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하버드 가고 노벨상 받게 키우는 법’

황세원 (LAB2050 연구실장)

© Shutterstock.com

제목 보고 낚이신(?) 분들께 죄송하지만 제가 그런 방법을 알 리가 없죠.

중학생 딸 짜증 안 내고 학교 가게 하는 방법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저 제목은 1년 전쯤, 집 앞에 붙은 동사무소 개최 무료 강좌 안내지에서 봤던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아는 분이 왜 여기까지 와서 강의를 하신담.” 헛웃음이 났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런 강좌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나는 못 해도 자녀는 그렇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대목이 또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발 등 기술혁신에 대한 전망이 ‘일자리 감소’ 공포로 연결되는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 ‘자녀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면 된다.’는 식의 사교육이라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런 광고 옆에는 꼭 ‘코딩 교육’ 안내가 붙어 있곤 하죠.

과연 그럴까요?

다음 세대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고 해서, 그 세대 전체가 평생 ‘창의적’인 일에 종사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스티브 잡스처럼 가장 창의적인 사람도 일생에서 그 창의성을 발휘하는 시기는 길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른 시간 동안은 경영자, 관리자, 교육자, 혹은 단순한 직무 수행자로서 일을 지속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창의적 교육’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럽습니다.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격차만 더 커지고, 희소한 ‘좋은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더 극심해지는 게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 Shutterstock.com

일자리 지형 변화는 현재 상황

더 큰 문제는 바로 우리들입니다.

기술변화에 따라 일자리 지형에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은 이제 예측이 아니라 현상입니다.

지난 5월 말, 군산의 GM 자동차 공장이 폐쇄되면서 1만여 개의 지역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그에 따라 주변 지역이 황폐화 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사실,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의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되는 일은 그동안에도 쭉 있어왔습니다. 전화 교환원, 타이피스트, 신문 활자 조판공…. 이제는 기억하기도 어려운 많은 직업들이 그렇게 사라졌고, 대신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산업화 이후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존재했던, 대규모 조직 일자리들이 일시에 없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학력, 고숙련자가 아니어도 안정성과 괜찮은 임금을 누릴 수 있는 일자리였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일자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도시들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 시를 비롯해 미국 여러 도시가 이미 황폐화 된 것만 봐도 그런 걱정은 결코 기우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더욱 걱정이 됩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다음 세대를 창의적 인재로’ 식의 막연한 대응책이 더 자주 보이고 현재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나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을 재교육 시켜서 새로운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 Shutterstock.com

일하는 우리들의 삶을 지키려면?

지금까지 길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LAB2050에서 제가 맡은 ‘좋은노동랩’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 연구를 소개하려는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연구 내용과 방법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 출발점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의견들이 합쳐져서 더 의미 있는 연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 출발점이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지형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초점은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는 약간 조심스럽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한두 단계 건너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GM 군산 공장 폐쇄 등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기존 일자리가 유지되도록 기업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했습니다. 그에 맞서서 ‘쇠퇴할 산업을 연명시키기보다는 그 돈을 노동자 재교육에 직접 투자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설득력을 얻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그 다음 이야기를 미리 하려고 합니다.

“노동자에게 재교육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한다면 누가,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며 그에 맞게 조성되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려는 것입니다.

대규모 일자리 위기를 맞은 지역에 각종 지원이 투입된 사례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공’이라는 것이 만일 지역 GDP, 고용률, 일자리 숫자 등으로만 측정된 것이라면 충분치 않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위기’에 직면했던 바로 그 사람, 그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까지 알아보겠다는 것이 저희 연구의 주제입니다.

아무리 크고 좋은 배가 멋지게 출항할지라도 내가 그 배에 타지 못 하고 항구에 남아야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소외될 입장에 처한 노동자들은 사회가 직면한 큰 변화의 결정에 대해 최대한 저항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할 수 없고, 결국 변화의 적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커다란 변화의 흐름 앞에서 중요한 사회적 결정을 해야 할수록,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위스콘신 주의 소도시 ‘제인스빌’의 노동자 재교육 모델을 5년간 추적한 책 ‘제인스빌’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을 별도 포스트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그 과정과 결과물을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의견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언제든지 의견 보태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joonchigirl@lab205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