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본소득이 50대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토론회 후기]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2년간의 정책실험으로 검증해 봅시다.”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토론회가 지난 1월 2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LAB2050이 서울연구원, 남인순 기동민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연석회의와 함께 주최한 행사로, 서울시 청년수당을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으로 개편, 실행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LAB2050과 서울연구원은 이 제안을 위해 2018년 하반기 동안 ‘서울시 청년 수당 2.0’ 실험 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청년세대의 안정성,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한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는 이번 토론회 현장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비중 있는 행사들이 수십 건 열리는 국회에서도 보기 드물게 좌석이 꽉 차고, 토론회장 안팎에 서서 듣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행사 후 여러 언론에서도 ‘청년수당 2.0’ 제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 — “삶 안정성 있어야 혁신” 서울형 청년 기본소득 실험 나온다

세계일보 — 청년에게 한달 50만원씩 2년간 준다면?

오마이뉴스 — “20대 청년수당 아깝다고? 50대 ‘부모수당’ 이기도”

경향신문 — “청년수당, 선진국 ‘기본소득’처럼 지원하자”

이번 행사가 주목을 끌었던 또 한 가지는, 여야 세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보편복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세연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김세연 의원은 “기본소득이 도입되는 방향으로 사회시스템이 재설계되지 않는다면 21세기 대한민국 공동체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 기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일자리 소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상, 과거 패러다임에 기본적 의심을 가지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관점이라 생각합니다.청년수당 등 여러 대안들이 실험되고 검증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체제가 새롭게 설계되기를, 오늘 이 자리가 그 출발점이기를 바랍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수당 2.0’이 단순한 제안이 아닌 ‘정책실험’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진정한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청년수당에 대한 정책실험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과 조사된 내용을 통해 이론적 근거가 탄탄해지면 청년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논의가 발전할 것입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 원 장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이날 토론회의 목적을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6개월간 50만원 지원’ 방식의청년수당을 시행할 때도 여러 논란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현금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청년수당이 청년안전망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 모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더욱 발전된 서울 청년수당의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실험이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이제는 큰 틀에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그러기 위해 ‘정책실험’이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두 분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분은 김용균씨이고, 다른 한분은 최우기씨입니다. 한 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비극적인 일을 당한 20대이고, 또 한분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택시기사입니다. 이 분들처럼 우리 사회에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 다음 단계의 한국이 해야할 일입니다. 궁극적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될지, 청년수당과 함께 기초연금, 중장년 기본소득이 도입될지는 잘 모릅니다. 무엇이 되든 분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2~3년간 100억원, 200억원을 쓰는 일은 그 이후에 몇조원, 몇십조원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LAB2050 연구위원장)는 청년수당 2.0의 기반 철학인 ‘자유안정성’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자유안정성 모델이란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와 생활의 안정성을 국가가 제도를 통해 구현해야 할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사회모델입니다. 유럽의 ‘고용유연성’, 개인 삶의 안정성을 함께 보장하는 ‘유연안정성’ 모델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념입니다. 
자유와 안정은 개개인이 스스로 자기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사회경제적인 맥락에서도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개인에게 충분한 자유와 안정이 주어져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도 활발해진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장이 자유안정성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정을 향한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근 ‘포용국가’라는 화두가 떠오른 맥락은 지금 우리사회가 포용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20대 남성은 ‘남자가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20대 여성은 ‘여자가 차별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세대들이 주위 사람들과 끊임없는 마찰관계에 있고, 실패가 두렵고 ,새로운 일을 모색할 의지가 없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기존 제도를 조금 바꿔서는 안 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청년수당 2.0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기존의 청년 지원 제도들이 ‘구직 지원’에 머물렀던 팩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만일 청년들이 단순히 정보가 부족해서, 부지런하지 않아서 일자리를 안 잡는 것이라면 구직제도에 머물러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당면한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정성의 부족으로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유의 결핍으로 다양한 탐색을 할 기회를 제한당한 가운데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을 민감하게 의식하고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LAB2050 연구위원)는 청년수당 2.0의 구체적인 설계안을 제시했습니다. 2년간 3개의 실험 집단(총 2400명)을 대상으로 지급실험을 하면서 이것이 대상자들의 구직, 자기계발, 창업시도, 행복, 주거, 소비, 가족형성, 공동체 참여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겠다는 것입니다.

구교준 연구위원 발표자료

3개의 실험집단은 조건 없이 2년간 매달 50만원씩을 받는 집단(800명), 근로소득만큼 수당이 차감되는 집단(800명), 아무 수당도 받지 않는 ‘통제(비교)집단’(800명)으로 나뉩니다. 이 실험의 지급 총액은 2년간 192억입니다.

이제까지 없었던 ‘조건 없는 지급 실험’이라는 개념과 실험 규모, 예산으로 볼 때 궁금증과 반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청년수당 2.0’의 철학부터 개념, 설계안에 대한 질문과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만26살에 서울시의회에 진출한 이동현 서울시의원은 ‘청년으로 서울시의원이 된 입장’으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바닥을 쳐야 올라온다고 하는데, 청년들은 바닥을 치는 순간 바닥을 뚫고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추락이 기다리고 있어 도전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청년들이 창의적이지 않도 진취적이지 않다고들 하는데, 청년들은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스펙을 갖추느라 바쁩니다. 청년다운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청년이 청년답게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서울연구원의 김승연 부연구위원은 청년수당 시행 이후 달라진 인식과 환경을 강조했습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은 조건 없는 소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청년수당을 시행한지 불과 2,3년 만에 많이 달라졌습니다. 중앙정부가 청년 대상으로 구직 지원 수당을 주려 하고, 다른 지자체서도 청년수당과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를 모색할 때가 되었고, 그 방향은 기본소득입니다.”

김 위원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설계를 보면 ‘수당을 주면 청년들이 안정을 느끼고 혁신을 꿈꾸게 된다’는 전제가 있는데, 그것을 사회가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실험을 통해 검증하려는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기본소득 실험을 보면 핀란드는 실업수당을 기본소득의 방식으로 주면 고용에 영향이 있는지, 캐나다는 사회보장을 기본소득 방식으로 하면 저소득층 생활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네덜란드는 탈빈곤에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등 목표가 명확합니다.”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험’이라는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서울시가 이런 실험을 검토한다니 기쁘지만, 꼭 실험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있습니다.(…)다비드 카사사스(스페인 기본소득네트워크 부대표)는 ‘독재는 실험을 통해 실행된 적이 없는데, 왜 기본소득은 꼭 실험을 하려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지금 노동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점에 청년수당이 이 제도를 지지할 만큼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설계에 신중하고 변수를 잘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청년수당을 가로 막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최한수 연구위원은 실험설계에 있어서 세부 사항(디테일)을 세심하게 짤 것을 조언했습니다.

“청년수당 2.0의 정책목표에서 한 두개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고, 그에 맞게 실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만일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면 취업이 늦어지고 취업률 떨어지지만 좋은 일을 찾을 확률이 높다는 가정이 있다면, 이직률과 첫 번째 직업의 임금수준 등을 집중적으로 보는 등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기현주 센터장은 지난 3년간의 청년수당 정책을 실행한 입장에서 성과와 한계를 전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청년수당 2.0이 검토해야 할 지점들을 제시했습니다.

그가 정리한 내용을 보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지금까지 1만5183명을 지원했고,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제안하고 만든 정책답게 참여자들의 정책만족도는 98.8%에 달했습니다. 비참여그룹과의 비교에서 참여그룹의 만족도, 사회신뢰도, 자존감, 진로이행 정도 등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수치가 나왔고, 2017년 참여자의 10개월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 혹은 창업자의 비율이 전체의 40.8% 수준이고, 진로미결정 상태에서 결정으로 이동한 참여자의 비율은 87%였습니다.

기 센터장은 “청년수당 2.0이 기존과 동일한 금액인 50만원에 그친 것이 아쉽고, 청년수당이 실업급여, 내일채움공제, 취업성공패키지 등 기존 복지수혜자를 제외했는데 이들 제도와 청년수당을 연계해 결합의 효과를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청년유니온 정책팀의 정준영씨는 청년수당 2.0이 오히려 청년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지를 지적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당장의 취업, 혁신의 과제가 끊임없이 부과되면서 새로운 책임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청년수당 2.0은 청년 기본소득을 ‘사회적투자’ 개념으로 제시했는데, 그러면 청년은 투자의 효용을 계속 증명해야 합니다. 결국 국가는 가부장의 위치가 됩니다.”

정준영씨는 ‘기본소득을 누구에게 먼저 시행할지’에 대한 토론을 더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년수당’ 실험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보편적 시민권에 근거한 기본소득이라면 누구에게 먼저 지급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여러 문제에 봉착합니다.실험에서는 청년에게 먼저 주자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편적 기본권이 사라집니다. 또 다른 연령대로 가려면 누가 취약하고, 투자에 대한 산출이 무엇인지 등의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중년수당 1.0은 어떨까요. 삶의 안정성을 보장 받으면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취지로 효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청중들도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대학에서 청년수당을 연구 중이라는 조민서씨는 “복지에 대한 총체적인 재구조화 없이 시행하는 기본소득은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온 백희원 활동가는 “기본소득의 성과 평가 항목으로 ‘젠더 정의’의 관점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토론을 진행한 이원재 LAB2050 대표는 논의에서 나온 쟁점들을 5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청년 기본소득의 목표는 고용인가, 혁신인가, 심리자본인가, 혹은 그 모든 것인가.
  2. 보편주의적 수당은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가는 단계인가.
  3. 혁신을 유발하기에 50만원이 적절한 금액인가.
  4. 정책효과를 평가하는 요소를 더 세밀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 중에 개인과 사회의 연결, 공동체 효과에 대한 요소가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5. 실험이라는 방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실험이라는 방식 자체의 한계도 있지 않을까.

청년수당 2.0은 현재로서는 완성된 설계는 아닙니다. 이것이 실제 정책이 되기까지는 아직 건너야 할 단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비판들도 그 단계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긍정적인 시그널은,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 중에 극히 드물게 청년세대 청중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발제 및 토론자들이 말한 것처럼, 2~3년 전만 해도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 화두가 어느덧 구체적인 정책실험 제안으로까지 커졌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청년수당 2.0 제안이 기반하고 있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안정과 자유에 대한 결핍이 심각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청년수당’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중년수당’ 제안이 이어지고,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그 부모세대인 50대의 안정성을 높이는 일”(최영준 교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세대를 연결하는 사고가 이뤄지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었습니다.

LAB2050의 기본소득 연구는 2019년에도 활발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각 단계마다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청년 기본소득 정책실험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이나 의견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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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토론회 자료집_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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