이후, -0.8% 수준으로 적자가 오를 것이며, 환율 영향으로 인해 -1.5%까지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래 2015년에는 +1.2%가 목표였다.

레비 장관은 2016년 예산을 +0.7% 목표로 하도록 구성을 하고 요구액을 정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출해 놓고 G20 재무부장관회의에 나가려 하기 하루 전…

정부는 적자 예산안을 의회에 통보했고, 레비는 그 사실을 알고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레비는 사표를 던지기 직전에 S&P에게만 자신의 사표 투척 사실을 알렸다. 그에 따라 S&P는 곧바로 브라질의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수정했다.

왜 더 일찍 투기 등급이 되지 않았던가? (출처)

…정부는 다급해졌다. 대통령은 재무부장관의 사표를 반려 시키고 예산안도 반려했다. G20 재무부장관 가는 도중에 호세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신임한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레비는 원래 예산안대로 돌려줄 것과 자신에 대한 신임을 요구했었고, 시장은 다시 안정화됐지만 S&P는 등급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

왜죠?

좋아질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Moody’s와 Fitch는 브라질을 지켜보고 있다고 판단되며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초 즈음에 투기 등급으로 브라질을 강등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레비의 긴축을 동반한 수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보자.

예산안 불발 -> 탄핵이 아니더라도, 재정수지를 위한 정부관리가격의 인상 불가피 -> 인플레이션 심화 -> 중앙은행금리(Selic)을 현 14.5%에서 17–18%로 인상 -> 환율은 더 급등 -> 인플레이션 더욱 심화…

11월 3일, 레비 장관은 회계감사원을 나서면서 크게 넘어졌다. (출처)

그럼 왜 예산안 통과를 못 시키는데? 연정을 맡고 있는 PT와 PMDB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흉은 룰라이다.

왼쪽부터 지우마 대통령, 룰라 전대통령, 쿤야 하원의장 (출처)

룰라는 2010년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일부러 제일 권력이 약한 지우마 호세프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 당선 시켰었다. 호세프 다음을 노리는 한편, 그는 호세프에게 “상왕”으로 군림했었지만, 그나마 룰라가 PT당과 PMDB당을 잘 연결 시키는 끈 역할을 했었다. 지우마도 그게 싫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일단 지우마 1기 때 있었던 “높은 월급(Mensalão)” 사건은 좋게 좋게 넘어갔다.

당시 주간지 Veja 표지, 그도 알고 있었을까?

…그러나 페트로브라스 사건, 일명 “Lava Jato”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룰라는 물론 집권당인 PT와 PMDB, 일부 야당까지 모두가 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고 하니, 페트로브라스 사건이 더 커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경우, 대통령(PT)과 부통령(PMDB), 하원의장(PMDB)이 모조리 탄핵당하거나 사퇴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페트로브라스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러니까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환율은 이미 4를 훌쩍 넘겼어야 했었다.

(여담이지만 쿤야 하원의장은 자기가 살기 위해 지우마 탄핵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소속 정당인 PMDB가 아직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고 있다. 계산이 복잡할 것이다.)

11월 8일 일요일 상파울루에서 있었던 쿤야 하원의장 규탄 시위. 친PT인 MTST(판자집노동자운동)가 주최했으며 경찰 추산은 천 명, 주최측 추산은 2만명이 운집했다. (출처)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공식적으로 이혼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PT와 PMDB의 밀월기간은 끝났으며 늦어도 다음 대선 때 PMDB는 야당(PSDB, 원래 PSDB에서 갈라져 나온 당이 PMDB이다)에 붙을 것 같다. 게다가 현재의 R$3.8/US$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커녕 예산안 통과 여부와 정치불안정이 완전히 다 반영이 안 됐다.

환율이 더욱 더 올라가리라는 의미다. 인플레이션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에 반해 저축률은 하락할 수 밖에 없고 말이다. 룰라는? 정말 은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 임기 내내 국내 소비 진작(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만 펼쳤지 국내 산업 재편이나 효율성 진작은 전혀 이루지를 않았었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언제 쯤 상황이 호전될까? 브라질은 언제나 잠재력(만?) 있는 나라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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