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2050 설립취지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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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n readFeb 14, 2018
© VLADGRIN/Shutterstock.com

‘노동 없는 미래’, 우리의 신념체계와 삶의 방식이 달라질 시대가 옵니다.

200년 전, 영국 직물공업지대 노동자들이 기계파괴운동을 벌인 역사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시기,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것에 정면 대항했던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 로봇이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는 ‘노동 없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두 세기 전과 비슷하게,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공포의 근거는 분명합니다. 로봇은 공장을 빠르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만나 형성된 ‘데이터 경제’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던 지적 노동마저도 이른 시일 안에 대체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이미 생산성 향상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목격됩니다. 앞으로는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걸까요? 기술 도입을 막거나 지연시켜서 일자리를 지속시키는 것이 대처 방안일까요? 국가가 나서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해법이 될까요?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 자본주의 생산체계의 근본적 변화에 조응하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한 근대적 신념체계인 ‘일자리 패러다임’은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담대한 상상이 필요합니다. 우리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 새로운 패러다임과 사회시스템,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변화해나갈 방향을 모색해야할 때입니다.

우리는 ‘자유’라는 열쇳말에 주목합니다. 이 변화의 시기에 잘 대응하면, 개인의 자유가 질적으로 한 단계 높아지는 사회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혁신을 포용하는 사회혁신을 통해 그 길을 찾고자 합니다.

산업화·민주화 결실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짧은 시간 동안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20세기 자본주의 패러다임 위에 서 있습니다. 생산의 성과를 고용을 통해 분배하는 체제입니다. 고용되어 있는 생계부양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가족들을 부양하도록 하는 체제입니다.

고용감소형 성장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이런 체제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노동시장에는 고용되었으나 제대로 분배받지 못하는 불완전고용이 넘쳐납니다. 고용체제에도 가족체제에도 들어가지 않은 이들마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고용감소형 생산체제’가 우리를 지탱하던 체제 전체를 기반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반면 괜찮은 일자리는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토지와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큰 지대가 주어집니다. 데이터를 거머쥐고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부가 집중됩니다. 불평등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계급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사회 패러다임과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높일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설계해야 합니다.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그 가치 아래 만날 수 있습니다.

패러다임 전환, 세 가지 방향

세 가지 방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분배 체계를 짜야 합니다.

기존 한국의 분배체계는 ‘근로소득이 있는 시민’을 전제로 합니다. 고용시스템 안에서 재무적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회적 보호시스템이 짜여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난 사람은 비정상으로 취급되며 적절한 보호 대상에서 빠지기 일쑤입니다.

탈고용 사회가 다가오면서 이 시스템은 토대가 흔들리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시민권’ 개념과 분배체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며, 기본소득제를 포함한 분배체계의 획기적인 변화도 모색해야힙니다. 노동과 복지정책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올바른 분배체계가 개인에게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둘째, 미래형 생산체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생산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부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경제로부터의 성장 기회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여기서 창출된 부가 사회 전체에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찾아내야 합니다. 인간이 해오던 일들의 상당부분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한 뒤, 인간은 오히려 더 가치있는 일을 찾아나설 수 있습니다. 창조적인 문화예술 활동, 타인에게 지식을 전하는 미디어 및 교육활동, 타인을 돌보는 활동 등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일과 가치를 찾아내야 우리 삶의 물질적, 정신적 기반이 지탱됩니다.

셋째,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고 확산해야 합니다.

우리는 ‘산업화’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며 살아왔습니다. 고용되어 물건을 만들고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임금을 벌어오는 일이 삶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혁명으로 인간은 다른 가치를 찾아나설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재조직할 수 있습니다.

고용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 영리 시장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충분한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경제적 목적을 갖지 않는 비영리적 활동과, 여가와 놀이에 보내는 시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시민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방향으로 변화하는 생산체제와 분배체계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논의해야 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시민권’ 개념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미래 패러다임과 시스템에 관한 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정부 및 시민사회 참여와 협력을 통해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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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정책실험실 Policy Lab for Next Gen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