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애플, Check Point

APPLE Has Just Started Next ‘SPACE ODYSSEY’


We’ll not quite finished yet. We have One More Thing — Tim Cook

정확히 3년 만이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유작 아이폰4S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One More Thing’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나온 것은 단순한 시계, 스마트워치가 아니었다. 애플의 두 번째 클라이막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서막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애플워치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미 잔치는 끝나지 않았는가. 오늘은 애플 그 자체를 얘기하고 싶다.

이날 키노트에 대한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호평과 혹평이 마치 정치, 종교 싸움처럼 날카롭게 서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아이폰6, 6+, 애플페이, 애플워치가 옳다, 그르다 문제가 아니다. 애플이 이날 어떠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는지에 관심이 갔다. 키노트는 끝났지만 집어넣은 펜, 아니 키보드를 다시 꺼낸다.

http://youtu.be/-ZrfXDeLBTU

키노트가 시작하고 41분 28초, 저스틴팀버레이크와 지미 펄론의 어색한 아카펠라에 맞춰 아이폰6와 6+가 등장한다. 국내 언론은 이를 두고 불협한 화음이라고 조롱하더라. 잘못 해석하셨다. 이들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음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테마송이다.

믿기지 않는가? 아래 영상을 눌러보면 된다.

http://youtu.be/QwxYiVXYyVs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키노트의 클라이막스에 다시 한 번 메시지를 전달한다.

One More Thing에서 나오는 첫 장면이다. 이 장면 뒤에 애플워치가 등장한다. 이 장면도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포스터이자, 영화 20분 쯤에 나오는 지구의 장면과 꼭 빼닮았다.

이후 무중력 상태의 애플워치들이 등장한다. 마치 지구가 아닌 것처럼. 우주에 나온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남혜현 선배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팀 쿡의 야심작 ‘애플 워치’는 시계의 서사를 그려내며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불러왔다. 원시 문명에서 우주 시대로 인간 문명의 진화 비밀을 탐구한 이 명작이 애플워치에 차용되면서, 시계는 아날로그에서 스마트 기기로 거듭난다.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의 이미지처럼, 애플워치는 그렇게 전혀 새롭지 않은 ‘시계’라는 기계를 ‘충격을 던질’ 새로운 무언가로 탈바꿈한다. 역시 대중이 영화를 보았든 안 보았든 상관은 없다. 팀 쿡이 소개한 동영상에서 애플워치는 시종일관 공중을 유영하듯 떠돈다. 그 어울렁 거리는 화면에서 계속해 바뀌는 시계줄(스트랩)은 보는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무중력을 체험하게 한다. — 애플은 왜 ‘스마트 기기’가 아닌 ‘시계’를 택했나 中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어떠한 영화인가. 아래는 간단히 서머리한 줄거리.

인류는 문명을 가르쳐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우주선 디스커버리호를 띄운다. 초현대적인 실내 장치와 구조물을 갖춘 우주선에는 선장 보우만과 승무원 폴이 있다. 그런데 우주선 컴퓨터 ‘할(HAL 9000)’이 반란을 일으키며 디스커버리호는 혼란에 빠진다.
할은 폴을 우주선 밖으로 던져버리고, 보우만까지도 모선 밖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보우만은 필사의 노력으로 할을 제압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성 궤도에서 문제의 검은 돌기둥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우주의 급류에 휘말린다.
이때 보우만은 신비한 시간 흐름을 경험한다. 지구에 돌아온 보우만은 임종을 맞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숨을 거두며 마지막으로 검은 돌기둥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이제 막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태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 태아는 새로 태어나는 보우만 자기 자신이다.

당시 나는 애플워치와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아이폰은 사람들의 손목에 걸려 있는 시계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2014년 9월 9일. 애플워치로 돌아왔다. 시계를 내쫓았던 다시 그 지점으로 말이다. — 2014, 애플워치 오딧세이 中

내가 쓴 기사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애플은 단순히 애플워치를 공개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로 다시 시장을 선도하고자 할 목적으로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꺼내지 않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애플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1976년 스티브잡스의 차고에서 ‘애플컴퓨터’가 탄생한다.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과 함께. 이들은 수많은 고초를 견뎌내며 애플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잡스는 9년 뒤 경영 분쟁으로 회사에서 쫓겨난다. 이후 망조를 거듭하던 애플은 1997년 잡스를 임시 CEO로 임명한다. 그는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며 음악 시장을 바꿨고,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 2011년 10월 5일. 그의 마지막 유작 아이폰4S를 남긴 채.

이후 팀 쿡이 애플을 이끌어나간다. 그가 3년 동안 줄곧 듣던 이야기는 ‘혁신이 없다’ ‘잡스가 떠난 애플은 끝났다’와 같은 부류의 비판 혹은 비난들이었다.

그가 3년만에, 잡스 없는 애플에서 ‘One More Thing’을 외쳤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보우만이 가리킨 검은 돌기둥처럼. 인류에게 문명을 가르쳐준 검은 돌기둥, 그 안에 보우만 자신이 다시 태어나듯. 이날 애플의 선포는 원래의 애플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다시 시작. 재탄생. 부활의 의미다.

애플판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클라이막스에는 애플워치가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뒤를 아이폰이 받쳐준다.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거대 업체들을 연결하는 애플페이가 있다.

잡스는 떠났지만 애플은 있다. 그의 아이폰은 떠났지만 아이폰이 만든 생태계가 있다. 애플은 애플 자체로 숨쉬고 살아있다. 잡스 없는 애플의 재탄생. 그것이 바로 2014년 애플 키노트의 메시지다.

My God! it’s full of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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