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뉴스를 읽지 않나요?”

Taehoon Park
Korean Medium Post
Published in
7 min readSep 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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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 할 사이는 과장이고, 조금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 뉴스퀘어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외부적으로는 별 문제없이 평탄한 것 같았던 우리는 지난 1년간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느꼈을까? 갑자기 생각하려니 잘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글의 형식을 빌어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야겠다. 일단 먼저 쓰는 글은 내가 뉴스퀘어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자 질문인 ‘왜 사람들은 뉴스를 읽지 않을까?’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정말 뉴스를 읽지 않는다

일단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뉴스’의 범위를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소제목의 ‘뉴스’는 단순히 세상 여러 곳에서 터지고, SNS와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는 모든 종류의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치, 경제, 국제… 등 고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무겁고 칙칙한 단어들이 나부끼는 ‘경성 뉴스’에 한정한다.

사람들은 뉴스 그 자체를 개인적으로건 사회적으로건 중요하다 여긴다. 다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까지가 사용자가 뉴스에 보이는 최후의 애정이자 관심이다. 중요하다 여기면 무언가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매우매우매우매우 개인적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하나, 다함께 자신을 되돌아보자.

“당신은 건강이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당신은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가?”

“아!!!!!!!?”

… 여기까지… 선험적 지식을 통해 이내 가정이 허황됐음을 증명해보았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런 부정의 기운이 뉴스퀘어에 악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이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왜 뉴스를 읽지 않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밑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왜 사람들이 뉴스를 읽지 않는지 쥐똥만큼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왜 뉴스에 척을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바쁘다는 이유 때문입니까?

작년 제 5회 프라이머 엔턴십에 참여했을 때, 우리 팀의 멘토링을 맡아주신 권도균 대표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바빠서 뉴스를 읽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에요. 그저 뉴스를 읽는 것이 본인 삶의 우선순위 밖에 놓여있을 뿐이죠”

최근에서야 작년 겨울 권 대표님이 우리에게 해 준 조언이 다시 생각났다. 당시 나는 ‘내 서비스’, ‘정해진 방향과 기획’이라는 늪에 빠져 이 말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 곱씹어보니 토씨 하나 안틀리고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바쁜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사람에게 특정 행위가 어떤 이유에서 중요하다면 결국 그 사람은 그것을 하고야 만다. 아무리 피곤해도 웹툰을 봐야만 숙면에 빠지는 누군가에게 ‘웹툰 열독’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꿀잼’이라는 요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우선순위 상위 목록에 ‘뉴스 읽기’라는 항목을 추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니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1. 애초부터 뉴스 읽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을 우리의 타겟으로 설정해 공략한다.
  2. 뉴스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 조금이라도 상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한다.

1번의 경우, 2번에 비해 이야기할 거리가 적으니 일단 생략한다. 핵심인 2번 방법을 짚어보자.

뉴스가 우선순위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일단 독자가 뉴스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최면술 따위의 소름돋는 방법은 접어두자… 한국에 거주하는 32세 평범한 대기업 직장인에게 “터키에서 첫 직선제 대통령이 탄생했다” 등의 뉴스는 우선순위를 벗어나다 못해, 우주 먼지 수준의 관심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에게 터키에 대한 관심을 심어줘 터키 관련 뉴스를 꾸준히 챙겨보게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업무, 학업 등의 강제적 요소를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드라마, 영화, 음악 감상, 게임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술 마시기, 사람 만나기 등 매우 다양하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다양한 일들은 삶의 우선순위 중 각기 다른 위치에 놓여있다. 또한 분명한 것은 이들의 우선순위에 뉴스를 읽는 것보다 위에 나열한 다양한 활동이 더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특정 목적을 위해 뉴스 소비를 하는 것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미’라는 놈은 삶의 우선순위 상위 랭커다

그럼 위의 활동들은 어떤 공통점을 지녔기에 뉴스 소비보다 높은 우위를 지니고 있을까? 드라마를 볼 때, 게임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사람을 만날 때, 각각이 전달하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슬픈 드라마라면 당연히 슬픔을 느낄 것이고,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면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하나, 이 모든 것들의 상위에는 단 하나의 핵심 키워드가 존재한다.

바로 “재미”다.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물을 쥐어짜도 결국 시청자는 재미를 느끼며 본방사수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쏟아내는 과거의 추억도 곧 재미가 된다. 휴재를 밥 먹듯 하는 웹툰 작가에 짜증이 날 법 하지만 웹툰 구독을 단 한주도 빼먹은 적이 없는 누군가에게는 기다림도 곧 재미다.

결국, 사람은 재미있는 무언가에 반응하고, 그것을 곧 본인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자 노력한다.

이제야 뉴스가 왜 우선순위의 저만치에 찌그러져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뉴스는 정말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정말 재미가 없다. 최근 일주일 간 저녁 9시에 하는 지상파 뉴스를 보며 ‘키득’거린 적이 있는가? 아쉽게도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뉴스를 보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몸소 경험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편의점 가서 조간 신문 읽어보면 된다.

“그럼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하하… 그렇죠 뭐…하하하하…ㅋ”

30년 전의 메이저 언론사 신문 1면 하나와 요즘의 1면 하나를 비교해보면 그 형식의 변화가 얼마나 미미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언론에 ‘재미있는’ 뉴스를 바라는 것은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언론은 재미를 추구하기 이전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사명이 있기에 무작정 ‘재미있는 뉴스’를 추구해야 한다고 쪼기도 힘들다.

뉴스에게 재미란…?

이 정도 고민을 했으면 이런 의문이 문득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뉴스가 재미있다는 게 무슨 의미지?”

훌륭하다. 당신도 뉴스 덕후가 될 수 있다는 작은 징후다. 만약 여기까지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뉴스퀘어로 오라!!!

채용문의 : 010–62xx-xxxx…

뉴스는 결국 콘텐츠다. 유무선을 통해 특정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모두 콘텐츠다. 핵심은 ‘만족을 주느냐’ 여부다. 우리는 요즘 ‘뉴스 콘텐츠’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그렇다면 뉴스는 독자에게 만족을 주고 있는 것인가?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다. 만족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뉴스를 통한 만족은 무엇인가? 뉴스를 보는 사람들을 ‘껄껄’ 웃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올바른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용자가 그 내용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뉴스가 사용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이곳저곳 기사 안에 배치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Immersive Storytelling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고, Vox나 Circa 같이 기사의 형식 자체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Buzzfeed와 같이 리스티클 형식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한 방법을 통해 독자가 뉴스에 만족을 느낀다면

뉴스도 곧 ‘콘텐츠’다.

뉴스퀘어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독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아직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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