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네덜란드어권(플란더스)과 프랑스어권(발롱)으로 나뉜다. 각 언어권별로 우파와 좌파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 언어권에 속하는 정파들끼리의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를 세우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게 마련. 가령 현재 총리인 디 루포의 좌파 정부는 선거 이후 세워질 때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 다른 말이지만 그런 현상이 워낙 많기에 만화의 나라(…) 벨기에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죽 정부 세우기가 힘들면, 국왕이 직접 포르마퇴(formateur)를 임명할까? 포르마퇴의 역할은 정부 세울 때까지 정당간 협상을 주도하여 내각을 계획하여 국왕께 보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포르마퇴가 나중에 총리가 되며, 디 루포도 포르마퇴 역할을 했었다. (불어 단어이기에 생소하실 수 있는데, 국왕 및 브뤼셀은 프랑코폰이니 당연하달 수 있겠다.)

그래서… 사실 5월 유럽 의회 선거를 할 때 유럽 의회 선거에 주목하다가 벨기에 총선을 놓쳤었다. 뭐, 놓쳐도 된다. 어차피 5월-6월에 정부가 세워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가?!) 총선 결과는 집권 좌파 연정의 패배였고, 새로이 우파 정권이 올라가게 생겼는데, 최근들어 관측되는 결과가 한 가지 있다.
가면 갈수록 지역주의가 짙어진다는 점이다. 가령 브뤼셀과 발롱 등 불어권에서는 좌파가 좌파가 아닌 불어권 지역 정당화 되어가고 있으며, 네덜란드어권에서는 우파가 플란더스 지역정당화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우파가 승리하기는 했어도, 우파 정당들 끼리 정부를 만들어보자!고 하여 만남을 가졌더니만…

4개의 정당이 모였는데(모두 우파다) 3개는 우파가 석권한 네덜란드어권(N-VA, CD&V, Open VLD), 1개가 좌파가 그런대로 자리를 차지한 불어권(MR)이었다. 언어권별로 평등하게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지침이기 때문에 이거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해졌다는 뜻.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국왕은 포르마퇴를 사진에서처럼 2명 임명했다. 플란더스 기민당(CD&V)의 페이터르스(Kris Peeters, 오른쪽)와 발롱 개혁당(MR)의 미셸(Charles Michel, 왼쪽)이다.
여러 가지 기사를 종합해 보면, 대략 3개월간 이 둘이 중심이 되어 협상을 상당히 진전 시켰으며, 결국은 오른쪽의 페이터르스가 총리가 되고, 내각은 언어별로 “적절히” 배분하는 것으로, 생각보다 일찍 정부가 만들어질 것 같다(그래도 몇 달 더 지날 수도 있다). 기사는 바로 국왕께 보고를 할 것이며, 휴가철 끝난 이후에 다시 협상한다는 내용.
그런데 재미나는 별명이 한 가지 있다. 이번 연정의 별명이 “스웨덴 연정(coalition Suédoise)”이다. 우파의 상징인 파란색과 기민당의 상징인 십자가, NVA의 상징인 노란색이 스웨덴 깃발 색깔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스웨덴의 반응은 알 수 없다). 뭔가 “스웨덴”이 붙으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동양 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유럽인들도 그리 생각하는 모양. (미국도 “스웨덴”! 하면 무조건 좋게 여기는 모양이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Be Kind Rewind” 참조)

문제는 이들의 연정 별명이 처음부터 스웨덴 연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원래는 “가미가제 연정(coalition kamikaze)”이었었다. 참조기사에 그 의미를 풀어 놓은 벨기에 언론의 기사를 붙여 놓았는데, 기사가 너무 점잖게 나왔다. 가미가제가 칵테일 이름이기도 하지만 원래는 자살 특공대다. 이번 연정이 자살에 가까운 연정으로서 우려스럽기 때문에 가미가제라는 별명이 붙었었다는 얘기다.
이번 연정에 들어가게 되면 N-VA는 당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에 들어서게 된다. 자꾸 N-VA, N-VA 해서 궁금하실 텐데 N-VA는 “새-플란더스 동맹(Nieuw-Vlaamse Alliantie)”의 약자로서 정당의 목표 중 하나가 플란더스의 분리독립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벨기에 왕국의 적(!).

물론 N-VA 얘기를 하자니 글이 너무 길어지는 감이 없잖은데, 그래도 해야겠다. N-VA는 원래 국민연맹(Volksunie)이라는 우파 정당이 쪼개지면서 생겨난 정당인데, 플람스 블록(Vlaams Blok)도 국민연맹에서 태어난 “형제” 정당이었다. 왜 갑자기 다른 정당 얘기를 하냐 하실 텐데, 이 정당 얘기를 해야 한다.
벨기에 대법원의 판결로 자체 해산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플람스 블록은 N-VA보다 더 극단적인 우파로서 아예 반-유대주의도 심한 정당이었다(가령 안네 프랑크는 진짜인가? 유대인 학살은 거짓말 아닌가? 이런 걸 진지하게(!) 논의했었다). 그래서 결국 해산이 되어버렸고, 그 뒤를 이은 극우파 정당인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이 생겨났고, 플란더스의 독립 및 파시즘(…)을 전파하고 있는 중.

이 플람스 벨랑보다 약간 온건한 형제(라고 하면 욕하겠지만 말이다) 정당이 N-VA이다. 그래서 N-VA가 연방정부에 들어서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래서 N-VA는 결국 정당 목표를 수정했다. “연방 정부 유지를 원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마 자기 정당에게 사람들이 투표는 해 줘도, 정작 연방 해체를 플란더스 사람들이 원치 않는다는 여론조사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N-VA가 과연 얌전하게 연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선거 결과도 있기는 하니 일단 통치 시켜 봐라는 여론도 있다. 그나저나 불어권의 유일한 프로마퇴인 미셸이 이번 협상 및 별명을 바꾸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그도 주목해야 할 인물에 넣어야 겠다.
벨기에 같은 소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연방을 이루면서 또 서로 쪼개지려 하는 그 모습이 완전 EU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EU 본부가 브뤼셀에 있는 게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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