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과 택시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윤형중 (LAB2050 연구원)

윤형중
LAB2050
5 min readDec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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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자율주행 컨셉트카 e-pallett. 출처 : 도요타 홈페이지

최근 접한 뉴스들 중에 마음에 자리 잡은 큰 덩어리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한 택시기사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입니다. 그는 유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어플 하나 개발해서 4차산업, 공유경제라는 말로 포장해서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하는 카풀 사업자 카카오에 대하여 정부는 엄정한 법적용을 하여 강력하게 처벌하여 영세한 택시산업을 지켜주길 바란다.”

유서의 내용에서도 드러나듯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기존 산업의 종사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십수년간 새로 성장한 회사들은 대부분 파괴적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는 의미입니다.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장난감 가게)를 무너뜨렸고,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비디오 대여점)를 몰락시켰습니다. 기술은 산업의 트렌드도 바꿉니다. 셰일가스의 시추 비용을 낮춘 기술이 유가 하락을 부추겼고, 이는 전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의 열풍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이 트렌드를 예측하지 못해 수년간 고생을 했죠.

그런데 이 변화도 시작에 불과합니다. 자동차 시장에는 친환경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총집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 택시를 12월 5일부터 애리조나 주에서 돈을 받고 일반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4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제조산업 종사자들은 물론, 택시기사 30만여명, 대리기사 20만여명에 각종 버스와 화물차량 기사들의 일자리까지 합치면 100만명이 훌쩍 넘는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차원의 위협도 임박했습니다. 제조공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한 스마트공장, 계산원을 없앤 슈퍼마켓인 아마존고, 병원에 취업한 인공지능 컴퓨터 등의 사례를 보면 일자리의 위협을 받는 분야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식산업까지 확대됩니다.

그렇다고 변화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변화를 한 지역에서만 거부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종국엔 변화가 지체된 지역만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습니다.

출처 : 셔터스톡

신기술과 일자리라는 딜레마

변화를 피하기가 어렵고, 변화하자니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이 딜레마는 풀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변화를 막는다면 고름을 키워 더 큰 피해를 초래하고, 대책 없이 변화를 방조한다면 밀려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변화를 방조하는 것은 변화를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회 전체의 혁신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만족하는 ‘묘수’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숙의 끝에 대안이 나오더라도 누구에게든 혹은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기가 쉽습니다. 그동안 딜레마의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은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때의 논란이나 유행에 그치고 마는 트렌드라면 ‘유보’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변화라면 유보는 고름을 키우는 일이죠. 유보가 만든 불확실성은 위협을 받는 당사자의 불안도 덩달아 키웁니다.

유보는 더 이상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당면한 현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지 않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변화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변화의 양상은 어떻게 되는지, 변화에서 소외나 피해가 예상되는 이들이 누구이고,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를 알아야 적절한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 유보되지 않도록 누군가가 도와야 합니다. 그게 바로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LAB2050이 해야할 일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관련된 장단기 정책 제안

지난 달에 LAB2050에 합류한 저는 앞으로 기술과 사회의 조화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달리 말하면 기술이 사회와 충돌하는 지점을 연구하는 셈이죠. 갈래를 나눠서 보면 사회와 충돌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표적인 기술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입니다. 이 기술이 서비스되는 시장의 구조를 ‘플랫폼 경제’라는 용어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플랫폼 경제도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그 다음에 연구할 분야는 기술과 충돌하는 기존 사회의 영역입니다. 카풀이란 서비스와 충돌하고 있는 택시산업, 블록체인 서비스와 부딪치는 기존의 금융권, 자율주행 기술이 위협하는 운전기사라는 일자리, 인공지능이 바꿔가는 기존의 산업 영역 등이죠. 기존 산업을 들여다볼 땐 기존의 이해관계와 구조적 문제도 살펴볼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대안을 찾으려 합니다. 기술과 사회를 면밀히 살펴본 다음에 조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죠. 이를 테면 플랫폼 경제에서 참여자들간에 조화로운 분배를 이끄는 방안으로 노동자들이 플랫폼 기업 주주로 참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식입니다.

독점적 플랫폼이 소비시장을 넘어 ‘노동’마저 매개하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새로운 시장질서를 디자인하는 작업인데요. 결국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보고자 합니다.

정리하고 보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이네요.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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