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다음은 경제의 전환”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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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Apr 26, 2021

[특별인터뷰] 정건화 (LAB2050 이사장・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1년 2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LAB2050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노동경제학자인 정건화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지역사회와 대학 간 협력 등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 실천해 왔다. 경제의 생태적 전환, 민간 싱크탱크의 지속가능성, 사회혁신을 위해 필요한 과제 등 LAB2050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에 대해 정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2021년 4월 13일(화),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LAB2050 회의실에서 김민진 연구원이 진행했다.

“연구와 대중교육이 함께 이어진 점 인상적, 앞으로 새로운 실험을 통해 사회의 주류를 바꾸는 전환이 기대 돼”

(문) 이사장님께서는 그동안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셨나요? 관심 분야와 LAB2050의 활동에서 접점을 갖는 부분이 있나요?

(답) 경제의 생태적 전환에 관심을 두고, 생태적 전환에 맞게끔 교육, 경제, 도시계획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관심이 크다. 그래서 학교에 있지만 중요한 의제들을 가지고 시민사회 참여를 통해 사회혁신이라는 성과를 내도록 돕고 있다. 기본소득을 비롯한 랩2050의 연구활동을 그동안 지켜봐 왔지만, 이번에 수행 중인 대안지표 연구는 특히 그 가치와 방향성에 크게 공감했고 관심이 가서 이사진에 참여하게 됐다.

LAB2050은 설립했을 때부터 리서치와 시민교육을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의제에 대해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설명해 준 점이 좋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 구체화된 의제들을 가지고 전문가, 정책관계자, 시민들이 만나는 장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거다.

이렇게 연구와 공론화를 함께 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굉장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LAB2050이 소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부나 대기업 같은 기존 조직은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관성도 강해 당위론적 설득만으로는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와 성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여론을 바꾼다면 이런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 민간 싱크탱크가 작은 실험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활동으로 정부나 기업을, 더 나아가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싱크탱크의 혁신적인 실험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민간 싱크탱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로서 전문가의 참여와 공공·기업과의 가치공유가 중요해”

(문)LAB2050의 미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LAB2050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소속된 젊은 학자들이 많다. 어느 때보다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참 감사하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에서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많이 결합하는 형태의 시민사회 활동이 필요하다. 이들이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줌으로써 정책 거버넌스, 즉 협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민간 싱크탱크의 지속가능성이다.

이렇게 깊이 있는 연구를 하면서도 시민사회에서 생존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사실 그걸 풀어내는 게 혁신능력이다. LAB2050 내부에서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묻고 그에 답하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모색하고 시도할텐데,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싱크탱크로서 LAB2050의 지속가능성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에 달려 있다. 특히 요즘은 거버넌스와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AB2050의 활동들이 우리 사회 공공정책 발전과 공정한 경제로의 전환에 도움이 되고, 그로써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는다면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내부에서 부지런히 학습하고 역량을 길러서 성과도 내고, 신뢰와 평판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많이 축적해야 할 것이다.

“생태적 전환, 지역을 기반으로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전문가주의와 행정 중심 넘어서야 사회혁신”

(문) LAB2050의 이사장으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십니까?

(답) 앞서 경제의 생태적 전환이 관심분야라고 소개했다. 이 주제는 추상적인 이론영역 경제학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실에 안주한 채 학생들에게 죽은 이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들이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기르면서 사회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알려줘야 했다.

특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경제시스템의 전환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한편으로 요즘은 교수이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많이 성장했고, 경제민주화나 복지 관련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게 중앙차원에서 전국적 단위로 주로 이뤄지면서, 풀뿌리 시민사회, 지역, 생활정치 영역에서는 빈 곳이 많았다. 이제 LAB2050과 같이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싱크탱크들이 많아지면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사회혁신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실험으로 사회혁신을 지향하는 LAB2050,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파”

내부적으로는, LAB2050의 문제의식과 과제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저를 비롯한 이사들은 시민사회가 당면한 상황과, 싱크탱크들의 열악한 조건과, LAB2050이라는 특수한 여건 속에서 길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를 함께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는 건 쉽지만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건 어렵다.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상황에 맞게 변화하면서 발전해야 하니까 고민은 늘 필요하다. LAB2050은 잘 성장해 나갈 거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깊이 있게 연구하는 활동,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서 전달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활동, 변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실험하는 활동, 또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할 지 한발 앞서 고민하고 사회적 의제로 제시하는 활동이 선순환적으로 잘 지속되면 좋겠다.

그 길을 함께 하려고 한다. LAB2050이 그런 경험과 성과를 잘 쌓으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회의 성숙이 필요한 때··· LAB2050의 활동, 관심과 지원 부탁”

(문) LAB2050을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우리 사회를 성장중독이라고 하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우리 사회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성숙한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LAB2050은 우리 사회 성숙의 정도를 표현하기 위해, 또한 성장 위주의 경제지표가 인도하는 항로 대신 지속가능한 경제를 향한 항해를 위해 GDP 대신 GPI와 정신을 함께하는 한국형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심각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경제에 대한 상상이 실현되는 데 이 새로운 지표가 기여할 것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지표가 왜 필요한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왜 기존 지표와 달라야만 하는지 시민들이 공감해야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이룩한 외형적 성장의 기반 위에서 성숙한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하려면 시민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시민사회의 역량도 강화되어야 한다.

LAB2050이 시민사회와 함께 성장하면서 여러 NPO와 협력하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 중 꼭 필요한 자산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LAB2050의 이런 취지와 노력에 공감하고 지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 정건화 이사장 프로필 :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연구원 이사,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이사, (재)희망제작소 부소장과 이사를 지냈고 현재 서울시 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령화, 대학과 지역사회 간 협력, 교육 혁신, 기후위기와 경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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