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은 가능할까? 시민권이 기업가정신과 만날 때

이원재 (LAB2050 대표)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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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Oct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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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EF 2018

시민권(Citizenship)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만날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결혼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고 있죠. 이 결혼은 지금 위기입니다.

우리는 이 결혼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요? 이 때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발표에서 제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제 가설을 하나 제시하려고 합니다. 서울의 혁신적인 공공정책과 한국의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을 통해 도출한 가설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결혼은 점점 더 깊은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버넌스와 권력에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칙에 기반합니다. 자본주의는 1원 1표의 원칙에 기반하고요. 이 원칙이 불평등을 낳고 있습니다. 권력의 불균형을 낳고 있습니다.

이제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을 뒷받침 할 간단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동시에 실험하고 있는 서울의 이야기입니다.

미시적 수준: 서울의 학교협동조합

미시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봅시다. 학교협동조합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학교에서 만드는 교육 경제 공동체입니다. 이들이 직접 소유권을 갖고, 좋은 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처럼 민주적으로 운영됩니다. 2013년 서울에서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고, 지금은 한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76개의 학교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조례에 근거해 운영됩니다.

학교 구내 매점이 시작이었습니다. 76개의 학교협동조합 중 56개가 구내 매점입니다. 서울 영림중학교의, 학부모 회의가 너무 길어졌던 어느 날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배가 고파진 학부모들은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구내 매점에서 간식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 간식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매점이 비용 감축을 통한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품질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무언가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학부모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유기농 과자를 사다주고 있었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유기농 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최초의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학교협동조합은 매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나, 특성화고의 학생 주도 스타트업과 같은 형태입니다.

서울 성수공업고등학교가 좋은 사례입니다. 전국 최초의 ‘에코바이크과’가 있습니다. 현장실습의 형태로 운영되는데요. 여기에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를 사업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여기서 민주주의와 기업가 정신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민주적으로 토론하며 경영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까요.

최근에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한 평생교육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에게 자전거 정비 교육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하는 미시적 수준의 실험 중 하나입니다.

미시적 단계: 서울의 학교협동조합

거시적 단계: 민주주의, 사회적경제, 기본소득

지금부터는 거시적인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적경제, 기본소득 세 가지 파트가 있습니다.

시민 민주주의

첫 번째, 서울은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 정부가 시작했고, 지금은 서울시의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이고, 공론적인 민주주의에 기반합니다. 서울 민주주의 위원회를 설립하고, 이 위원회가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중요한 이슈를 서울시 정부에 전달합니다.

초기에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서울시 예산의 5%를 시민의 제안을 실행하는 데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시민이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

두 번째는 사회적경제입니다. 지난 5년 간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특히 여기에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립합니다. 센터는 자금 투자, 컨설팅, 멘토링, 성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민사회와 서울시의 사회적 계약에 기반했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사회적경제의 대표자들과 서울시 정부의 대표자들이 만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고, 이 센터는 서울사회적경제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되게 됩니다.

기본소득 실험

세 번째는 기본소득 실험입니다. 경제적 안정을 주는 프로그램이지요. 서울에는 청년수당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구직 중인 청년에게 가벼운 제약 조건으로 소득을 분배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1달에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됩니다.

이를 좀더 대담하게 발전시켜 무조건적 기본소득 실험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시적 단계: 민주주의, 사회적경제, 기본소득

새로운 사회계약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것은 LAB2050에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LAB2050은 정책실험실로,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혁신 정책을 연구합니다.

우리는 시민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시민에게 권력을 주려면, 기반을 갖추어야 합니다.

기반 중 하나는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와 같은 ‘새로운 민주주의’ 입니다. 두 번째는 서울의 사회적경제와 같은 ‘새로운 경제구조’입니다. 세 번째는 기본소득과 같은 ‘개인의 경제적 안정’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시민에게 권력을 준다면, 시민들은 긍정적 심리자본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긍정적 심리자본이 능동적 시민성(active citizenship)과 기업가정신을 향상시키고, 사회혁신과 경제적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 혁신은 시민들을 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에서 구해낼 뿐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몰락으로부터 구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혼을 궁극적으로 위기에서 구해낼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고 또 동참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사회계약

이 포스트는 GSEF BILBAO 2018 WORKSHOP 2.2 ‘협력의 사회적경제와 시민권: 변화의 이항식’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발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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