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박람회에서 문재인 정부에 ‘정책실험’을 제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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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un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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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박람회 후기] 세션3. 기본소득 확장과 재원

광역지자체가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건 첫 번째 박람회였죠. 경기도가 개최했던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LAB2050도 참여했습니다.

LAB2050 이원재 대표가 ‘자유안정성, 혁신,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주제로 서울시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소개했다.

박람회 이튿날이었던 4월 3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기본소득의 확장과 재원’이란 주제 세션이 열렸고, 여기에서 이원재 LAB2050 대표가 ‘자유안정성, 혁신, 기본소득 정책실험’이란 주제로 팔표했습니다. LAB2050이 서울시에 제안했던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원재 대표는 어떤 취지와 철학을 가지고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설계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농민 기본소득’, 곽노완 한신대 연구교수가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발표했고, 국내외의 기본소득 연구진, 정책실험 설계자 등이 참석해 다양한 논의가 오고갔습니다.

이원재 대표는 자신의 발표에 앞서 이틀 동안 박람회에서 다양한 기본소득 논의를 접한 소감부터 전했습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기본소득 혹은 이와 유사한 현금성 수당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그 뉴스를 접하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출산하고 네 살까지 키워 출산장려금과 육아지원금을 받고, 경남 고성에서 청소년 수당을 받고, 경기도에서 청년배당, 농민수당을 받은 뒤에 나이들어서 기초연금 받으면 되겠다’고 말입니다. 각 지자체들이 다양한 수당들을 만든 것을 다소 비꼰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도는 신설된 뒤엔 이해관계자가 생깁니다. 이로 인해 나중에 정리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으로 갈 땐 오히려 이것들을 조정하기가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까지 들었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중앙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중앙정부가 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정책실험이 더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기본소득 실험을 하면 다음 정부에서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기본소득이란 의제가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여러 맥락이 있습니다. 이원재 대표는 그 중에서도 불평등의 심화와 고용의 축소라는 두 가지 사안을 강조했고, 기본소득이 이 문제들에 적절한 해법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소득의 직접적인 정책 목표는 소득불평등 완화입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지급하고, 또 이를 과세소득화하고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면 더 큰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용은 우리 생계 수단 중에서도 중심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혁신 때문이죠.”

LAB2050이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대상을 ‘청년’으로 설정한 이유도 밝혔습니다. 청년이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사회 변화의 현장에서 이에 적응하고 그에 맞는 혁신을 만들어갈 주체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특수한 맥락도 덧붙였습니다. 한국은 개인이 가장에, 가장은 기업에, 기업은 국가에 의존하고 복종하는 구조였고, 거꾸로 국가는 기업에, 기업은 가장에, 가장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했습니다. 자유를 반납하고 경제적 안정을 얻는 이 ‘위계적 후견주의’는 IMF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안정이 없어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위계적 문화’는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죠.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고용노동부의 구직촉진수당 등이 이미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 제도들은 구직자를 지원하고, 여러 자격 조건 등이 있어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대규모로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작은 단위로 실시해보고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 ‘정책 실험’입니다. 실험의 결과 정책의 향방을 정할 수 있단 측면에서 과학적 정책 개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LAB2050, ‘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정책실험’ 제안)

정책실험은 더 많은 근거를 찾아내고, 많은 사람들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습니다. 출처: 셔텨스톡

실험을 할 땐 ‘어떤 가설을 세웠느냐’도 중요합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실시한 핀란드는 ‘고용률’을 평가의 주요 척도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LAB2050은 대상자들에게 그냥 일자리를 얻었느냐를 묻지 않고, 주관적 만족감을 주는 일자리인지를 더 묻도록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이원재 대표는 “이것은 우리의 철학인 반영된 것”이라며 “청년들이 나쁜 일자리여도 무조건 많이 취업하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문제제기가 깔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실험 대상자에게 묻는 질문은 다양합니다. ‘늘어난 재량시간을 어디에 썼는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는가’, ‘주거와 건강에 만족도에 변화가 있는가’ 등의 질문도 있습니다. ([기고]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제대로 보기)

패널 토론 때도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에 대한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부의장이자 기본소득인도테트워크의 코디네이터인 사라트 다발라는 정책실험이 공론장에 미치는 효과가 대해 말했습니다.

“정책실험은 증거와 근거를 마련하는데도 의미가 있지만, 공론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과 정치인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들은 관료들에게 질문하고, 학자와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문화가 형성됩니다. 더 많은 근거를 찾아내고, 많은 사람들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도 정책실험은 효과가 있습니다.”

정책실험의 필요성에 대해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정원호 경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정치적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세계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학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언론과 정치인은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결국 정책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알래스카와 경기도에선 실험 없이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런 면을 보면 오히려 정책실험보단,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원재 대표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정치적 의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만일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정치인이 취임해도, 이 제도가 쭈욱 가려면 법규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을 확산하고 지지를 만들어갈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제도는 참여정부에서 만들었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없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유지됐습니다. 이 제도로 인해 사회적 기업들이 생겨났고, 그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정책실험도 이런 인식과 지지를 확산해 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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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제대로 보기(한겨레 기사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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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대표 발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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