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아시아 사회혁신 이니셔티브(EASII) @ 베이징: 혁신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고동현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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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Apr 23, 2018

고동현 (LAB2050 연구원)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 LAB2050의 이원재 대표과 고동현 연구원이 동아시아 사회혁신 이니셔티브(East Asia Social Innovation Initiative, EASII) 워크숍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보고 들은 중국의 혁신 담론과 베이징의 변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 번째로 Stanford PACS가 주최한 중국 사회혁신 컨퍼런스와 르핑재단의 워크숍을 통해 보고 느낀바를 전합니다.

사회혁신 국제컨퍼런스 BLURRING OF THE BOUNDARIES

3월 27일, EASII 참석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호텔 로비에 모였다. 곧바로 북경대 스탠포드 센터(Standford Center at Peking Univetsity, SCPKU)로 이동했다. 스탠포드대학 자선과 시민센터(Stanford Center on Philanthropy and Civil Society, Stanford PACS)는 2015년부터 매년 ‘BLURRING OF THE BOUNDARIES’라는 타이틀의 사회혁신 국제컨퍼런스를 북경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는 ‘중국의 사회혁신과 자선의 역할에 대한 탐색(Exploring the role of social innovation and philanthropy in China)’이다.

북경대 스탠포드 센터 전경, 세미나는 건물 지하의 메인홀에서 진행됐다.

중국 사회혁신의 열기

컨퍼런스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인 아침 8시부터 조식을 제공한다. 세미나를 위해 모인 연사와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시작 전부터 느껴진 활기는 컨퍼런스 내내 이어졌다.

지하 2층에 마련된 홀과 지하 1층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좌석까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북경대에서 공부하는 해외학생들과 상해 등 중국 각지에서 온 혁신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해외 연사는 물론 대부분의 국내 연사가 영어로 발표를 진행했으며, 질문 역시 중국어보다 영어로 던지는 사람이 많았다.

각 세션이 끝날 때마다 연사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줄이 이어졌고, 점심시간, 휴식시간에도 참석자 대부분이 활발한 네트워킹에 나섰다. 중국 내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체감한 것만으로도 소득이 큰 컨퍼런스였다. (중국 사회혁신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는 SSIR의 동아시아 특별판에 소개되어 있다. 2017, SSIR, Understanding China’s Third Sector)

시작부터 끝까지 열기가 가득찬 행사장

모두의 화두 소셜 임팩트

컨퍼런스의 화두는 단연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였다. 소셜 임팩트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소설 섹터가 가진 공통의 화두였다. 소셜 임팩트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미국 재단의 관리자는 외부 컨설팅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ockcheck Group Foundation의 이사인 Catherine Zhang은 아버지가 세운 기업 재단에서 일하면서, 이전 세대와 중국의 기부 문화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세대는 단순히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더 큰 임팩트를 추구한다고 했다. B Corp China의 고민현 이사는 2016년 시작된 중국의 B corp 인증기업이 7개로, 확산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B corp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임팩트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글로벌 인증 운동이다. 2012년 시작된 한국에서는 12개 기업이 2016년 시작된 일본에서는 4개 기업이 B-Corp인증을 받았다. B Corp Aisa)

소셜벤처를 지원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과 수 많은 질문이 이어졌으며, GSR Ventures의 James Ding 이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소셜 임팩트를 창출한 개인에 대해 가상화폐를 통해 보상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혁신 사례 공유

컨퍼런스를 마치고, 베이징 사회혁신 워크숍(Dialogue on Social Innovation in Beijing)에 참석했다. 저녁 식사를 겸해 EASII 참석자들이 한국과 일본의 사회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Root Impact의 허재형 대표가 헤이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성수동의 사회혁신 클러스터 조성 현황과 혁신가들에게 주거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디웰하우스 사업을 소개했다. 베이징 도심의 주거 비용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라 참석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Value Books의 Nozomi Torii 이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의 금융권에서 나가노의 중고책 거래업체인 Value Books로 일자리를 옮겼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아직 대형 중고책 거래망이 갖춰지지 않았다. Value Books는 나가노에 대형 창고를 만들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전국에 중고책을 거래한다.

10년 간 성장세를 이어와 45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사회적 임팩트를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바꾸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나가노에 대형 북카페를 오픈했고, 지역의 작은 동네까지 찾아가는 이동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출판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선정하여, 이들에 대해서는 중고책 거래를 통한 수익의 일부를 배분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B Corp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동아시아 혁신 생태계의 독자성

첫날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현금을 내밀려는 우리에게 택시 기사는 바코드를 내밀며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요구한다. 크고 작은 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때도, 길거리의 자전거를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체크/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고 우리보다 앞서 전자결제를 보편화했다.

기술혁신이 이끈 사회변화는 더이상 어느 사회가 더 앞선 사회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미세먼지와 재활용 사태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가속화 되고 있는 고령화, 도시 재생과 도농 격차 등 한국, 중국, 일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의 양상은 한중일에서는 야후, 바이두 등 자국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특성도 미국, 유럽, 다른 아시아지역과는 찾기 힘든 공통점이다. 각자 경험한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확산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EASII와 같은 혁신 네트워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동아시아의 디지털 전환의 공통된 특수성을 나타내주는 중요한 예이다. 2015년 기준, 글로벌 검색엔진인 구글이 9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유럽, 라틴아메리카와 달리 한중일은 자국 플랫폼인 네이버, 바이주, 야후가 각각 60%, 70%, 50%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 Jimmy Data

참고: 동아시아 사회혁신 이니셔티브(EASII) 되돌아보기

동그라미재단, 2017, [동아시아 사회혁신가포럼] 다시보기 : 확장판

여시재, 2017, 동아시아 사회혁신 워크숍 참관기

희망제작소, 2016, 동아시아 사회혁신, 집중 탐구의 장 EASII 2015~2016 워크숍 활동 보고

SSIR, 2017, East Asia’s Role in Global Social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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