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나오는 일자리 정책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세원(LAB2050 연구실장)

황세원
LAB2050
10 min readSep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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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일자리 예산이 20조 원이 넘는다고? 그걸 어디다 쓰고 있는 거야, 대체?”

“차라리 그 돈을 실직자, 구직자들한테 그냥 나눠주는 게 훨씬 낫겠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 관련 보도가 나오면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다. 인터넷 기사마다 달린 댓글들도 비슷하다. 이런 의견들은 실제로 무슨 의미일까? 정책을 좀 더 효과성 높게 잘 펼치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일자리 정책 자체가 소용이 없다거나, 다른 정책이 좀 더 시급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혹은 이런 의견들은 소수일 뿐이고 현재의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해봤다. LAB2050과 한겨레, 그리고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공동 기획 및 조사 설계를 했고, ㈜우리리서치가 조사를 수행했다. 2018년 9월 12~13일 20대 이상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모바일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무선전화RDD 방식으로 추출한 85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다.

[설문조사 결과 보도자료 ‘일자리 정책, 세대 별 평가 갈린다’ 보기]

조사 결과,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은 ‘부정’(52.9%)이 ‘긍정’(42.6%)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이유(복수선택)로는 ‘대부분 한시적 지원이라 실효성이 떨어져서’라는 응답(66.8%)이 가장 많이 선택됐다. 그 다음은 ‘정부가 정해 놓은 틀에 맞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어서’(11.3%), ‘일자리 숫자를 충분히 늘리지 못 해서’(10.9%), ‘정규직·임금수준 등 조건 좋은 일자리가 아니므로’(9.9%), ‘잘 모름’(1.1%) 등이었다.

일자리 정책, 30대는 ‘긍정’, 50대는 ‘부정’ 평가 높아

응답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다른 양상도 보인다. 2030세대는 정부 일자리 정책 전반에 대해 더 긍정적이다. 20대는 긍정(45.4%), 부정(45.2%) 의견이 비슷했고 30대는 긍정(54.1%) 의견이 부정(40.0%) 의견보다 높았다. 반면 50대와 60대는 부정 의견이 60% 이상으로 긍정 의견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직업별로 봐도 차이가 나타난다. 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가장 우호적인 집단은 ‘실업자/구직자’였다. 긍정(60.9%) 의견이 부정(35.2%)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자영업자는 부정(71.9%) 의견이 긍정(27.6%)보다 월등히 높았다. 일자리 정책의 수혜 당사자들이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대, 실직자, 구직자 그룹은 ‘청년수당’ 지지

이런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현재 실행 중인 일자리 정책 각각에 대해서 의견을 물은 데 대한 응답들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 일자리 확대,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실행 중인 청년수당, 직장이 있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직접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등에 대해 각각 의견을 물었다.

세대 전반에서 긍정 의견을 가장 많이 받은 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 일자리 확대’였다. 세금을 써서 지원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비교적 분명한 정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는 대부분의 정책에 대해서 세대 간 의견이 엇갈렸다. 역시 2030세대는 긍정 의견이 우세하고 4060세대는 부정 의견이 우세한 현상이 보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청년수당’에 대한 응답이다. ‘구직자에게 일정 기간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20대는 58.7%가 긍정, 36.4%가 부정 의견을 택했다. 60대 이상에서 부정(70.1%) 의견이 긍정(43.2%)보다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직업별로 봐도, ‘실업자/구직자’의 69.2%가 긍정 의견인 반면 자영업자는 74.8%가 부정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분 차액을 자영업자에게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응답에서도 20대는 절반 이상인 50.9%가 긍정 의견을 보였다. 이 정책에 일자리가 달려 있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60대는 부정 의견이 83.7%에 달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와 그에 따른 세금 투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가장 실효성 높은 일자리 정책 실행 방안’에 대한 질문(복수 선택)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시장 규제를 줄여 기업 불편을 해소해 준다.’(49.0%)는 항목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역시 ‘취약 계층 공공근로 일자리를 늘린다.’(35.8%)는 항목 선택 비율도 높았고, 그밖에 ‘구직자에 교육을 지원한다.’(34.4%), ‘창업하려는 사람을 지원한다,’(23.6%) 등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구직자에 조건 없이 일정기간 현금을 지원한다.’라는 항목은 전체적으로는 7.0%의 선택만 받았다. 다만 세대별로는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20대는 긍정(58.7%) 의견이 부정(36.5%) 의견보다 높았고, 반면 60대 이상은 부정(70.1%) 의견이 긍정(29.9%) 의견보다 높았던 것이다. 이 정책이 현재 주로 ‘청년수당’이라는 방식으로 경기도, 서울시 등에서 실시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수혜 당사자 여부에 따라서 의견이 갈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규제’와 일자리의 관계는?

이 질문에서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시장 규제를 줄여 기업 불편을 해소한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항목을 선택한 것은 ‘정부는 일자리 창출, 취업 장려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스스로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민간에서 창출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의견일 수도 있다.

다만, 이 항목에 대한 응답에서도 세대 간 차이는 있었다. 20대 중에서는 이 항목을 택한 비율이 29.5%에 머물러서 50대의 60.2%, 60대의 65.5%와는 대조됐다. 위의 ‘구직자에 현금 지급’ 항목에 대한 20대의 의견과 종합해 볼 때, 기존에 존재하는 일자리에 진입하는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들은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일자리 창출, 확대, 고용 장려 등에 나서는 것을 원하고 있으며, 일자리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설문에서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정규직’에 대해서다. 이 개념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그 결과, 정규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 의견을 받은 항목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으므로’(86.0%)였고, ‘정년퇴직까지 다닐 수 있으므로’(81.1%)가 뒤를 이었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대목은 ‘차별받거나 무시당하지 않으므로’(79.8%)라는 이유가 ‘정년퇴직까지 다닐 수 있으므로’와 거의 비슷한 수준(오차범위 이내)으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고용의 안정성(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및 복지 수준 때문에 선호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차별받지 않는 일자리’라는 요건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규직’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 때 이 점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준다고 해도 그 직장 안에서 ‘공채 정규직’ 등에 비해 당하는 차별이 여전하다면 그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정규직은 어느 정도 비중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서 전체 임금근로자(일용직, 파트타임 등 포함) 중에서 60~70% 수준(2017년 8월 기준 67.1%)이라고 발표하고 있는 그 ‘정규직’이,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 개념과 차이가 있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정규직의 비율이 ‘20% 이상 40% 미만’일 것이라는 항목(36.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렇게 응답할 때의 ‘정규직’은 단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만은 아니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꼭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물었을 때, 전체의 7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비공감 22.1%, 잘 모름 1.0%)

즉, ‘정규직’은 중요한 의미이기는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그 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자 할 때 ‘적정 수준의 안정성과 임금, 복지를 보장 받으며, 차별 받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자리 정책의 목표, 관행부터 돌아봐야 할 때

이상과 같은 조사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각각의 실효성 측면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바라보는 관점 측면에서부터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일자리’에서 일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세대별, 직업별로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기존 사회의 정해진 틀의 범위에서 사람들을 최대한 ‘재직 중’ 상태로 만드는 것, 그에 따라 고용율과 실업율 통계 수치가 개선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관행을 전면적으로 되돌아 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논의는 필연적으로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점점 빨라지는 사회 및 산업 변화,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일자리의 지형들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일수록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어떻게 일자리 개수를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답고 가치 있는 ‘좋은 일’이 많아지도록 하고, 단순하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없앨 것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LAB2050의 좋은노동랩은 그와 같은 연구를 하고 있고 이번 설문조사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던 일자리’를 포함해 일자리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곧 하나씩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의 문제의식 방향은 ‘자녀 하버드 가고 노벨상 받게 키우는 법’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보기

일자리 정책 실효성 설문 조사 결과 요약(by 우리리서치)

일자리 정책 실효성 설문 조사 결과 표

[보도자료] 일자리 정책, 세대별 평가 갈린다

관련 포스트

‘자녀 하버드 가고 노벨상 받게 키우는 법’

미래에서 온 실패 보고서, 제인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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