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es Finland Design Policy through Experiments?
새로운상상 2018 / 세션3. 전환의 시대 정책실험, 어떻게 정책혁신으로 이어갈 것인가?
마쿠스 카네바 핀란드 총리실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안녕하세요? 저는 행동과학 전문가로, 핀란드 총리실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핀란드가 정책 실험에 더욱 친화적인 환경이 되도록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핀란드 정부의 혁신 전략, ‘실험을 위한 문화’
핀란드는 2015년 선거이후 정당 연대의 전통에 따라 3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였고, 핀란드 개혁을 위한 전략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최우선 목표는 고용과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것으로, 고용률을 72%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핀란드 개혁 전략에는 5대 개혁과제와 5대 전략 우선순위가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디지털화, 실험, 규제완화(Digitalization, experimentation and deregulation)”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 주제들 중에서 저는, 제 전문분야인 행동과학과 밀접한 ‘실험의 문화(a culture for experimenting)’를 다룹니다. 우리는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국가로 만들고자 하며, ‘실험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혁신적인 솔루션, 정부 내외의 공적서비스의 개선, 개인의 진취성(individual initiative)과 기업가적 정신(entrepreneurship)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단위에서의 의사결정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목적입니다. 실험이 폭넓게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저희 팀의 임무는 ‘실험을 위한 문화’를 소개하고 촉진하는 것이며,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핀란드는 실험을 계속 시도해왔는데요. 우리 실제 현실에서도 매일같이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 살인 제 딸은 오트밀 먹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위에 과일소스를 뿌려 다시 시도해봅니다. 먹지 않았습니다. 요거트를 첨가해보고 또 실패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핸드믹서를 이용해 부드럽게 만드니까 딸이 좋아했습니다.
이처럼 실험의 문화라는 것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의미하며, 태도(attitude)와 관련된 것이기도 합니다. 시도를 하려고 하는 것, 그러한 태도의 변화를 정부 내에서 이끌어 내려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풀뿌리부터 국가적 수준까지, 혁신을 촉진하는 실험
우리는 실험을 3가지 수준(Three levels of experimenting)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풀뿌리 수준(Grass- roots level)에서는 작은 아이디어를 실험하거나 창업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만일 5,000 유로가 필요한 작은 아이디어를 실효성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면, 누군가 자금을 지원할 것입니다. 매우 작은 규모의 실험은 자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풀뿌리 수준의 매우 소규모 실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NGO, 보통사람들 등 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실험에 참여토록 합니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현안이 있다면, 어디를 찾아봐야하는지 어떠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공유합니다.
다음 수준은, 우리는 정부, 단체, NGO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보다 큰 규모의 실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실험 아이디어를 예를 들면, 10대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이 들기 때문에, 중학교를 8시가 아니라 10시에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핀란드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할 때, 실업기간과 몇 시간 일하는지를 기재해야합니다. 이 때 ‘실업자’라고 명명하는 것보다 ‘구직자’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입니다. 이러한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실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수준(Strategic level)입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나 정부차원의 실험 연구가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 핀란드는 6개의 전략적 차원의 파일럿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다른 파일럿 연구와 기본소득 연구는 다소 상이합니다. 기본소득은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 실험 모델을 적용한 반면, 다른 실험의 경우에는 이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어떤 자원이 있고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등등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지방자치 실험(Digital municipality trial)은, 여러 지자체에서 디지털화된 솔루션의 잠재력에 관한 연구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여,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들은 기본소득처럼 엄격한 평가를 통해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책 실험, 이념을 넘는 사회적 대화의 시작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이것입니다. 추상적 수준의 정책 아이디어가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실험을 통해 굉장히 유용한 담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다 나은 솔루션과 아이디어에 대해 제안할 수 있게 되며, 사회보장에 관련한 개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큰 개혁을 감당할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변화를 도입하고 변화를 수용할 의지를 얼마나 갖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알게된 것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책 실험을 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정치적 주인의식과 의지(political ownership and commitment)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것은, 정책 실험을 통해 정치적 의지가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 실험을 하는 동안 의지가 바뀌거나 선회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 실험 후에는 용기 있는 ‘결정’이 따라야
실험과 관련하여 네 가지 중요한 개념을 논하고 발표를 마치고자 합니다.
첫째, ‘학습(Learning)’입니다. 학습은 실험을 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우리는 실험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팀과 핀란드 정부는 실험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실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둘째, ‘실패(Failure)’입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실험을 통해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결과도 얻지 못 했을때가 실패이지,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단지 아이디어가 좋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특히 우리는 전국적인 실험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셋째, ‘대화(Dialogue)’입니다. 실험을 통해 더 많은 대화가 가능해지고,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구체화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Decisions)’입니다. 우리는 실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용기를 갖고 결정을 내려야합니다. 실험 이후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실험의 의미가 퇴색합니다.
한국은 대단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선박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사회보장제도는 하나의 큰 선박과 같습니다. 방향을 바꿀 때는 천천히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선박이 빠르게 회전하면 뒤집히고 맙니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라는 큰 선박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기다렸다가 갑자기 바꾸려 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변화를 만들기 시작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