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00만원인 나는 중산층에 속한 사람일까?

이원재(LEE, Wonjae)
LAB2050
Published in
6 min readJun 4, 2022

쪼그라드는 중산층 비중, 그 많던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는 하나의 공동체일 수 있을까? 총만 들지 않았지 그야말로 전쟁같은 선거판에서, 죽고 죽일 듯 갈기갈기 찢어진 사람들을 연이어 지켜보며 문득 들었던 의문이다. 우리는 서로 노력하면 마음을 합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갈라져서 영원히 싸워야 하는 사람들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중산층’을 다뤄보기로 했다. 우리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중산층’의 비중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통합될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경제적으로 처지가 비슷하다면, 그래도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중산층을 이렇게 정의한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4분의 3보다 크고 2배보다는 작은 사람.’ 이를 기준으로 지난 33년 동안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을 추정해 계산했다. 가구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즉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뿐 아니라 연금과 수당 등도 포함한 전체 소득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기획재정부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중위소득 75~200% 가구 비중.

추정 결과, 1990년대 최고 70%에 육박하던 중산층의 비중은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최저 57%까지 떨어졌다. 흐름을 보면, 중산층의 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60.3%가 중산층이었다.

3인 가구 350만~950만 원 소득이면 중산층

OECD의 중산층 정의는 사실 좀 넓은 느낌이다. 소득이 세 배 정도 차이가 나도 같은 중산층으로 간주하니 말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약 월 200만 원 ~ 540만 원 버는 1인 가구가 중산층의 기준에 든다. 3인 가구는 약 350만 ~ 930만 원, 4인 가구는 400만 ~ 1000만 원 범위가 든다. 그럼에도 여기 드는 사람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중산층’은 본래 ‘중간 정도의 소득 또는 재산을 가진 사람’으로 풀이하는 게 적절하다. 좀 더 쉽게 풀면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 사회에서 아주 어렵지도 아주 넉넉하지도 않은, 보통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다.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빈곤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일정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한국인’이라고 정의해볼 만하다. 우리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계층이라고 보면 된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를 묻는 질문에 대해 1989년 갤럽 조사에서 20~60대 한국인 중 75%가 그렇다고 답했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보통 사람’들이 전체 구성원 중 70~80% 정도를 차지한다면, 그 사회는 이들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합할 수 있다.

우리가 데이터의 ‘분포’에 대해 처음 공부했던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되새겨 보자. 가운데가 불룩 솟아오른 정규분포 그래프가 기억나는가? 어떤 사회든 중간층이 압도적으로 많고 양쪽 극단은 작다는 사실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었다. 교과서 마지막의 ‘확률통계’ 장에 숨어 있어 무심히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장에서 높게는 95%, 낮게는 80%인 ‘신뢰수준’에 대해 배웠다. 뒤집어 보면, 대체로 그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보통의 현상’이 있다면 그건 일반적 사실이라고 봐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어떤 모습의 ‘한국인’을 그린 뒤, 한국인 중 아무나 뽑았을 때 그 그림에 맞을 확률이 80% 이상이라면 그게 보편적인 ‘한국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사고방식이었다.

‘경제적 보통 사람’ 절반 가까이로

하지만 중산층 비중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올해 1분기 실제 중산층 비중은 60%인데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는 사람의 비중은 더 낮다. 올해 2월 <한국경제신문> 조사 결과 30~59세 한국인 중 53%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중산층’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계층이 전체를 대표하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산층 안에 소득 격차가 세 배 가까이 날 정도로 넓게 잡아도 그렇다니 더 문제다. 중산층 안에서도 통합이 어려운 판인데, 사회 전체는 더 어렵게 된다. 계층 간 갈등은 심해지고 싸움은 커질 것이다.

게다가 양극화가 확대되어 중산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노력하면 하위계층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산층 자리는 줄어드는데 다들 노력하면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다. 게다가 현재 중산층이 하위층으로 탈락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있는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산층이 상위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커질 수 있다. 다만 원래 상위층이던 사람들은 최상위층으로 더 멀리 도망갈 것이다.

물론 중산층 축소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정한 정권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진행 중인 일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중산층 비중은 1980년대 중반 64%이던 OECD 국가의 중산층 비중이 2010년대 중반에는 61%까지 떨어졌다. 2019년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복지 강화 때 중산층도 확대

그래도 자세히 보면 희망도 보인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초반 오름세를 보이는 구간이 있다. 시민사회의 보편적 복지국가 운동이 성과를 거두면서 기초연금이 도입되는 등 복지가 강화되는 시기였다. 또한 놀랍게도 코로나19 이후에도 중산층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격적으로 재정을 확장했고,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등 다양한 수당을 지급했던 시기다. 즉 복지가 확대되고 분배가 확대되는 시기 중산층이 확대된다.

(자료: <매일경제> 2019년 4월 11일치)

국가별로도 복지가 잘 갖춰진 국가의 중산층 비중이 높다. 스웨덴은 65.2%인데 미국은 51.2%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중산층을 줄이고 양 극단을 키우지만,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을 가운데로 모을 수 있다.

이제 소득분배정책, 복지정책의 역할은 단순히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손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일 수 있다. 찢어져가는 사회를 그나마 이어붙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중산층을 다시 키우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이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기반으로 보정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1990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 비교했는데, 2019~2022년은 실제 조사 데이터를 사용했고 그 이전은 정부 공식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추정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2017~2021년은 기획재정부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1990~2016년까지는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매년 중산층의 변동폭을 계산한 뒤 2019년 이후 데이터를 출발점으로 보정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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