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를 넘어: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의 시대,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LAB2050 보고서 인사이트2050–06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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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min readNov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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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승주·최영준·이원재·고동현 (공동연구진: 구교준·김지원·이승준·조주령)

GDP는 대다수 국가들이 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치 측정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GDP는 현재의 가치 창출 활동에 비해 미래 세대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 가격과 시장 가치만을 중시해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점, 투입 중심의 시각으로 인해 개인·사회·환경에 미친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서 대표적인 발전 지표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코로나19 등 변화된 환경에 맞는 우리 사회 새로운 발전 기준과 이를 측정할 지표가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PDF(다운로드)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본 보고서는 2020년 8월부터 LAB2050과 한마음평화연구재단이 협력사업으로 수행 중인 ‘국민 경제의 포괄적 가치 측정 연구’의 일부를 따로 펴낸 것입니다.

1. 서론: 왜 GDP인가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발전 정도를 파악하는 새로운 관점 혹은 지표 제안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그 대표적 지표로 통용돼온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이하 ‘GDP’)의 문제점 및 한계를 지적한다. 나아가 그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 혹은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 지표가 필요함을 논증하며, 이에 근거하여 새로운 지표의 구체적인 개념을 설정하고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GDP는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기에 만들어졌다. 대공황 직후인 193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뉴딜’(New Deal: 새로운 계약)을 내세운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가 승리했다. 당시 루스벨트 후보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내세운 뉴딜 공약은 연방정부의 적극적 경제 개입(재정 정책)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당시 미국에는 사회 전체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종합 지표가 없었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기껏해야 주가 지표와 철도화 물량, 불완전한 일부 산업생산량 지표에 불과했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은 경제 상황이 어떤지, 정부의 개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객관화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루스벨트는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에게 ‘국민계정’ 지표를 만들도록 했다. 대공황의 실태를 파악하고 뉴딜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임무를 맡은 쿠즈네츠는 1934년에 ‘국민소득, 1929~1932’(National Income, 1929~1932)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이 보고서가 루스벨트의 2차 뉴딜 정책을 펼치는 기반이 됐다. 이후에도 그의 국민소득 지표 연구는 미국 정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데이비드 필링, 2019).

영국에서도 유사한 노력이 나타났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년 뒤인 1940년,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어떻게 전쟁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책을 펴낸다. 이 책에서 케인스는 국가가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의 생산능력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스는 책에서 간략한 추정치를 직접 제안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국가의 생산 능력에 정부의 지출 항목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이전까지는 무시됐던 정부와 경제 사이의 연결고리가 분명해졌으며, 정부가 경제지표에 등장하게 된다(마추카토, 2018).

GDP는 이렇듯 대공황과 전쟁의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에서 만들어진 지표들을 토대로 발전해 만들어졌다. UN(국제연합)은 1953년에 미국과 영국의 방식을 상당 부분 반영한 ‘국민계정 체계’(System of National Accounts, SNA)를 처음으로 발간했으며 이후 국제 표준으로 확대했다. 1968년에 이르러 국민소득통계, 산업연관표, 자금순환표, 국제수지표, 국민대차대조표로 구성된 5대 국민경제통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보다 체계화한 국민계정 체계로 발전했다(한국은행, 2015).

이런 과정을 거쳐 GDP는 한 국가의 경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자리매김했으며, 여러 국가의 발전 정도를 계량화해 비교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한국에서도 1957년 한국은행이 국민소득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UN에서 발표한 국민계정기준에 따라 국민총생산을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GDP는 20세기 들어 고도화한 자본주의의 성장과 복지국가의 역할 확대를 배경으로 모두가 바라보며 전진하는 북극성의 지위를 점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GDP가 태어난 그 때와 같이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GDP가 만들어진 1930~40년대 이래로 자본주의는 주기적인 부침을 겪으면서도 비약적인 생산성 증대와 풍요의 시대를 이끄는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자본주의가 맞닥뜨리고 있는 총체적 위기 상황은 심상치 않다. 대공황 시기 세계가 겪었던 혼란한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스템이 흔들린다는 점 자체는 같지만 그 방향에선 큰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다. 1930년대는 대공황과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생존하는 일이 지상의 과제였다. 생산 증대를 통한 양적인 경제성장이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여졌던 시기다. 이에 비해 2020년대는 자본주의의 고도성장이 초래한 갖가지 부작용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뛰어넘는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우리 공동체의 가치와 이념, 목표 수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루스벨트나 케인스 시대의 화두와 성장을 위한 지표가 우리 시대에도 똑같이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 시대 상황과 조건이 달라진 만큼 그에 부응하는 새로운 가치 지표가 필요하며, 지향하는 발전상이나 목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국가의 방향 설정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하지만 국가는 여전히 GDP라는 과거의 낡은 지표를 금과옥조로 삼아 정책의 방향을 설계하고, 집행하고, 평가하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기후변화와 감염병 위기, 불평등 심화 등에 맞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줄 수 있는 가치 척도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지표는 성장 지상주의의 굴레를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공존, 조화의 가치를 품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대전환을 이끌 새로운 ‘북극성’이 필요하다.

2. 잃어버린 북극성

가. 성장에서 발전으로

국가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일은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작업의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가격’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고민하기에 앞서 그 가치의 핵심은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바로 성장을 발전과 동일시해온 과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우리는 지금껏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를 ‘경제성장’(Growth)에 두고 있었으며, 그것이 곧 발전[1]이라고 간주해 왔다. 발전과 성장은 같은 것일까? 대체적으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해돼온 것이 사실이다.
인류의 발전은 사람의 안녕(Well-being)을 최대화 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이고, 건강, 부, 지식, 기술, 그리고 자유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정의됐다(Coccia et al., 2018). 또한, 사회 발전은 시민들의 기본적 욕구를 채우고, 시민과 공동체가 그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도록 하며, 개인의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사회의 능력으로 정의된 바 있다(ISC, 2020).

이와 유사하게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은 발전을 사람들이 누리는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발전은 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카말 말호트라(Kamal Malhotra, 2004:13)는 발전의 핵심 목표가 인간의 행복과 창의적 삶의 환경 조성에 있다며 성장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통찰했다.

“사람들이 국가의 실질적 자산이다. 발전의 핵심적 목표는 사람들이 길고, 건강하며, 창의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한 진리처럼 보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발전을 위한 노력은 재정적 부를 창출하고, 물질적 안녕을 증진시키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발전이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 잊혀졌다(Malhotra, 2004:13).”

이러한 정의에서 나타나는 발전에 대한 함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사람, 즉 개인이 발전의 최종 목표이자 핵심 가치라는 점이다. 국가의 번영이나 사회의 발전은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둘째,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조이다. 자유의 증대가 곧 발전이며,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그 구현이 진보의 핵심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자유의 추구 자체에 머물지 않고 자유를 구현할 최적의 환경과 사회의 역량을 강조한다.

그간 GDP는 한 국가의 경제적 성장 또는 발전을 계량화해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됐다. 그러나 GDP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신 거래되는 가격만을 평가한다. 또 성과가 아닌 투입을 측정하며, 총량을 측정하지만 분배 상황은 보여주지 못한다. 따라서 양적 성장은 파악할 수 있으나 사회의 질적 향상은 알 수 없다. 이런 한계들은 GDP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되기 어렵게 만든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 실질적 자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과 역량 확보를 제대로 평가할 새로운 지표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양적 경제성장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가진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변치 않는 가치는 개인의 안녕과 실질적 자유다. 국가와 사회는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환경과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시대는 단순히 양적인 성장을 넘어 발전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 새로운 발전의 방향: 자유안정성 국가

그렇다면 새로운 발전의 방향은 무엇이 돼야 할까? LAB2050은 지난 연구들을 통해서 ‘자유안정성’을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 제안했다(구교준 외, 2018). 자유안정성이란 실질적 ‘자유’(Freedom)와 이를 구현할 장애물을 최소화한 상태인 ‘안정’(Security)을 결합한 개념이다.
자유안정성을 확보한 개인은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는 이런 개인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이 때 개인의 자유는 ‘정치·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단계를 넘어선다. 노동 시장에서 유연하게 일자리를 선택할 자유를 얻는 단계도 넘어선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자기실현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과 활동을 선택하고, 그런 일을 스스로 조직할 자유를 가지는 단계까지를 일컫는다(구교준 외, 2018:14).”

자유안정성 모델에서 자유는 안정이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자유와 안정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며, 둘 중 하나가 없는 다른 하나는 노예 혹은 혼돈의 상태에 빠질 뿐이라 역설했다.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모를 불안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가족 돌봄의 의무에 치여 자신의 삶은 전혀 돌아볼 수 없는 이들에게 있어 안정을 결여한 ‘자유주의 국가’는 결코 자유를 주지 못한다. 개인에게 실질적 자유의 토대는 경제적인 안정이며,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돼야 한다.

자유안정성 국가는 개인을 더 이상 성장의 도구로 국한해 바라보지 않는다. 개인은 노동과 양육을 통해 사회적 재생산을 책임지는 주체이지만, 동시에 그 스스로 행복과 자아를 추구할 권리를 갖는 ‘목적’으로 간주돼야 한다. 국가는 이러한 개인들을 길러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 같은 시각의 전환이 자유안정성 모델의 요체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발전의 의미를 구현해낼 수 있다.

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시대, 잃어버린 북극성

자유안정성 국가 구현의 가능성 모색을 위해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위험 요인들과 이에 대처하는 국가와 사회의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초래한 급격한 불확실성의 상승으로 말미암아 국가와 사회가 기존 역량만으로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지켜내기 어렵게 됐다.
2007~2008년 경제위기 이후 탈세계화, 기후변화, 디지털화,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종류의 불확실성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대유행이 더해지면서 나머지 변화 또한 가속화됐다.

체제의 불확실성은 개인들의 불안과 삶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이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장애물이다. 개인의 자유와 안정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혁신과 경제성장의 위기로 이어진다.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가가 어떤 정책과 제도화를 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목도하는 불확실성의 심화 속에서 20세기에 고안된 제도들의 유효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은 더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플랫폼노동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킨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한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많은 국가들에서 노동조합도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복지국가는 20세기 후반부터 위축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회보험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공공부조의 문턱은 높아졌다. 사회서비스는 중앙과 지방 사이, 시장과 정부 사이, 또 현물과 현금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그야말로 ‘안정’의 기반이 흔들린 것이다. 양극화 심화 속에서 사회적 자본은 엷어지고, 연대에 기초한 풀뿌리 민주주의도 힘을 잃어간다. 그 귀결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심화되고 있는 인종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포퓰리즘, 민족주의의 부활이다.

우리는 체제의 불확실성, 또 그로 인한 개인적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역설적으로 자유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 역량 보완의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점에서 오늘날 국가와 사회가 갖춰나가야 할 역량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에게 자유와 안정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거시적 변화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의 위기를 관리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응을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일은 정확한 목표 설정을 위한 좌표를 찍는 일이다. 국가의 정책 역량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우리는 올바른 지표를 갖고 있는지를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다.

GDP는 지금까지 국가의 정책 방향을 이끄는 주요한 준거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북극성’이었다. 하지만, 오랜 명성을 쌓아온 이 북극성은 이제 그 빛을 잃어가고 있으며, 때로 우리를 호도하기도 한다. 과거 개발국가 단계에서 GDP는 개인을 동원 대상으로만 보는 ‘경영자적 시선’에 입각해 ‘생산의 위기’를 극복하는 국가 역할에 방향을 제시하는 지표였다.
이는 경제 총량의 성장만 잘 되면 분배는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개인이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 ‘적하현상’(Trickle-down) 이론을 토대로 한다. GDP가 앞서 제기한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GDP라는 북극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제 우리가 모색하고자 하는 대안적 지표는 GDP가 갖는 한계를 넘어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안정의 정도, 또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지표는 거시적 변화 속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와 그에 따른 위협 요인들을 개인의 이해(관점)에 입각해 드러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GDP를 통해서도 감지되는 탈세계화로 인한 생산의 위기와 비대면 변화 속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부, 나아가 기후변화 요소, 디지털화나 감염병이 증대시키는 불평등, 고령화에 대처하는 돌봄 노동, 소득 감소와 미숙련 노동 증가에 대처하는 사회보호와 사회투자 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의 과제가 대두한다. 이 같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모색과 실천에 나서기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지금 우리 국가와 사회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배적 지표인 GDP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점을 면밀히 살피는 일이다.

3. GDP란 무엇인가

가. GDP의 개념 및 현황

경제학적 의미로 GDP는 ‘일정 기간에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을 의미한다(한국은행, 2019a). ‘국내에서’가 갖는 의미는 지리적으로 한 국가 내라는 의미보다, 국가가 경제적으로 관할하는 지역 내에서 창출하는 가치를 모두 GDP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한 부가가치라도 국가의 영역 내에서 이뤄진 것이면 GDP에 포함된다.

아울러 ‘일정 기간’이란 통상 1년을 기준으로 하며, 해당 기간에 발생한 생산활동 측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의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이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국가의 경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기별 GDP를 함께 작성한다. 그리고 GDP는 일정 기간에 창출된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최종생산물인 재화와 서비스의 작성 당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해당 년 혹은 분기 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창출해내는 모든 가치를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7년부터 한국은행이 국민소득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58년에는 UN이 1953년 발표한 ‘국민계정체계’(System of National Accounts, 이하 SNA) 기준에 따라 국민총생산을 작성해 발표했다. 그리고 1968년부터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분기별 국민총생산을 작성·발표해오고 있다(한국은행, 2015). 1989년에는 1968년에 새롭게 개정된 SNA에 따라 국민소득통계를 산업연관표와 연결했으며, 이후 1993년 개정된 SNA의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쳐 최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2008년 개정된 SNA로의 이행을 완료했다.

한국은행은 1955년 이래 5년 주기로 국민계정의 기준년을 변경하는데,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2015년 기준년 개편에서는 기준년 변경 외에도 경제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범위 확대와 디지털·공유경제 생산물 반영, 분배 국민소득 통계의 확대 제공 등 다양한 개편[2]을 시도했다.

나. 국민계정체계와 GDP 산정 방식(생산·소득·지출 접근)

우리나라 국민계정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제 SNA기준에 따라 작성된다. SNA에서는 국민계정을 크게 통합경제계정, 공급사용표와 투입산출표, 금융거래 및 금융자산·부채잔액표, 대차대조표와 자산부채계정, 기능적 분석, 인구 및 노동투입표로 구성된 중심체계와 관광, 보건, 환경통합계정 등 위성계정으로 구성된 기타체계로 나눈다(한국은행, 2015).

[그림 1] SNA 계정체계(2008년 개정 기준)
*<한국은행(2015), ‘우리나라의 국민계정체계’>에서 인용

이때 국민계정의 핵심적인 부분은 통합경제계정이다. 통합경제계정은 일정 기간 한 나라의 ‘경제적 플로’(Economic Flow: 일정 기간 물량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스톡’(Stock: 일정 시점의 물량)의 변동을 기록하게 된다(한국은행, 2015). 통합경제계정은 크게 경상계정, 축적계정, 국민대차대조표, 국외거래계정으로 나뉘며, 이 중 경상계정은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기록하는 생산계정과 소득 발생과 분배, 소비, 저축 등을 기록하는 소득계정을 포함한다. 특히 생산계정은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과 중간소비, 부가가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이 생산계정에서 각 부문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이 바로 GDP다.

GDP는 크게 ‘생산접근방식’(Production Approach), ‘소득접근방식’(Income Approach), ‘지출접근방식’(Expenditure Approach)의 세 가지 산정방식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들 세 가지 산정방식을 통해 추정된 GDP는 모두 같다고 보는데, 이를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이라고 한다(한국은행, 2019a). 우리나라는 이중 생산접근방식을 기준으로 추계하면서 지출접근방식도 추가적으로 적용하고 있다(한국은행, 2019b).

① 생산접근방식(Production Approach)

생산접근방식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내에서 최종 산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총량가치에서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때 중간단계에서 드는 각종 비용을 제해 GDP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생산접근방식은 한 국가의 경제가 일정 기간(우리나라의 경우 년 단위와 분기 단위로 작성) 동안에 생산측면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추계하는 방식이어서 ‘부가가치접근법’(Value-added Approach)이라고 칭하기도 한다(한국은행, 2019b). 구체적으로 생산접근을 통한 GDP 산정 방식은 <식 1>과 같다.

위 식에서 기초가격이란 구매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순생산물세와 운송비를 뺀 가격이다. 우리나라 산업별 부가가치를 모두 합할 때, 이는 기초가격으로 추계된 가치이므로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는 GDP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GDP는 기초가격으로 나타난 부가가치의 총합에 순생산물세(=생산물세-생산물보조금)를 더해서 구한다.
생산물세란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와 같이 상품 가격에 포함된 간접세를 의미하며, 생산보조금은 정부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생산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생산비용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것을 말한다(한국은행, 2019a).

② 소득접근방식(Income Approach)

분배국민소득은 국민계정 중 소득계정에 기록하는데, 생산과정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생산요소를 제공한 경제주체에게 어떻게 분배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한국은행, 2019a). 소득접근방식을 통한 GDP 산정방식은 <식 2> 같다.

이때 피용자보수에는 고용주로부터 받는 현물 또는 현금 보상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4대보험 등에서 고용주가 피용자를 대신해 부담하는 분담금도 포함된다(한국은행, 2019a). 또한 고정자본소모란 일정기간 동안에 생산활동에 사용된 고정자본이 노후화, 마모등의 손실을 통해 가치가 감소하는 감소분을 화폐평가액으로 환산하는 가치를 의미한다(한국은행, 2015).
이때 고정자산의 가액은 잔존 내용연수동안 고정자산 보유를 통해 기대되는 이득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측정하며, 이때 고정자본소모는 이 현재가치의 감소분으로 나타난다. 생산세 및 수입세는 기업이 생산 혹은 수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데, 이러한 생산세 및 수입세에서 정부가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지급한 보조금을 차감해 순생산세 및 수입세를 계상한다(한국은행, 2015).

③ 지출접근방식(Expenditure Approach)

마지막으로 지출접근방식은 <식 3>과 같이 가계, 기업, 정부 등 다양한 경제주체의 소비지출을 합쳐서 계산한다(한국은행, 2019a). 지출국민소득을 추계하는 방법에는 ‘수요접근법’(Demand Approach)과 ‘공급접근법’(Supply Approach)이 있다. 수요접근법은 최종수요자의 지출자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국내총생산에 대한 최종수요 주체는 국내부분인 가계, 정부, 기업과 국외부분으로 나뉜다(한국은행, 2019b).

반면 공급접근법은 최종소비자에 대한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파악하므로써 최종생산물에 대한 지출을 추계한다. 공급접근법은 다시 상품흐름법과 소매업조사 등의 방식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설비투자 추계 시 생산자로부터 최종수요자에 이르는 유통과정을 추적해 추계하는 상품흐름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출국민소득을 추계할 때 수요접근법과 공급접근법 중에 하나의 방법만을 전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두 개의 방법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구체적으로 가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재고증감 및 귀중품순취득, 수출입은 수요접근법을 사용하고, 설비투자의 경우 일부분은 공급접근법 중에서 상품흐름법을 기준으로 추계한다(한국은행, 2019b).

민간 소비(민간최종소비지출)는 ‘가계’나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소비하는 최종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의 총합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가구, 가전,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뿐만 아니라 식료품, 의류, 의약품과 같은 비내구재와 서비스의 소비가 모두 포함된다(한국은행, 2015). 또한 정부 지출(정부최종소비지출)도 최종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의 총합으로 계산해 GDP 산정 시 포함된다. 정부 지출은 국방을 위한 무기나 군사시설을 위한 지출, 법률의 시행, 공중보건과 같은 서비스를 무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출과 가계에 무상이나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료, 보건,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출로 구성된다.

한편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투자도 GDP 산정에 포함되는데, 이때 투자는 고정투자(총고정자본형성)와 재고투자(재고증감)으로 나눈다. 여기서 고정투자는 생산증가를 위해 새로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반면, 재고투자는 일정기간 내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된 상품 중 해당 기간 내에 처분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또 국외거래계정은 실물거래와 금융거래로 나누는데, 이 중 재화나 서비스의 수출입 거래를 의미하는 실물거래만 지출로 추계된다.

다. GDP의 역할

위 GDP의 3가지 접근법을 토대로 했을 때, 생산접근법의 관점에서 GDP는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재화 및 서비스 생산활동의 부가가치를 포괄적으로 파악한다. 또 소득접근법의 관점에서는 이 창출된 부가가치가 각 생산 주체에 어떻게 분배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지출접근법의 관점에서는 가계, 기업, 정부 등의 각 주체가 생산된 재화를 어떻게 소비했는지를 파악하게 함으로서 국가 전체 후생 수준을 나타내는 평가지표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처럼 GDP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가 경제 전체의 생산과 분배, 소비의 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래서 여러 국가들이 그간 경제성장을 발전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이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GDP를 활용해왔다.

한편 한 해의 생산활동을 그 해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명목GDP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시장가격 왜곡을 조정하지 않아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통상 한국은행은 이러한 물가변동으로 인한 왜곡을 조정한 실질GDP[3]를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파악한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경제정책 성패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분기별, 연도별 GDP는 발표될 때마다 한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을 긴장시킨다. GDP 수치 악화는 종종 권력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GDP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넘어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고 방향을 정하는 기준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GDP를 SNA기준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국가 간 경제의 경제 활동 수준과 규모의 비교를 가능하게 해준다. GDP는 해외투자자들이 한 나라에 투자할 때 변동성과 장기전망치를 확인하는 기준이 되며, 무디스, 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시에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GDP는 G20나 OECD 등 선진국 그룹에 진입하는 자격 요건으로 활용돼 국가를 서열화하는 도구로도 기능한다.

4.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것들

가. 경제·사회적 가치 및 산출물·성과물의 관점에서 본 GDP

판 덴 베르흐(Van den Berg, 2016)는 경제활동이 사회·환경(자연)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사회와 자연이 주는 제약과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고 봤다. 그는 특히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환경적 요소의 고려가 필수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GDP에는 한나라의 경제가 사회·환경적 요소와는 별개로 독립된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공급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시각이 깔려있다(Fioramonti, 2017). 따라서 최종생산물의 부가가치 산정 시 중간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뺄 때 사회·환경에서 발생한 비용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 점에서 GDP는 한 국가에서 창출한 총부가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또 GDP는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산출물만을 반영하다보니, 사회의 총체적 발전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로서도 부족한 면이 있다. 한 사회 또는 국가의 발전 수준은 경제적 산출물의 증감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회적·환경적·문화적 발전 수준까지도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불평등, 건강, 환경오염과 같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거래시장도 존재하지 않으며, 화폐가치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GDP가 그간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가가치의 산출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게 제시해왔지만, 한 국가의 총체적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림 2]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와 산출물(Output) · 성과물(Outcome)의 구분

<그림 2>는 우리 사회가 일정 기간에 창출해낸 총부가가치를 특성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한 사회가 창출하는 가치는 크게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로 나눌 수 있다. 이때 경제적 가치는 ‘다양한 요소Inputs)를 투입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창출되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가치’를 의미한다(Emerson et al., 2000).

반면 사회적 가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 사회구성원들의 삶이나 사회 공동체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본다. 제임스 오스틴 등(James Austin et al., 2006)은 개인의 사적 편익 추구 대신 다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사회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보았다.
21대 국회가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도 사회적 가치를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했으며, 이는 주로 안전한 생활환경과 사회통합, 공동체 이익실현과 같은 비시장적인 가치 요소들로 구성된다[4].

이러한 가치 창출의 결과는 ‘산출물’(Output)과 ‘성과물’(Outcome)로 다시 나눠 볼 수 있다. 산출물을 계산할 때 서비스의 경우 실제 제공된 특정 행위의 단위로 그 총량을 결정하고, 상품의 경우 실제적인 물리적 단위로 그 총량을 결정한다(Schreyer, 2012). 반면 성과물은 다양한 경제·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른 변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의료서비스나 쾌적한 환경 덕분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거나, 정부의 교육정책 확산을 통해 범죄율과 문맹율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높이는 것은 성과물에 속한다. 즉, 산출물은 생산의 직접적 결과물인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를 의미하지만, 성과물은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된 근본 목적과 관련이 깊다. 본고에서도 산출물은 특정 생산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어진 결과물로 정의하고, 성과물은 일련의 경제적·비경제적 활동을 통해 의도한 개인, 조직, 혹은 지역사회, 국가 전반에 나타나는 경제·사회적 변화로 정의했다.

이를 기초로 판단할 때 GDP 산정 시 포함되는 가치는 시장에서 생산되고 거래되는 제품 및 서비스의 총부가가치의 합이므로 대부분 경제적 산출물(Economic Output) 범주 내에 있다. 이를 토대로 GDP가 우리 사회가 창출해낸 총체적인 가치와 이를 토대로 달성한 변화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점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① 경제적 산출물(Economic Output) 반영 부족: 디지털 경제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과소측정

GDP가 경제적 산출물 영역의 부가가치를 주로 측정해왔지만, 최근 디지털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국가의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 결과 GDP 산정 시 이들 디지털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어디까지 GDP에 포함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산업사회와 달리 디지털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무엇이 생산된 가치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의 생산활동에 이 디지털 경제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포함시키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컨대 공항에서 탑승권을 직접 발급하는 항공사 직원의 서비스는 생산활동에 따른 급여로 반영해 GDP에 포함되나, 키오스크를 통해 탑승객 본인이 동일한 절차로 탑승권을 발급받을 경우 그 서비스는 시장가격을 알 수 없어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에어비엔비나 우버, 구글,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는 실제로 중개수수료나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그 범위와 정의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GDP 산정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UNCTAD, 2019).

사회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면서 전통적인 종이신문이나 잡지, 도서 등의 지적재산 서비스의 생산은 크게 감소하고, 인터넷 매체나 온라인 강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정보들이 전통 매체의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자발적 디지털 서비스가 기존의 백과사전이나 지적재산 서비스가 창출하는 가치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생산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GDP는 사람들이 지불한 시장가격을 바탕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되는 정보들의 부가가치 생산을 파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GDP가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에릭 브린욜프슨 등(Erik Brynjolfsson et al., 2012)의 연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에 걸쳐 무료 디지털 서비스 이용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소비자 잉여는 연간 1,060만 달러에 이르며, 이를 GDP에 반영시 GDP는 연간 0.74% 더 높아진다.
코일(Coyle, 2017)은 이처럼 무료로 제공되는 디지털 정보가 무형자산 형태로 GDP에 포함되는 것이 적절하나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으며, 이러한 정보의 가격을 환산하기 위해 유사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한 그림자 가격(Shadow Price) 설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들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설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처럼 광고를 보면 음원을 공짜로 들을 수 있도록 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음원을 듣는 행위, 아이튠처럼 음원사이트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다운로드 받아 듣는 행위, 그리고 CD를 구매해서 듣는 행위 모두 음원을 소비한다는 면에서 같다. 그러나 실제로 무료로 제공되는 음원의 가치를 어느 서비스에 맞춰 매겨야 하는지는 사회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② 사회적 산출물(Social Output) 반영 부족: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일부 비시장적 생산활동 및 사회를 위협하는 비용들에 대한 고민 부족

GDP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제활동만을 포함하기 때문에 자원봉사, 가사노동 등 비시장적 생산활동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족의 분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 등으로 인해 가사도우미 등 GDP의 생산활동에 포함되는 서비스도 크게 증가했다. 여기서 문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사노동 관련 서비스는 GDP에 포함되지만,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사노동은 질적으로 동일하면서도 GDP에는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비영리단체들의 활동 중 상당 부분 또한 시장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활동이어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오롯이 반영되지 않는다(Fioramonti, 2017). 비영리단체들은 주로 개인의 자원봉사나 기부를 통해 노동력과 재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제적 산출물이 아니기 때문에 GDP 추계시 제외된다.
복지 수요가 다변화하고 그 사회적 비중도 커지면서 정부가 이를 다 아우르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비영리단체의 자선 및 자원봉사 활동은 경제활동에 포함되지 못하며, 따라서 이들의 사회적 산출물도 성과로 반영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물론 정부나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가 개별 가계나 공동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 GDP 산정시 반영된다(한국은행, 2015). GDP에는 이처럼 시장에서 생산되거나 거래되지 않는 사회적 산출물 일부가 포함된다. 이 경우에도 비용을 기준으로 산출 수준을 결정할 지, 유사시장에서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할 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Schreyer, 2012).

이처럼 GDP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시적인 경제적 산출물 위주로 계산되다보니 가시적이지 않은 사회적 산출물들은 관심 밖이 됐다. 정책결정자들도 GDP 산출 결과에 비추어 비시장적 가치는 묵과한 채 시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경제정책에만 온 힘을 쏟아 왔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되는 것은 경제적 성과의 상당 부분은 사회구성원이 공동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시장적 가치인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Fukuyama, 1997). 그럼에도 GDP는 이와 같은 비시장적 시민사회 행위들을 경제적 생산적 활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Fioramonti, 2017).
우리 사회에서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활동에는 반드시 시장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행위만 있는 것이 아닌데, GDP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영역은 환경 자원 고갈의 문제다. GDP 상의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경제주체가 이를 소유하거나 일정 기간 타인에게 양도 혹은 이용하도록 해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UNSD, 2009). 이러한 권고안의 정의는 전통적인 기계나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의 가치를 반영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소유권이 특정 경제주체에 귀속되지 않는 자연자원의 경우엔 어떨까? 이는 소유권자에게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창출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GDP에 포함되기 어렵다. 특정 설비나 기계의 마모, 사용가치 하락은 감가상각을 통해 GDP에 반영되지만, 소유권을 특정하지 않은 자연자원에 감가상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착취와 훼손이 심하게 이뤄진다해도 GDP에 반영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GDP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 과정에 자산이 아닌 대기와 수자원, 기타 광물자원이 활용되더라도 이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GDP로 평가된 사회적 가치는 숨겨진 비용들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부풀려진 결과물이다(Repetto et al., 1989).

③ 경제적 성과물(Economic Outcome) 반영 부족: 사회 부의 분배에 대한 고민 부족

GDP가 한나라의 경제규모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기여를 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GDP를 통해 파악한 부가가치가 과연 사회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GDP의 기초를 마련한 쿠즈네츠는 경제발전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나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점차 사회의 소득불평등도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쿠즈네츠 가설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달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자본이 축적됐음에도 소득양극화는 완화되지 않았다. GDP 규모로 경제대국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지니계수가 0.4를 넘어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하다. 이는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국가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지 못하며, 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느끼지도 못함을 의미한다.

남주하 등(2012)이 GDP와 경제행복지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을 시도한 결과 GDP와 경제행복지수 사이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경제성장이 반드시 경제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경제성장과 경제행복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낮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지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특히 이 중 소득분배가 –0.57의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보여 행복지수를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실업(-0.97), 소득 5분위 분배율(-0.66), 지니계수(-0.6), 가계부채(-0.60) 등이 높은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사회 전체 부의 분배를 GDP에 반영할 경우 현재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진행된 세계화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중국과 인도에서 저렴한 수입재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미국도 자국 제품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노동비용 줄이기에 나선다. 미국은 여러 중남미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이들의 저임금 노동력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을 막고 제1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저소득층의 빈곤 심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중남미, 특히 멕시코로부터 이주노동자들이 미국으로 넘어와 저임금 노동시장을 장악했고, 과거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던 흑인과 원주민들은 결국 일자리를 잃고 빈곤의 늪에 빠졌다. 그럼에도 GDP 상으로 보면 이주 노동력이 기존의 노동력을 대치한 것이어서 크게 변할 것이 없다. GDP가 한 국가의 경제적 생산 과정에서 생긴 산출물에만 관심을 갖고, 그로부터 파생된 성과물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일이다.

④ 사회적 성과물(Social Outcome) 반영 부족: 경제발전이 사회에 가져오는 부(-)의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 고려의 미비

GDP가 일정기간 동안의 최종 산출물 가치만을 측정하다 보니, 산출과정에서 자연 등 투입요소의 가치훼손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비시장적인 부(-)의 외부성은 반영하지 않는다. 예컨대 휘발유 소비가 증가하면 그만큼 차량 운행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그 결과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의 심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GDP 기준에서만 판단하면 그 사회는 바람직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된다. 그런데 만약 차량운행 증가로 인해 사회 구성원이 체감하는 교통체증이나 환경오염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GDP에 나타난 부가가치만큼 바람직한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또 질병, 범죄와 같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증가하면 어떨까? 그 자체가 GDP에 반영되지는 않으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위험들 때문에 병원과 교도소를 더 짓는다면 이는 GDP 증가 요인이 된다. 반대로 질병이나 범죄가 줄어들어 병원과 교도소를 덜 짓게 되는 경우 GDP는 줄어들지만 사회적 위험의 감소로 인한 성과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위험의 증감은 GDP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우리는 세계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커다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현재도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극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몇몇 국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지진과 쓰나미, 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나타나는 피해액 또한 막대하다. 이처럼 GDP 성장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서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시장외적 요인인 외부성이 도사리고 있다. GDP의 현 체계로는 이 같은 외부성을 반영할 수 없다.

나. 현 GDP가 갖는 포괄성의 한계

그동안 GDP 체계가 정교해지면서 포괄하는 가치영역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아직까지도 한 사회가 일정 기간 동안에 생산해내는 경제·사회적 산출물 조차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경제적 산출물 중에서도 디지털 경제가 창출하는 산출물의 가치는 객관적 가치산정과 귀속여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해 아직까지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고 있다. 무급가사노동이나 비영리단체에 제공하는 기부, 또 자원봉사활동이 창출하는 가치의 상당부분도 GDP 산정시 제외된다.
또한, 분배국민소득계정을 통해 생산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주체간 불평등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DP는 빈곤과 소득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경제성장과 더불어 나날이 나빠지는 자연 환경의 변화 또한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경제적 성장으로만 한 국가의 발전수준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환경적 가치의 비중은 점점 더 커져만 갈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회·환경적 가치가 점점 중요해진다고 해서 사회적 발전수준을 판단하는 경제적 가치의 비중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환경적 가치들을 경제와 분리해 철저하게 외부화(Externalization)시켜왔다. 따라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외부화된 가치들을 시장체제로 내재화(Internalization)시켜 한 국가가 생산하는 총체적 가치 판단에 반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지표에서 우리가 포괄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논의한다.

5. 새로운 북극성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가. GDP가 규정한 가치

GDP는 어떤 활동이 생산적인지를 파악하는 경제적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Fioramonti, 2017). GDP는 어떤 활동이 부가가치 창출 활동이며 어떤 활동은 그렇지 않은지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리고 어떤 행위가 국가에 이익을 주는지, 또 어떤 행위가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엄밀하게 판단해 합산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GDP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활동이 가치있는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GDP의 이러한 가치 측정 기준은 절대적이며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줄곧 수정 보완돼온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다.

사례를 들어 보자. UN은 2009년 ‘국민계정체계 2008’(SNA 2008)을 승인했다. GDP 산출의 기반이 되는 국민계정 작성기준을 개정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 기준에 맞춰 새롭게 GDP를 산출하기 시작했다(Peter van de Ven, 2015). 그런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자, 한국의 2010년 명목GDP는 이전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와 같은 데이터로 비교했을 때 5.1%가 높아졌다[5].
한국의 상승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스웨덴이 4.4%, 핀란드가 4.2%, 미국이 4.0% 높아져 한국의 뒤를 따랐다. 반면 멕시코와 이탈리아는 1.5%, 스페인은 1.6%, 캐나다는 1.7%, 영국은 2.3% 상승하는 데 그쳤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승률은 3.1%였다. GDP 작성기준의 변화만으로 한국, 스웨덴, 핀란드는 좀 더 나은 경제로 발돋움했고, 멕시코, 이탈리아,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경제가 된 셈이다.

변화의 요인은 연구개발비와 무기 지출 관련 기준 변경에 있었다. 연구개발비는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지식자산으로 축적된다는 방향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또 무기 중 군함과 탱크 등 군사용 장비에 관한 지출 역시 고정자산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연구개발비 기준 변경만으로 2010년 한국의 명목GDP는 3.6% 상승했다. 미국 2.5%, 독일 2.3%, 프랑스 2.2% 등 다른 선진국의 상승률을 압도했다.

이전 기준에서 기업 연구개발비는 생산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으로 처리될 뿐, 부가가치로 여겨지지 않았다. 연구개발의 결과 생산된 제품이 팔려야만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면서 부가가치로 인식되고, 그래야 GDP에 산입되는 체계였다. 그런데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는 미래에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지출, 즉 투자로 분류된다. 지출한 만큼 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된다.

무기 관련 지출의 기준 변경도 한국의 2010년 명목GDP를 0.3% 높이는 효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 지출 중 방위력개선비(군비 지출)가 컸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0.5% 상승한 미국이었으며, 멕시코(0.0%), 독일(0.1%), 캐나다(0.1%) 등의 국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무기의 경우도 과거에는 중간소비로 인식되던 것이, 미래에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간주된다(박성빈 외, 2013).

연구개발이나 무기 지출과 대조적인 항목은 교육이다. 국제적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질 높은 인적자본을 꾸준히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UNECE, 2009)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인적자본 향상은 통상 높은 교육수준과 연결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하고,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도와준다. 앞서 설명한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발전과 실질적 자유를 구현하는 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이는 한 사회가 창출한 가치를 논할 때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이다(Dolan et al., 2008).

그러나 GDP에서는 인적자원의 개발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교육과 같은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노력과 비용은 GDP 추계대상에서 제외된다. GDP는 교육을 개인의 소비행위로 간주하고 고정자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UNSD, 2009). 정규교육의 경우 최종소비로, 직원에 대한 직무교육 및 훈련은 최종재 생산을 위한 중간소비로 간주한다. 설비투자나 금융투자가 자산항목으로 포함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GDP가 가치중립적 계산과정을 거쳐 나온 게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GDP는 매우 정치적이다. 문제는 현재의 GDP가 이 시대에 맞는 진정한 경제의 모습을 측정하고 있느냐 여부에 있다.
수많은 국가들이 GDP를 측정하고 그 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의 정책 목표로 삼아 달려가고 있다. 만일 이 지표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 모든 국가들은 벼랑 끝을 향해 엑셀을 밟으며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새로운 지표를 찾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지표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표가 이끌 사회의 목적지를 찾는 것이다. 그 목적지는 한 사회의 정부, 기업, 시민사회, 개인들이 각각 다른 처지에 있더라도 함께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는 북극성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북극성의 좌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2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개인의 자유와 안정이라는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는 위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유안정성을 담아낼 것인가? 최근 가치 측정과 관련해 불거진 몇 가지 문제를 탐구함으로써 세 가지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방향성 모색을 위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세계가 멈춰서기 시작한 2020년 초로 되돌아가보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에 당황한 선진국들은 잇따라 봉쇄 조처에 나섰다. ‘세계의 공장’ 중국마저 멈춰섰다.
소비의 천국이라 할 미국 뉴욕의 맨해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도 인적이 뚝 끊겼다. 유통 마비를 걱정한 선진국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매를 위해 대형마트로 몰려들면서 아비규환을 방불케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상점의 진열대도 텅 비었다.

그런데 인류의 활동이 극적으로 위축되자 생각지 못했던 반가운 소식들이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도시 하천에 물고기가 돌아왔으며, 인도 북부 펀자브 지방에서는 뿌옇기만 하던 하늘 저편에서 160km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윤곽을 드러냈다.
덩달아 서울에도 미세먼지 없는 쾌적한 하늘이 돌아왔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억 tCO₂가 줄었는데, 이는 1900년 이후 탄소배출이 가장 빠르게 낮아졌던 2차 세계대전 때 8억 tCO₂의 두 배 규모다.

[그림 3]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왼쪽) 및 2019년 대비 2020년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일평균) 증감 추이(오른쪽)
출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2020.10.)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 중 우리는 어디에 주목하고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가?

이는 멈춰버린 거리와 깨끗해진 공기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달렸다. 탄소배출 감소는 미래에 우리 경제를 단번에 망가뜨릴 기후위기를 막는 가치를 지니지만 당장의 GDP에는 반영되지 못한다. 반면 탄소배출을 늘리는 생산활동은 즉각 GDP에 반영된다. 중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이 세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탄소배출량은 주요국가 중 유일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림 4).

[그림 4] 2020년 주요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
출처: 국제통화기금(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0.10.)

여기서 우리는 GDP가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생산활동에만 가치를 두며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가 처할 지 모르는 미래의 위기는 도외시하는 측정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현 경제는 미래보다 현재에 높은 가치를 두고 운영된다.
비단 기후위기 영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육 등 사회투자나 사회인프라 투자 등 미래세대와 관련된 다양한 지출에서도 문제는 동일해 보인다. 새로운 지표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 삶을 증진시키거나 파괴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두 번째 방향을 찾기 위해, 주거비와 GDP를 연결지어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 보자.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면 주거비용이 오른다. 대신 주택소유자들의 자산가치와 임대료 수입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주거의 질이 높아지지 않은 채 주거비용이 커지면 경제는 좋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나빠지는 것일까?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즉 모두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할 때, 임대료가 높아져서 주거비용이 커지면 경제는 좋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나빠지는 것일까?

주거서비스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변동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임대료 수준이 높든 낮든, 그 수입과 지출은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상쇄되는 제로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러나 현행 GDP 기준으로 보면, 같은 집에 살더라도 주거비용(임대료)이 높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임대료만 높아져도 주거의 질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임대료를 가계가 생산한 주거서비스 측정의 지표로 삼는다. 월세를 지출한다면 그만큼 주거서비스를 구매한 셈이므로, 주거서비스가 생산, 소비된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자가를 소유한 경우 자기 스스로에게 임대를 주고 월세를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실제 임대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지불한 임대료를, 자가소유의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에게 지급할 법한 임대료를 추산해 ‘귀속임대료’로 계산한다. 이 모두를 합치면 우리 나라의 가계주거서비스의 부가가치 총액이 된다.

그런데 임대료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세입자들은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므로, 임대인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자가소유자의 귀속임대료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모든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계속 살고 있더라도,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주거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GDP가 성장하게 된다.

이런 가계주거서비스의 가치는 2018년 기준 115조원으로 집계된다. GDP의 6.4% 수준이다. 2015년의 104조원에서 11조원 가량 높아졌다. 그만큼 GDP도 올랐다. 수도광열비까지 포함한 주거비 전체를 보면, 1990년 이후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그림 5).

[그림 5] 1990년 이후 주거비 및 실질GDP 추이(1990년 = 100)

주거비 상승이 부담이 아니라 경제성장으로 여겨지게 되는 이유는, GDP라는 지표가 가격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임대료’라는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매겨진 시장가치만 경제의 실질로 간주한다. 사람들이 실제 향유하고 있는 ‘주거안정’이나 ‘주거의 질’ 등의 사회적 가치는 측정하지 않는다.

시장가치의 총합을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빠뜨리게 되는 사회적 가치는 다른 영역에도 많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료로 향유하는 디지털 서비스가 주는 혜택, 가족을 돌보는 무급가사노동,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이 만들어내는 서비스 같은 것은 부가가치로 간주되지 않는다.
건물이나 기계 같은 물질적 자산은 자본으로 간주되지만,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은 자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가치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지표의 자리는,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감안한 곳에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GDP가 소득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GDP는 소득을 총액으로만 다루며, 노동, 자본, 가계와 기업 등 전통적인 경제주체 간의 포괄적인 분배 구조만 보여줄 뿐, 개인들에게 실제 어떻게 분배됐는지는 따지지 않는 지표다.
소득분배가 평등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실제 개인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만, GDP로 평가한 두 사회의 가치는 동등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있어 GDP는 새로운 소득 창출을 반영하지만, 소득으로 포함되지 않는 개인의 역량이나 네트워크는 가치로 간주하지 않는다. 앞의 사례와는 좀 다른 예일 수 있으나 역시 GDP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정부 부문에 대한 기준에서도 문제 제기는 이어진다. GDP에서 대부분의 정부서비스는 지출액 자체가 부가가치로 간주된다. 얼마의 예산이 쓰였고, 얼마나 많은 인력과 새로운 시설이 지어졌는가를 측정하지만, 정부서비스에 대한 수혜자의 효능감을 측정하지 않는다.
즉 정부가 예산을 지출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혜자가 추가적인 효능감을 느꼈는지 혹은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 지출액 만큼만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부가가치가 더해지는 기업의 서비스와 달리 정부서비스에는 시장에서 창출된 가치를 전달하는 의미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GDP는 총량과 공급자를 중시하는 지표다. 우리 사회의 여러 활동이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새로운 지표가 가져야 할 세 번째 방향이다. 미래, 사회적 가치, 성과 관점에서의 영향과 결과라는 새로운 방향을 지닌 지표를 만들어, 개인의 자유와 안정을 지향하는 새로운 북극성으로 세울 때가 됐다.

6. 결론: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2007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로마클럽(Club of Rome), OECD 등 50여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GDP를 넘어’(Beyond GDP)라는 기치 아래 국가의 성장과 후생을 포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측정도구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

그 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아마티아 센, 그리고 장 폴 피투시(Jean-Paul Fitoussi) 등 세계적 경제학자들 역시 GDP가 경제적 성과나 사회적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Stiglitz et al., 2009).
이들은 사회적 성장을 측정하기 위한 다른 도구들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포괄적 성장수준 추정이 애초부터 틀렸다면 향후 제시되는 경제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봤다.

이렇게 다양한 논의가 진행[6]됐음에도, GDP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한 국가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총량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 또 타국과의 비교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국민계정의 체계는 여전히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가치를,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축적돼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국부로 정의하는 체계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같은 관점에 입각해 세계 각국이 장기간에 걸쳐 측정하고 쌓아둔 데이터도 여전히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GDP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그에 담긴 가치판단의 문제 때문이다.

GDP는 노동과 주거, 기술에 대해, 또 환경과 인간에 대해 획일화한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 산업’의 활동은 GDP에 포함되지만, 그로 인해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기후위기의 부담은 계산되지 않는다.
늘어가는 범죄에 맞서기 위해 나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높은 담벼락과 CCTV는 GDP 요소이지만, 그 담벼락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의 감소는 GDP 계산에서 배제된다.
산업 자동화로 늘어난 부의 총량은 GDP에 더해지는 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과 소득 격차는 관심 밖의 문제다. 객관성과 계량 가능성을 표방하지만, 무엇을 넣고 뺄 것이냐의 가치 판단이 계산에 앞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중반 산업화 시대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GDP라는 이름의 북극성은 시장에서 거래된 가치의 총합으로 표현되는 경제적 번영을 뜻했다. 시장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상품이 거래되면 국가 전체의 생산이 늘고, 자연스레 그 부가가치는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돼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전혀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명확한 분기점을 찍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20.10.29.)[7]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률의 변화를 해석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 지출의 확대, 기업의 투자 증대가 단기적인 GDP 증가에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장기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2020)[8]도 GDP가 디지털 활동과 돌봄 노동, 환경 착취 등의 요소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포럼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GDP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인정하며, 불평등을 고려한 ‘번영’(Prosperity), ‘지구 환경’(Planet)과 개인의 발전 및 안녕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경제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다시 ‘우리 시대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안정, 즉 실질적 자유를 구현할 자유안정성이 그 가치여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미래를 밝힐 북극성이 돼야 할 대표 지표는 당연히 그 가치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개인의 안녕을 증진하거나 가로막는 환경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와 사회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이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요소 중에 우선 측정 가능하고 반영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대표 지표를 재설계하는 일은 우리 시대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는 혁신적 과제다. 번영과 안정이 위협받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시대, 좌표 상실과 가치 혼란에 허덕이고 있는 인류가 최우선으로 찾아내야 할 해답이기도 하다. 이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 GDP를 조속히 대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및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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