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 산책

2014 독서목록 70/149 (2014.6.24)


[이탈리아 디자인 산책 : A WALK AROUND ITALIAN DESIGN] — 임종애/나무[수]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의 [바로잉]이라는 책을 보면, 좋은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경쟁자들의 아이디어를 베끼면 해적이라는소리를 듣지만, 나와 관련이 없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창조적인 천재라고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없는 곳을 기웃대는 것도 어쩔때는 꽤 재미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디자인 책을 골랐다.

나는 워낙 예술적 감각엔 젬병이다보니 뭔가를 잘 그리내고 색을 잘 조합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위대해 보인다. 내가 디자인의 위력을 체험했던 건 2009년에 처음 아이폰 3gs를 사서 손에 쥐었을 때 였다. 그냥 보기에 별거 없어 보였는데 손에 잡히는 느낌이 뭐랄까,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이 있었고, 그 느낌은 한참을 갔었다. 그렇게 좋은 디자인은 내 삶에 들어왔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밝히면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의류, 주방용품, 자동차 등의 디자인을 가볍게 소개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눈이 돌아가는 멋진 디자인을 보고 있자니, 저런 물건들로 집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슬쩍하니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에서 소개되고 있는 것들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가격이란 걸 알기에 나는 그냥 책으로 눈요기만 하기로 한다.

이 책은 전문적인 디자인 책도 아니고, 한가지 분야에 대해서 깊이있게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체를 언급하다보니 깊이없이 화려하기만 하다. 이탈리아 디자인을 유독 좋아하시는 분이나, 눈요기가 필요하신 분에게는 가볍게 권해보겠지만, 그런 분들도 이미 이런 류의 잡지를 많이 보고 계실테니 크게 얻을 것은 없을 것 같다.

한줄요약 : “이탈리아 디자인 최고다”

★★★☆☆


한창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디자인 철학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허무하게도 ‘철학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멋진 대답을 기대했던 나의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디자인은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만들어지지만 그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했다. 디자인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먹고, 즐기고, 사랑하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탈리아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이 디자인의 시작이며 본질이라는 것이다. p.12

어쩔 때 누가 물어보면,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지만 내 스스로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평소에 신념 정도야 있지만 말이다. 철학이없다는 것도 꽤 인간적이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회사 카펠리니 전시장. 카펠리니사는 디자이너의 다양한 개성을 존종하고 참신한 디자인을 위해 기술적인 실험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p.22

http://cappellini.it/it


‘빛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Ingo Maurer가 디자인한 ‘더블 씨 퓨처Double C Future’ 조명이다. LED와 함께 초절전 에너지라 불리는 OLED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넘어 조명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조명 디자인의 선구자이다. p.26

http://www.ingo-maurer.com/en/products


2013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네덜란드 회사 무이moooi 전시장, 매혹적인 사진과 마네킹들의 포즈로 인해 제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p.27

http://www.moooi.com/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자이크 타일 회사 비사차는 수천 년 내려온 이탈리아 모자이크 일의 역사와 전통을 승계하고 있다. 오늘날 비사차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간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p.36

http://www.bisazza.com/


막시밀리아노 푹사스는 유명한 건축가이지만, 장르와 분야를 불문하고 섬세하고 기능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한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주방용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p.57

http://www.allmodern.com/Alessis-Massimiliano-Fuksas-Doriana-Mandrelli-Collection-X69706.html


1928년 지오 폰티Gio Ponti가 창간한 잡지 <도무스Domus>는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잡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무스>는 세계에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무스>뿐만 아니라 <인테르니Interni>, <카사벨라Casabella>, <모도>, <오타고노Ottagono> 등의 디자인 잡지들 또한 이탈리아 디자인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p.72

http://www.domusweb.it/it/home.html

http://www.internimagazine.it/

http://casabellaweb.eu/

http://www.ottagono.com


스테파노는 장난스러운 작품을 선보이지만 디자인을 대하는 방식까지 가볍고 장난스러운 것은 아니다. 디자인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매우 진지하며 그의 유머는 디자인을 더 새롭고 더 창의적이며 더 기발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유머와 재미,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늘 예리한 감성과 진지함으로 디자인과 마주한다. 사물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이해하기에 그가 다지인 속에 담아낸 유머는 더욱 더 끈끈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 p.82

http://www.stefanogiovannoni.it/it#


도메니카 카세로레Domenica Casserole는 알레시사의 식기 디자인 세트 중 하나다. 이 식기 세트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부인인 엘리사 조반노니Elisa Giovannoni로, 그녀도 그와 같은 디자이너이자 저널리스트이다. 내가 스테파노의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큰 테이블 한가득 자신이 디자인한 알레시사의 여러가지 냄비들을 꺼내 보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소개해주었다.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녀의 가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 메니카는 이탈리아어로 ‘일요일’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일요일 만찬을 떠올리며 이 도메니카 카세로레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식시에 그치지 않고, 일요일 오후 가족과의 행복한 식사 시간까지 선물한다. p.94

https://www.google.co.kr/search?q=alessi+domenica+casserole&newwindow=1&safe=off&hl=ko&site=webhp&source=lnms&tbm=isch&sa=X&ei=UZCmU6SFNdWC8gXL6YCICA&ved=0CAYQ_AUoATgU&biw=1366&bih=657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가 디자인한 알레시사의 식기류 세트 ‘드라이Dry”는 1980년대 숟가락과 포크에 ‘이탈리아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힌 동시에 알레시사의 기념비적인 디자인으로 남았다. 이탈리아 산업디자인의 선구자라 불리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특징인 간결한 선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잘 살아있다. 이 깔끔하고 친근한 식기류를 보고 있으면, ‘디자인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p.97


파비오 노벰브레의 디자인은 철학적이며, 이탈리아 역사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디자인에 고스란히 담아내, 파비오 노벰브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의자이다. p.121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 디자이너로 단순한 패턴을 입체적으로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밑에서 실무를 쌓은 그녀의 디자인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서정적이어서 마치 수채화 같다. p.130


도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빵Panna 의자, 이 소파는 <내셔널 지오그라피> 잡지를 보다가 미래 섬유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파는 흡사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빵처럼 보이는데, 섬유를 둥글게 말아 가마에서 구워내면 이런 형태처럼 된다고 한다. 푹신한 솜 위에 앉은 것처럼 포근함을 가져다주는 소파이다. p.131


소파의 이름 모르페오Morfeo는 ‘자다, 꿈꾸다’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잠자는 소파’가 된다. 앉는 부분을 당기면 침대로 변하기 때문인데, 편안하게 쉬면서 잠을 잘 수 있다. p.133


프란체스코 빈파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소파로도 유명한 에드라의 플랩Flap 소파를 디자인했다. 그는 처음 만난 나에게 “왜 한국 사람들은 침대에서만 사랑을 해?”라고 말해 나를 당혹케 했다. 이런 정열적인 모습이 그의 디자인에도 그대로 나타나, 사랑에도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부드럽고 편안하며, 때로는 정열적인 남녀의 사랑의 완성을 이끌어내는 디자인,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사람들이 소파에서 하는 행동을 최대한 만족시켜주는 디자인이다. p.137


제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디자인이 도약하는 발판을 만든 디자이너 지오 폰티는 디자인의 흐름이 클래식에서 모던으로 변화하는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지오 폰티가 디자인한 카시나Cassina의 ‘슈퍼레게라Superleggera’의자. 이 의자는 아이도 들 수 있을만큼 가벼운 의자인데, 그만큼 소재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디자인이다. p.148


이탈리아 명품 가구 회사 카펠리니의 아트디렉터 줄리오 카펠리니는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매의 눈으로 집어낼 줄 아는 예리한 능력을 가졌다. 그가 있었기에 마르셀 반더스의 매듭 의자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p.176


그의 조명 디자인 중에 솔라 트리Solar tree라는 가로등이 있다. ‘태양 나무’라는 뜻의 이 가로등은 가로등이라고 부르기 아까울 정도로 그 형태가 조각품처럼 아주 아름답다. 식물을 닮은 형태와 식물을 통해서 비치는 빛이 마치 한 그루의 빛의 나무, 태양 나무처럼 보이는 조명이다. 가로등 아래쪽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식물과 연결되어 자연스레 화분처럼 보여 미관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한 디자이너의 따뜻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조명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 낮 동안에는 태양광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그 에너지로 불을 밝힌다. 태양광 발전 장치가 디자인 안에 숨어 있고 조명에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서 주변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가로등이 켜지고 꺼진다. 마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불을 조절하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솔라 트리는 자연적이고 사회적이며 미적인 욕구까지 만족시킨 혁신적인 공공 디자인으로 손꼽힌다. 도시 환경의 미적 요소를 유지하면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이용해 기술과 디자인 사이의 완벽한 공생을 이루어낸 것이다.

솔라 트리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빛이 우리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빛이 가져다주는 위안을 알기에 그들의 일상은 조금 더 풍요롭다. p.196


조명과 그 조명이 놓이는 공간을 함께 생각하는 또 다른 회사, 단순함 속에 화려함을 자랑하는 플로스Flos사의 디자인은 언제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다. 플로스의 요청으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체펠린Zeppelin 조명을 디자인했다. 그는 평소 존경하며 따르던 이탈리아의 선구적인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1960년대 코쿤 램프의 영향을 받아 이 조명을 완성했다. p.204


마르셀 반더스가 플로스사에서 디자인한 또 다른 조명, 하늘 정원Sky Garden은 미니멀하면서도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조명의 갓은 마치 볼Bowl을 엎어놓은 듯 아무 장식 없이 깔끔하고 단조롭게 디자인되었지만, 안쪽은 전혀 상반되게 꽃문양들이 석고 부조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자칫 밋밋하게까지 느껴지던 조명에 불이 들어오면 화려한 옛 궁전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단순함과 화려함을 대비시켜 디자인의 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마르셀 반더스의 디자인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제품이다. p.206


세계 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은 타고난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연출해내는 화려한 옷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고전적인 색의 논리에 입각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색의 3요소인 색상, 명도, 채도가 오늘날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영감의 원천인 것이다.

미쏘니Missoni는 패션이 아니라고 치부되었던 니트의 가능성을 끌어내어 니트를 평상복에서 오피스 룩까지 다양한 패션으로 만들어낸 니트웨어의 대명사이다. 미쏘니의 니트는 다양한 색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데 40여 가지의 기본 색상을 가지고 10가지씩 선택해 색의 그룹을 만들어내면서 조합한다. 때론 색의 조합이 민속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중간 채도와 낮은 채도, 강한 포인트의 색상과 근접한 색상끼리의 조화를 꾀해, 중장년층 분위기에 맞춘 고급스러운 니트부터 젊은 층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니트까지 다양한게 제작한다.

어떤 명품이든 오랜 시간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쏘니의 니트는 색의 조화에만 치중하지 않고 기술과 조합시켰다. 오렌지색 스웨터를 만들 때 오렌지색의 실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붉은색과 노란색 실을 엮어서 오렌지색을 만들면, 화음이 내는 풍부한 음색처럼 니트의 색이 더욱 풍부해 보인다. 굵기가 다른 실, 질감이 서로 다른 실을 엮어 만드는 미쏘니의 섬세한 니트는 오늘날까지도 진화를 거듭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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