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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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5 · 12 min read

[컨퍼런스 후기] ‘아시아 청년, 도시 삶의 연구자 되다’ 국제 컨퍼런스

국제컨퍼런스 ‘아시아 청년, 도시 삶의 연구자 되다’ ©LAB2050

“ 연구와 활동의 간격을 메우려는 사람들, 어떤 문제나 영역을 이론과 연결시켜 분석하거나 체계화하는 사람들, 실험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 이런 분들이 바로 ‘액티비스트 리서처’입니다.”

지난 2월 14일, ‘아시아 청년, 도시 삶의 연구자되다’를 주제로 LAB2050과 서울시 청년허브, 씨닷(C.)이 공동주최한 국제 컨퍼런스가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렸습니다. 2019년 하반기 서울에서 론칭할 ‘아시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을 필요성을 제안하고, 그 밑그림을 구체화하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액티비스트 리서처(Activist Researcher)’는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용어인데요. 행사 담당자들이 놀랄 정도로 이번 컨퍼런스에 대한 호응이 컸습니다. 사전 신청과 현장 접수 인원까지 400여명이 행사 장소 안팎을 가득 채웠습니다. 행사장 바깥 중계화면 앞에서 행사를 지켜보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반응은 무슨 의미일까요? 이날 다뤄진 내용들을 되짚어 보면서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위대하고 고단한 개인들이 만날 수 있다면’

첫 세션 진행을 맡은 안연정 서울시 청년허브 센터장은 ‘아시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을 제안하게 된 배경과 컨퍼런스 취지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안 센터장은 “연구와 실천 사이의 갭(gap)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이 ‘위대하고 고단한 개인’들이 서로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펠로우십 제안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원재 LAB2050 대표와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기조발표와 대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 ©서울시 청년허브

이 대표는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예로 19세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을 소개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백의의 천사’로만 알려져있지만, 나이팅게일은 영국 왕립 통계학계가 인정한 첫 여성 통계학자였습니다. 크림전쟁 시기, 야전병원 간호 책임자였던 그녀는 밤마다 병상을 돌며 환자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관찰을 바탕으로 통계 데이터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부상 자체보다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이를 토대로 영국 병원의 위생 실태에 대한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제시하고 시스템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 하나의 해결책이 다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호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로 ‘액티비스트 리서처’를 발견했다”

‘액티비스트 리서처’라는 개념은 지난해 LAB2050이 진행한 ‘아시아 다음세대 연구자 교류·협력 플랫폼 연구’에서 도출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사람
  • 현장을 넘어서기 위한 해법을 찾는 연구를 하는 사람
  • 구체적인 활동과 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체계화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직접하고자 하는 연구자

이 대표는 특히 아시아에 젊은 액티비스트 리서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갈림길에 선 아시아와 도시’의 문제로 설명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축이었던 고용과 가족이라는 관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고용과 가부장제 위계가 강했던 아시아에서는 특히 그 영향이 클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집약되고 심화되는 아시아의 도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기존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으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 사람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 청년 세대”라고 강조했습니다. 부분적으로나마 수평적이고 소통이 되는 문화, 자유롭게 일하는 문화를 경험해 본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왜 ‘아시아의 연대’가 중요한가

두 번째 기조발표로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와 개인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왜 지금 아시아라는 범주로 사고해야 하는지, 왜 아시아 네트워크와 연대가 필요한지를 설명했습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서울시 청년허브

“아시아는 식민지 이후 가부장적 발전모델을 수용한 곳이 많았고, 패권적 가부장 리더가 많았습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은 노동력의 공급자로 취급하며, 급속한 경제적 축적을 이룬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 젊은 이들은 인격적으로 도구화 된 채 소비를 하는 주체가 되었을 뿐 국가가 자신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됐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한 정서가 많은 청년들을 결집시켰으며, 엄브렐라 레볼루션, 해바라기 혁명, 촛불혁명, 미투 혁명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속도, 긴박성, 감각성을 쫓는 디지털 세계 안에 좁혀져 있다.”며, “그 때문에 개인과 사회의 내재적 가치는 빈곤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에 대한 자성, 성찰적 인식이 필요하며 “국가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컬(global+local의 합성어) 시민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김 교수는 “아시아로 시각을 확장한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며, 보다 개방적인 형태로 네트워크와 연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시 삶의 연구자, 청년들의 여정

두 번째 세션은 국내외 액티비스트 리서처들이 활동과 연구를 넘나들며 쌓아 온 경험들과 ‘액티비스트 리서처’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 ‘에보크 바이 디자인’(Evoke by Design) 대표 컨설턴트인 로자문드 모스(Rosamund Mosse), 홍콩 ‘하프더스카이 공공교육’(Half-The-Sky Public Education) 대표인 쥐에 쑨(Jue Sun), 대만 ‘5% 디자인 액션’ 대표인 케빈 양(Kevin Yang), 일본의 사회혁신 시민참여 플랫폼 ‘리디러버’(idilover)의 토시키 아베(Toshiki Abe) 대표, 그리고 한국의 백희원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활동가가 함께 했습니다.

국제컨퍼런스 ‘아시아 청년, 도시 삶의 연구자 되다’ ©서울시 청년허브

이들은 각기 자신이 ‘액티비스트 리서처’로서 걸어온 여정에 대해,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고자 했던 사회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디자인 퍼실리테이션과 시스템 씽킹(System Thinking) 방법론으로 지역사회나 커뮤니티에서의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로자문드, 이주여성노동자에게 친화력 높은 공공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하는 쥐에 쑨, 디자인을 통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케빈 양, 사회문제 현장에의 시민투어를 활성화해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플랫폼을 만든 토시키 아베, 기본소득을 알리는 캠페인과 실험들을 해온 백희원 활동가의 이야기는 ‘액티비스트 리서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구체적인 상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시아 청년 펠로우십 상상하기

마지막 세션은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 사회혁신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게팅 투 메이비(Getting to Maybe)’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의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이 소개되었습니다.

로자문드 모스 ©서울시 청년허브

로자문드 대표는, 캐나다 사회혁신 레지던시 ‘게팅 투 메이비(Getting to maybe)’를 설명했습니다. ‘게팅 투 메이비’는 ‘반프 예술창의 센터’(Banff Centre for Arts and Creativity), 워털루 대학의 ‘사회혁신 및 리질리언스 연구소’(Waterloo Institute for Social Innovation and Resillience), ‘선코르 에너지 재단’(Suncor Energy Foundation)의 파트너십으로 2016년부터 시작된 사회혁신 레지던시 프로그램입니다.

이 레지던시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혁신 리더들, 더 이상 효과가 없거나 잘못 기능하는 시스템의 ‘전환적 변화’를 도모하는 ‘‘시스템 앙트러프러너(System Entrepreneur)’를 지원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회고적 성찰과 현재 사회에서 하고 있는 일,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도록 합니다. 총 4주간의 프로그램 중 2주는 자신에 대한 발견을 중심(World in SELF)으로, 나머지 2주는 세상에서 본인이 하고 있는 일(Self in WORLD)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각기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미 구체화시키거나 발전, 실험, 혹은 규모화를 하고 있는 아이디어, 플랫폼, 프로그램 등에 대해 기존 사고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생각 및 인식으로 접근하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레지던시 기간에는 사회혁신 관련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교수 및 운영진이 멘토가 되어 함께 생활하면서 자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명선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교수 ©서울시 청년허브

이명선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교수는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을 소개했습니다. EGEP 프로그램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비정부기구 여성활동가 및 젠더 전문가들의 역량 강화와 여성 지도자로의 양성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시작됐고 지난 8년간 28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교수는 “환경, 개발, 교육, 난민, 정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형성토록 설계했다.”고 설명하며, “참여자들 공통된 긍정적 평가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과 리더십, 치유와 용기, 그리고 연대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었고, 이를 압축하면 임파워먼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패널 토론으로 ‘아시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아일런 박(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특임교수), 안소니 웡(홍콩사회서비스위원회 디렉터), 김찬현(ESC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사무국장), 케빈 양(5% 디자인 액션 대표)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국제컨퍼런스 ‘아시아 청년, 도시 삶의 연구자 되다’ ©서울시 청년허브

안소니 웡 디렉터는 “홍콩에는 사회복지 현장에 기반한 연구를 하는 사회복지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사회 서비스 공급자의 관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케빈 양 대표는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식, 세대간 교류와 협업을 시도하는 새로운 리서치의 형태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찬현 국장은, “학문 영역에만 머물던 과학기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지점을 만드려는 이들이 모여서 설립한 단체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였다.”며, 연구비 지원이 어려운 분야와 주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최근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연구비 모금에 성공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서울시 청년허브

천주희 문화연구자는, 독립연구자를 위한 무크지 ‘궁리’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연구 생활만 하면서 살아가기는 너무 어렵고, 삶의 형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그는 “이러한 한국의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러한 행사가 무척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했습니다. “청년허브 뿐만 아니라 여러 아카데미, 시민사회 등에서 연구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욱 지지와 힘을 보태 달라”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끝으로 아일린 교수는 “연구하는 활동가는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액티비스트 리서처는 단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소통해야하는 책임이 있으며 입증자료를 찾고, 연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의 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액티비스트 리서처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컨퍼런스 이후

이번 컨퍼런스는 연구와 활동 사이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액티비스트 리서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직 애매하지만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액티비스트 리서처’들과 협업하는 중간지원조직 또는 공공기관에 속한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들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지원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은 올 10월, 약 4주간의 레지던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7월부터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를 대상으로 공개모집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미 액티비스트 리서처인 여러분, 이런 역할을 꿈꾸고 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LAB2050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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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LAB2050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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