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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31 · 12 min read

[IDEA2050_011]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사진출처: 셔텨스톡

만일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뿐 아니라 직장 동료, 친구, 친척의 소득과 재산, 세금 납부액 등을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노르웨이에선 2001년부터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과세 정보를 개인 정보로 엄격히 보호하는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개인과 기업의 과세 정보를 공개해 왔다. 이들 나라에서는 누구나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방문해 다른 사람의 과세 정보를 볼 수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온라인 검색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각 지역별로 매년 과세 달력(tax calendar)을 발간해왔다. 이 책자는 과거 우리나라의 전화번호부처럼 알파벳 순으로 개인의 이름과 근로소득(earned income), 불로소득(unearned income), 결정세액 등이 기록돼 있고, 기업의 소득과 세액도 보여준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전화로 타인의 과세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덴마크, 일본, 호주 등에서는 개인의 과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지만 법인의 과세 정보는 공개하고 있다. 납세정보를 공개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들은 모든 국민이 공문서에 자유로운 접근권을 가진다고 보고, 납세의 의무와 관련한 행정 정보(소득공제액, 세액공제액, 총수입금액, 결정세액 등)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닌 공적인 정보로 간주한다.

소득 정보 공개, 미국은 여전히 논쟁 중

미국도 개인 과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1861년 미국의 연방 소득세법이 제정된 이후 신문 지면을 통해 납세자 명단과 세액 등이 공개됐다. 이후 연방의회는 과세 정보의 공개 여부와 그 방식에 대해 갑론을박했다. 그러다 1924년 개인과 법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한다는 법안이 제정됐다. 당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로버트 하월은 “비밀이아말로 부패의 가장 큰 조력자”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비공개 원칙이 대세가 된 것은 1976년 닉슨 행정부가 정치적인 반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세금 신고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다. 그런 가운데서도 메사추세츠, 서버지니아, 캔자스 등의 주는 1990년 이래로 법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2010년부터 공무원들의 봉급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는 2008년부터 교직원들의 연봉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미국에선 여전히 과세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세금신고서 공개를 거부하자, 뉴욕타임즈 편집위원인 빈야민 애플바움은 ‘모든 개인의 소득세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Everyone’s Income Taxes Should Be Public)는 칼럼을 썼다.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도 한 때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만큼은 그 명단과 납부세액을 공개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과세 정보 공개의 경우, 납세의 의무와 관련한 자료는 공적인 정보로 간주한다. 출처: 셔텨스톡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상황을 보면 과세 정보를 보호해야 할 민감한 개인 정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시민 누구나 접근권을 가지는 행정 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만 하다. 한국도 과거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고액·상습 체납자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를 일부 공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득 정보 공개하니 탈세·격차 줄어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일단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고, 그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면 조세 행정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또한 과세 제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작동된다는 ‘과세형평성’에 대한 믿음이 커지게 된다.

북유럽 국가들의 총 세수가 국민총소득의 40%가 넘는데도 국민들이 별 불평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들 사이에 그런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소득과 과세 정보의 공개는 소득 격차를 줄이고, 납부세액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문화가 확립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피고용자의 근로소득 신고에 비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는 완전한 수준이 아니었다.

2015년 조엘 슬렘로드(Joel Slemrod) 미국 미시간대 교수와 노르웨이 통계청의 연구원들인 얼랜드 보(Erlend E. Bo)와 소레슨(Thor O. Thoresen)이 발간한 보고서(Taxes on the Internet: Deterrence Effects of Public Disclosure)에 따르면 과세책자가 발간되지 않았던 노르웨이의 일부 지역에서 2001년 이후 온인 과세정보 조회가 가능해지자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액이 평균 3% 정도 증가했다.

노르웨이에서도 2001년 이전엔 타인의 과세 정보를 조회하려면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따라서 실제로 정보를 열람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과세 책자가 발간돼 정보 조회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책자가 발간되지 않았던 지역에선 온라인 공개의 효과가 더욱 컸을 것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사람들은 매년 10월에 전년도 과세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날씨보다 타인의 소득과 세금납부 내역을 더 많이 검색했다.

스웨덴은 2001년 이후 온라인으로 과세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되자 자영업자 사업소득의 경우에 3% 정도 신고소득액이 증가했다.

노르웨이는 ‘누가 내 소득 정보 봤는지’도 공개

과세 정보 공개에는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나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소득을 쉽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을 요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북유럽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임금차별이 없어제는 데도 과세 정보 공개 제도가 공헌을 했다. 이 나라들에서는 고용주들이 구인 광고 단계부터 급여액을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역시 이 제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는 과세 정보가 공개되는 11월 1일을 ‘국민 질투의 날’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소득과 나의 소득을 비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질투’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소득불평등이 더 커지지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다.

소득의 공개가 급여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사례에서도 실증적으로 입증된다. 알렉산드르 마스(Alexandre Mas)의 연구(Does Transparency Lead to Pay Compression?)에 의하면 시 공무원들의 봉급이 온라인 공개된 후 최고위직들의 봉급이 평균 7% 줄었다.

과세 정보 공개가 부작용을 낳은 경우도 있었다. 노르웨이에선 2001년 온라인 과세 정보 공개 이후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일들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 가운데서도 노르웨이 정부는 정보 공개를 멈추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과세 정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자신의 과세 정보를 들여다 봤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런 대처를 통해 과세 정보 공개 제도는 유지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역시 유지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조차 희귀하다.

빅데이터로도 활용 가치 큰 ‘과세 정보’

과세 정보는 행정 빅데이터 차원으로도 의미가 크다. 빅데이터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원천이다. 국내 관련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로 인한 데이터 활용 규제가 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빅데이터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소위 ‘데이터 3법’을 지난해 11월 상정했다. 법안의 핵심은 가명 정보를 통해 데이터 상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여야 간 견해 차는 크지 않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만 한다면 과세 정보라는 빅데이터는 공익적 가치가 크다. 특히 여러 중앙 행정 기관과 지자체에 분산된 개인과 가구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 급여 등의 자료가 통합되면 복지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복지 정책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한 이후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세 정보의 공개는 행정 빅테이터 통합을 쉽게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과도한 법적 규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출처: 셔텨스톡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이 일찌감치 잘 이뤄진 북유럽 국가들, 1990년대 이래로 데이터 활용 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던 미국이 사회과학 및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 연구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사회과학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들의 연구 대상 국가들이 대부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중에서도 서베이 기반 연구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행정 자료를 활용한 연구의 비중은 급격히 늘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서베이 자료 보다 실제 행정 등록 자료를 통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 정부는 국세청 자료에 총인구, 사업체, 부동산 등 각 행정부처에서 등록된 자료를 통합해 통계적 분석이 가능한 전국민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이 자료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자, 기업, 일반 시민에게 폭넓게 제공된다. 이들 국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갈등과 논쟁이 적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적 목적의 정보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미국은 과세 정보를 개인정보로 엄격히 보호하지만, 비식별 처리 된 개인별 과세 자료의 이용은 허용한다. 국세청의 과세 행정 자료 뿐 아니라 미 인구조사국의 ‘현재 인구 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소득과 프로그램 참여 조사’(Survey of Income and Program Participation), ‘공동체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등의 데이터가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미국 국세청은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 저소득층을 누락한 과거 자료를 보완해 20년치(1996~2015년)의 소득과 세금에 대한 자세한 패널 데이터(각 개인-연도별로 백 개 이상의 변수 포함)를 배우자, 부모, 자녀 및 고용주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이상의 데이터들은 사회과학 정책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복지국가 지향한다면, 과세 정보 공개 논의부터

한국에서 행정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은 법적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6년 6월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 비식별화 처리를 한 개인정보의 경우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기업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에 따라 데이터 활용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 혐의로 시민 단체로부터 고발되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관료들의 소극적 자세도 빅데이터 활용에 걸림돌이다. 현행법 상으로도 비식별, 익명화된 행정정보를 통합해 활용하는 연구가 불가능하지 않지만, 국세청이 과세 정보 공유에 소극적인 탓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연계, 활용한 결과 개인과 가구의 정확한 소득 파악과 소득불평등 지표의 개선에도 기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협조는 이 정도가 최대한이고 이보다는 한 치도 더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북유럽의 과세 정보 전면 공개 및 활용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연구 목적의 활용은 가능한 미국 수준 정도로는 우리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적 목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면서 데이터 생산을 기반으로 연구수준을 향상시키고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 사진출처: 셔텨스톡

한국은 의지만 있다면 행정 빅데이터 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다. 전 국민에게 출생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전 국민의 소득, 재산에 대한 과세 자료 등을 통합하고, 이를 각종 조사 자료들과 연계한다면 세금과 복지 정책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대상으로 표본 가구의 소득, 재산 등의 정보와 납부세액, 복지급여 등의 내역 등이 연계된 ‘조세-급여 모델’(EUROMOD)을 구축해 정부가 복지나 세금제도 등을 변경할 때의 변화를 불과 몇 분만에 예측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의지만 있으면 더 정교한 ‘조세-급여 모델’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서 북유럽 국가들처럼 투명한 사회,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고 그 결과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국가를 지향한다면 그 첫 걸음으로 과세 정보 공개부터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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