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황세원 ·고동현 ·서재교

* LAB2050 ‘제조업 도시들이 흔들린다: 지역별 고용위기 시그널과 위기 대응 모델’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PDF 버전(다운로드)마지막 포스트(링크)에 표기하였습니다.

4.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로 보는 지역별 고용 위험도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http://lab2050.org/workmap)는 ‘3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일하는 사람(종사자) 전체 중에서 30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율을 본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은 지역은 지도의 ‘기본 지도’에서 진하게(위험도가 높다는 뜻) 표시된다. 이 지역들은 기존 한국 사회의 관점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동시에 ‘해당 산업 및 기업이 흔들릴 경우 타격을 크게 받을 지역’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러 변수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과 덜 안전한 곳이 있을 것이다. 이를 구분해 보기 위해 이 ‘기본 지도’위에 다른 정보들을 중첩해 봤다.(표 1 참조)

[표 1]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에 사용된 정보 및 출처

‘10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는 ‘3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고용이 몇몇 산업 및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면 그 지역에 단 하나의 대공장이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공장의 존폐에 지역 고용의 상당 부분이 좌우될 상황에 있는 것이다.

‘제1제조업 집중도’ 역시 하나의 업종에 지역 고용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 고용 중 제1제조업의 비율을 봤기 때문에 이는 ‘3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제1제조업 집중도가 100%라면, 이 지역의 300인 이상 제조업 대기업 전체가 하나의 산업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 위기 하에서 울산, 거제, 통영의 상황만 보더라도 이런 집중도가 지역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그 지역의 제조업체들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한 정보들이다. 하나는 ‘제조업 고령화’다. 지역 제조업 종사자 중에서 20대의 비율을 본 것이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신입으로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력직을 잘 뽑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대 직원들이 적다는 것은 한동안 신입직원을 뽑지 않았거나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신입직원을 뽑고 있는 사업체에 비해서 지속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른 변수는 지역에 연구개발(R&D)의 기반 존재 여부다.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갈수록 기술집약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공장이라 하더라도 중점적인 시설들은 연구개발, 디자인, 테스트 등 센터들과 결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어떤 산업 및 기업이 보유한 공장 중에서 연구 기반을 가진 곳과 단순 공정 위주의 공장이 있다면 후자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지도에서는 이 변수를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와 ‘관리자·전문가 비중 위험도’로 적용했다. 앞의 것은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자원·활동·네트워크·환경·성과 등 5개 부문의 13개 항목, 31개 지표에 따라 지역(광역시·도)별 과학기술혁신역량을 평가한 지수를 사용했다. 뒤의 것은 지역 전체 종사자 중에서 관리자와 전문가의 비율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고용위기가 도래했을 때 지역의 취약성이 얼마나 높은지 여부다. 하나의 산업 및 기업이 위기를 맞더라도 그 지역에 다른 제조업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면 실직자들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실직자들의 이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조업 일자리 창출률(전년도 대비 제조업 일자리 창출량/제조업 일자리 규모)을 시·군·자치구 별로 지도에 적용했다.

또 다른 측면은, 그 지역 안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만한 상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지 여부다. 만일 그 지역 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서 살면서 출퇴근만 하는 환경이라면 고용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역의 공동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 정책 대응을 하려 해도 대상자의 상당수가 지역 내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서 각 지역의 종사자와 거주자의 소득 총액을 비교했다. 국세청의 연말정산 신고액 통계 중에서 거주지 기준 급여 총액을 근무지 기준 급여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이 수치가 100% 전후라면 근무자와 거주자가 대략 일치하거나, 또는 이 지역에 근무하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이 지역에 거주하며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사람의 수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는 지역의 취약성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수치가 100% 이하로 작아질수록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에 비해 거주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으로, 고용위기 상황에서의 지역 취약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치가 100%를 넘는 지역은 그 반대의 경우인데, 이번 연구의 문제의식과 큰 관계가 없으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상 총 8가지의 지역 단위 정보를 공개된 통계 지표를 사용해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방식으로 웹 지도에 표기한 것이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다. 각 정보 단위로도 지도를 볼 수 있지만 8가지 정보를 중첩하면 각 지역의 고용위기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 용이하다. 2014~2016년 3년간의 정보를 비교해서 볼 수도 있다. 위험도가 특정한 사유에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만 부각되지 않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장치다.

8가지 정보를 중첩한 상태에서의 위험도가 높게 나오는 지역들은 <표 2>와 같다.

[표 2]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각 정보 및 종합 위험도 별 상위 지역(%, 2016년), 8개 정보 중에서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는 광역 단위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제1제조업 집중도’는 상위 49곳이 모두 100%로 동일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위험도’는 통계청에서 지역 별 수치 비공개를 요청했으므로 표에서 제외함. 별표(*) 표시한 지역은 2018년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표 2>에서의 색깔 반영도는 8가지 정보를 지도 위에 나타내면서 색깔이 진해지는 정도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부여한 것일 뿐 지수(Index) 또는 지표는 아니다. 따라서 이 수치에 의한 순서도 세밀하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 본 결과 전반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들을 도출할 수는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곡성군이다. 곡성군은 8개 정보 중 7개에서 가장 높은 위험도(이하 2016년 기준)를 보였다. 곡성에 위치한 제조업 대기업은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 단 한 개다. 이곳이 지역 종사자 전체의 22.58%를 고용하고 있다. 당연히 제1제조업(고무, 플라스틱) 집중도는 100%다. 제조업 종사자 중 20대는 4.7%에 불과하고, 과학기술혁신역량, 관리자 전문가 비율측면에서 봐도 위험도가 높다. 지역 제조업 일자리 창출량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나은 점은 ‘직장인-주민 괴리도’로 볼 때, 일은 곡성에서 하고 거주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이니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 및 구조조정 가능성이 보도될 때마다 곡성 지역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역 노동자들과 지방 정부는 이 사업장의 존속 가능성이 경영진의 판단에만 달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객관적 정보로 볼 때 이미 이 지역에서의 제조업 고용위기 가능성은 높아져 있다.

[그림 4]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 상 종합 위험도가 높은 지역들(2016년)

영암군도 1000인 이상 사업장 한 곳(현대삼호중공업)이 지역 고용의 12.93%를 책임지고 있어 3가지 집중도가 모두 높다. 지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은 낮고,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거주하는 사람의 소득이 적은 현상이 심해서 고용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다.

그밖에 완주군과 울산 북구도 300인 및 10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와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 직장인-주민 괴리도가 높아서 종합적으로 위험도가 높게 나온 지역이다.

한편, 이미 2017~2018년에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위기가 발생한 군산 지역의 2016년 기준 위험도(58.5)는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최상위권은 아니다. 지역 고용 중에서 제조업 대기업의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지는 않았고(300인 이상 집중도 8.90%, 1000인 이상 집중도 7.18%),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외에 철강 기계 등 다른 제조업종도 있는 지역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군산은 국립대학(군산대학교)이 위치해 있고 군산항과 근대문화유산마을 등 관광자원도 가진 지역이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의 폐쇄 이후 군산 지역의 혼란 정도를 볼 때, 군산보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서 고용위기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더 크고 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제조업 집중도’ 면에서는 높지만 다른 변수 상의 위험도가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들도 찾아볼 수 있다. 화성시는 ‘3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가 11.73%로 높은 편이지만 제1제조업 집중도(59.85%)가 절대적이지는 않고, 과학기술혁신역량, 일자리 창출, 관리자·전문가 비율, 20대 비율, 직장인-주민 괴리도 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파주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림 5] ‘우리 지역 고용위험도 시그널’ 지도 상 종합 위험도가 중간 정도인 지역들(2016년)

화성시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유명 대기업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파주시도 LG디스플레이(R&D센터 포함), LG화학, LG이노텍 등 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지도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색깔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제조업 집중도는 높지만 과학기술혁신역량, 고령화, 일자리 창출량 등의 위험도가 작게 나온 곳을 찾았을 때 이와 같은 지역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들이 대체로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 기술집약적 산업이 되면서 연구인력 활용이 용이한 수도, 대도시 주변으로 공장을 집중시키는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이 강해진다면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방 제조업 도시들의 고용위험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 글 읽기: Part 3. 고용위기, 정책 대응과 실업 노동자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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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한국 사회의 화두 ‘일자리’

Part 2.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Part 3. 고용위기, 정책 대응과 실업 노동자의 경험

Part 4. 혁신 전환에 성공한 도시들

Part 5. 지역 차원 고용위기 대응 모델 제안

Part 6.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계속해서 살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