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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nick (2014) 시즌 1

새로운 관점의 의학 드라마

The Knick의 시즌 1이 드디어 끝났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되기도 전에 시즌 2가 계약된 것으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로서, 이제까지 전에 없던 내용이어서 화제가 돼 왔었다. 어떤 내용인가? 20세기 초, 1900년 당시의 "현대식" 병원을 그렸기 때문이다.

다만 The Knick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나오는 수술실 장면이 있다. 커버사진도 그렇고 아래 사진도 보시라.

수술을 하기 위해 손을 깨끗이 소독해야 했고, 사진은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저렇게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며, 수술실(드라마에서는 theater라 부른다. 그 이유가 있다) 장면이 나올 때마다 즐겨 나온다.

하지만 저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는 않다. 1900년이면 이미 수술용 고무장갑이 보급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수술용 고무장갑은 1890년대에 등장했었다고 한다. 즉, 극적인 장면을 위해 저렇게 맨손 시술(!)을 넣었다는 얘기인데, 사실 생각해 보면 맨손이 더 감각에 좋다고 여겼기에 수술을 맨손으로 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 theater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사진은 실제 1900년대 수술실을 찍은 사진으로서 드라마 자문위원이기도 하고 예전 의학 사진을 전문적으로 모아들인 Burn’s Archive에서 가져왔다. 사진에서 보시듯, 기본적으로 수술 장면을 보러 오는 구경꾼들이 매우 많았다. 구경꾼이라고는 하지만 모두들 의사들이며, (1) 남들은 어떻게 수술하는지, 그걸 좀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목표와 함께, (2) 수술 자체가 이시대에 엄청나게 발전한 까닭도 있다. 다시 말한다. 1900년.

이때는 마취도 등장하고 소독도 등장했으며, 코카인과 헤로인이 일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팔리는 시대이기도 했었다. 게다가 드라마 에피소드에서도 나오지만 수술중 사람 몸 속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초보적인 내시경이랄 수 있겠다)라거나 출혈을 막는 장치 등등, 의료기계들도 의사들이 직접 나서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나오는 시대였다. 전기와 엑스레이의 발견도 이 시대 때 이뤄졌다.

시술시 전기를 사용하는 버티

의술의 진보가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그 진보라는 것이 비단 의술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Gilded Age, 유럽식으로 말하자면 Belle Époque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시대는 그 시대대로 어려움이 당연히 있었고, 드라마상에서 니커보커(Knickerbocker) 병원의 문제는 의사들이 다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과 재정이었다. 당시 병원은 유력자의 자선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이민자들이 물밀듯이 오던 시절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특히 독일과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으로부터 이민자들이 끊이질 않았고(이부분은 내가 페이스북에서 미국 가톨릭 역사 얘기하면서 설명했었다), 남북전쟁이 끝난지 한 세대 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흑백 차별도 여전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흑백 충돌은 실제로 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일단 이 드라마의 기본적인 내용 전개는 3가지 정도이다. (1) 주인공 의사들 이야기, (2) 병원 그 자체의 이야기, (3) 그 시대의 사회 이야기이다.

클라이브 오언이 주연한 쌔커리(Dr. Thackery) 의사는 기본적으로 마약에 중독돼 있다. 여러 기사들에 따르면 존스 홉킨스 병원 창업자 3인 중 하나인 할스테드(Dr. William Halsted)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데, 할스테드 박사 역시 마약 중독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연이랄 수 있는 흑인 의사 에드워즈(배우이름: André Holland) 박사는 닉 병원의 이사회장 가문의 후원을 받아 하바드 및 파리에서 연수를 받은 흑인 중에서는 그시대 초 엘리트였다. 그러나 당시 흑백은 커녕 백인 중에서도 유태인 병원, 독일인 병원 등이 따로 있던 시절이었다. 그의 등장은 당연히 긴장을 자아낸다.

중요한 캐릭터로는 엘킨스 간호사(배우이름: Eve Hewson)가 있겠다. 엄청난 무표정으로 진료를 도우면서 버티의 구애를 받기도 하지만... 이미 쌔커리라는 천재에게 마음이 가버려 마약까지 훔쳐다 구해준 간호사 역할이다. (실제로는 U2 보노의 딸이다.)

항상 이런 표정이다.

2. 병원 그 자체의 이야기

앞서 얘기했지만 당시 시대의 병원은 유력한 집안의 자선이 아니면 안 되는 시대였고, 환자들에게서도 치료비를 딱히 받지 않았었다. 그래서 언제나 자금 조달이 문제가 됐고, 병원 내부에서도 대가를 지불하는 더 잘사는 지역(이를테면 Upper Manhattan)으로 옮겨야 하잖느냐는 논의가 계속 나온다. (실제로 에피소드 10에서 옮기자는 결정을 한다.)

당시의 앰뷸런스, 마차이다.

그래서 사무장으로 나오는 버로우가 이 드라마의 중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여기저기서 빚을 얻어다가 자금을 대는 사무장 역할이건만 이 드라마에서 제일 불쌍한 역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자금 뒤에는 조직폭력배들이 있었다.

다만 이 병원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해리엇 수녀님이다. 이 수녀는 병원에서 아이들과 산모를 돌보지만 퇴근 후에는... 드라마를 보시면 알 수 있다.

담배를 끼고 사는 분이시다.

3. 그 시대의 사회 이야기

The Knick이 1900년부터 시작임은 앞에서 이미 말했다. 미국-스페인 전쟁이 일어날 때이기도 하고(그래서 코카인에 대한 수입이 정지되는 바람에 쌔커리가 미쳐버린다), 에디슨 전기회사가 엑스레이를 팔려고 여기저기 영업사원들을 보내던 때이기도 하다. 전기/전력을 수술에 활용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지만 여러가지 의학도구가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치 않는 점은 있다. 차이나타운의 중국계 조폭과 병원 사무장이 혼쭐나는 뉴욕의 갱에 이르기까지 알력이 이른바 뒷골목의 알력은 여전했고, 미국인들의 1900년대 마약 복용 장면을 볼 때, 1840년대의 아편전쟁이 꼭 청나라에게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닐 듯 하다는 생각이다. 그 나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얘기.

그렇다면 나는 왜 이 드라마를 봤고, 왜 추천하는가?

상당히 까다로운 질문이다. 옛날 병원의 문제와 지금 병원의 문제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외에, 현대 의학의 시작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다들 전형성을 벗어났기 때문에 흥미 위주로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다만 이 드라마를 만약, 한국으로 바꿔서 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든다. 아무래도 한국전쟁 이후에 정신을 좀 차린 다음의 시대를 다루는 편이 낫겠다. 개화기의 제중원(무료진료가 있었던 걸 고려하면 당시 세계 추세와 다르지 않다)이나 세브란스는 의학만 다루기에는 시대의 의미가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이다.

The Knick의 시즌 1은 혈액형의 발견이 겉으로 다뤄지면서 끝났다(물론 쌔커리가 발견한 게 아니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서 린트슈타이너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개심술 및 바이러스 항원 분리 등을 소재로 다루면 되잖을까 싶기도 하다.

사진은 1960년에 촬영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과학 교수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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