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고용위기, 정책 대응과 실업 노동자의 경험

황세원 ·고동현 ·서재교

LAB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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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min readApr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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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B2050 ‘제조업 도시들이 흔들린다: 지역별 고용위기 시그널과 위기 대응 모델’ 보고서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주석, 참고문헌 등은 PDF 버전(다운로드)마지막 포스트(링크)에 표기하였습니다.

5. 현 정부 고용위기 대응 방식 분석 및 평가

가. 위기 대응

만일 우리 지역의 고용위기 위험성이 높다고 하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현재 고용위기와 관련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등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폐쇄, 2018년 2월 공장 폐쇄(5.31)가 예고된 두 달 후인 4월에 군산이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 중에서 군산 지역의 위기 대응을 위해서만 1조9,000억 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고 알려졌다. 그 구체적 항목은 <표 3>과 같다.

이 항목들만 봐도 군산 지역의 조선소, 자동차 공장에서 실직해서 어려움에 빠진 노동자, 시민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지역 인프라, 산업 차원의 지원인 가운데 개인에 제공되는 항목은 ‘자동차산업 퇴직인력 전환교육 및 재취업 지원사업’(총 사업비 221억2,000만 원, 추경 확보액 81억 원) 단 하나다. 이것은 사업비 총액 기준으로는 1.1%, 추경예산 확보 총액 기준으로는 7.6%에 불과하다.

고용위기 관련 지원 정책과 예산 사용 방식의 또 다른 문제는, 대체로 기존에 있던 지원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지원 금액을 늘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업훈련 참여 시 생계비 대부 금액을 기존의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하거나, 직업능력개발수당을 1일 5,800원에서 7,530원으로 늘리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아무리 많은 항목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사각지대는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위기 대응 방식은 ‘이례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제다. 고용위기가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발생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지금과 같이 특별편성예산을 내려 보내고, 특별히 지원 범위를 넓혀주는 방식을 계속 쓸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포함해서, 고용위기에 대한 현재의 정부 대응 방식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같다.

1) 장기 지원과 단기 지원 내용이 혼재돼 있고 대부분 예산이 장기 지원에 몰려 있다.

2) 산업 지원, 고용 지원, 지역 인프라 건설 지원 등이 혼재돼 있다.

3) 기존 지원의 항목 하에서 적용 범위만 확대하는 방식이어서 사각지대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4) 제조업 고용 축소, 정규직 고용 축소 등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 하는 지원이다.

5) 고용위기가 위기 산업만이 아니라 지역 내 다른 산업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 한다.

6) 실직자가 이직하는 일자리의 질(質)적 측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7) 고용위기 대응 경험이 없고, 교육시설 및 전문가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 단위에서 노동자 이직·재훈련을 직접 실행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고용위기 상황에서 중앙 정부, 광역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중앙, 광역, 기초 단위 할 것 없이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하거나, 유망 산업을 연구해서 육성하고 유치하는 식의 노력을 공통적으로 해 왔다. <표 3>의 항목들만 보더라도 지역 단위로 사용되는 예산들이 대체로 산업 유지 혹은 유망 산업 발굴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목표가 지역 차원에서, 그것도 각 지역마다 제각기 진행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는 사이에 직장을 잃고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경제 도미노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여러 산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정한 기준과 배정한 예산 범위에 해당되면 도움을 받고,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 도움을 못 받는 상황에 처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가설은, 산업 및 기업 차원이 아니라 노동자,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위험도를 줄이는 정책 개입이 필요하고, 그것은 지역 차원에서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고용위기 시그널을 시·군·자치구 단위로 분석한 것도 이와 같은 가설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의 사례조사 및 인터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지역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나. 지역 산업 전략

지역의 관점을 반영한 산업 및 일자리 활성화 전략을 편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형 일자리’다.그동안에는 ‘제조업 대기업(대공장)’, ‘공기업’, ‘대기업 본사’ 등 규모가 큰 일자리를 유치하려는 시도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지역의 관점이 반영된 전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4년부터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는 애초에 지역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정의하고, 이를 노·사·민·정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현하려는 모델이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2016년에는 ‘광주형 일자리란 사회적 대화에 기반한 혁신적 노사관계 및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도 좋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지역사회 혁신운동’이라는 정의(제 2조 1항)를 담은 ‘광주형 일자리’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이상과 같은 개념만으로 볼 때는 광주형 일자리란 기존 한국 사회의 통념처럼 ‘고임금’과 ‘고안정성’ 중심의 좋은 일자리 기준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의 정의를 지역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내려보려 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전례 없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광주시가 현대기아차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재벌 대기업) 제조업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식의 통념으로 회귀했다는 점에서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6. 구 산업 실직 경험 노동자 인터뷰

이 연구에서는 군산 한국GM 자동차 공장이 2018년 5월 폐쇄됐을 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4명,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의 자동차 산업 쇠퇴 과정에서 실업을 경험한 노동자 3명, 그리고 1990년대 스웨덴 말뫼 코쿰스(Kockums) 조선소가 문을 닫았을 때 해고됐던 노동자 4명 등 총 11명을 2018년 8~10월 사이에 각각 인터뷰했다.(표 4 참조)

[표 4] 산업 쇠락 및 공장 폐쇄 과정의 실업 경험자 인터뷰 대상

호주 애들레이드는 2004년 롱스데일 미쓰비시 자동차 공장, 2008년 톤슬리 미쓰비시 공장, 2017년 홀든 GM 공장이 문을 닫는 동안 지속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쇠락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고용 서비스, 산업 지원, 지역 발전 등 다방면의 정부 지원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스웨덴 말뫼는 1840년부터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코쿰스 조선소가 1987년 문을 닫은 이후 실업률이 22%까지 치솟고 시 재정이 파탄 지경까지 가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1994~2013년까지 재직한 일마르 리팔루(Ilmaru Reepalu) 전 시장의 추진 아래 친환경·IT·생명공학·미디어 등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혁신 도시’의 모델로 꼽힌다.

두 사례 모두 국내에 어느 정도 알려졌으나 노동자 개인 관점에서 적절한 지원이 있었는지, 이것이 도시 전체의 위기 극복 및 혁신 전환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표 5] 산업 쇠락 및 공장 폐쇄 과정의 실업 경험자 인터뷰 대상

이에 따라 애들레이드와 말뫼, 그리고 군산에서 노동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표 5>와 같은 분석 틀을 사용했다. 이 응답을 분석함에 있어서 한국, 호주, 스웨덴의 사회안전망 차이(표 6 참고)를 반영했다.

[표 6] 한국, 호주, 스웨덴의 사회적 안전망 차이

인터뷰 결과를 보면, 한국·호주·스웨덴의 노동자들 모두 자신들이 일했던 제조업 공장의 직무에 만족했으며, 그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할 것으로 믿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일하는 동안 이직 또는 아예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거나 시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표 7] 실업 상황과 사회 안전망에 대한 인터뷰 대상자 응답

다만, 세부 응답 중에서 약간의 차이는 나타났다. 한국과 호주 노동자들은 “직무 자체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이었으나 크게 어려운 점이 없었다.”는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면 스웨덴 노동자들은 “코쿰스 조선소에서의 일이 단순 반복적이지 않았으며,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면서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는 창의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실직 상황에 대한 응답은 갈렸다. 한국 GM 군산 공장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군산 공장이 왜 문을 닫아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경영진 및 정부의 의사결정이 공정하지 못 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호주 노동자들 역시 호주 정부가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바람에 내수 시장에서 호주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하락한 것이 자동차 산업 몰락의 이유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실직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신뢰는 낮은 편이었다. 또한 홀든 GM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Paul은 단계적 인력 축소에 따라 폐쇄 시점보다 1년 먼저 해고됐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말뫼 코쿰스 노동자들은 조선소 폐쇄 상황에 대해서 불신, 억울함 등의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특히 그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John-Eric은 노동이사제에 따라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폐쇄를 막아보기 위해 정부도, 경영진도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알았으며 다른 노동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직 후 생활 안정성이 흔들렸는지 여부에 대한 응답도 상당부분 갈렸다. 군산 GM 노동자들은 인터뷰 시점(8월 말~9월 초)이 공장 폐쇄 시점(2018.5)에서 3~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이에 극심한 불안과 불안정성에 시달렸다고 답했다. 그 중 두 명(B·C)은 공장폐쇄 후 창원 GM 공장으로의 배치 노동자로 선발돼 다시 일을 시작한지 한 달 된 시점에 인터뷰를 했지만 이전에 비해 임금이 하락한 점(두 공장 간의 호봉제 차이 등 이유), 가족들을 군산에 두고 창원의 사원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심리적 불안이 있어 보였다. 4명 모두 소비를 크게 줄였으며, 자녀 진로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대해서도 이전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에 비해 호주와 스웨덴의 노동자들은 생활 안정성에는 거의 타격이 없었다고 답했다. 실업급여의 보장성이 높은 스웨덴, 고용보험 형태가 아니라 실업부조 형태로 실직자를 지원하는 호주의 사회안전망 덕분이다. 또한 두 나라 모두 직장에 속해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의료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스웨덴은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 학비까지 무료이기 때문에 실직 자체가 바로 생활수준의 하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듯했다. 호주 노동자 중 Denis는 살고 있는 실직 후, 주택의 크기를 줄여서 이사했다고 했지만 이전에 살던 거주지의 땅(필지)이 워낙 컸기 때문이고, 이사한 집 자체의 크기는 이전과 같았다고 했다.

이직과 관련한 정부 지원, 공공 자원을 경험했는지에 대해서 한국 GM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없으며, 몇몇 안내를 받았으나 실질적인 것이 없었다.”고 답했다. 실직 두 달 만에 자영업을 시작한 A는 “고용지원센터에 방문해 봤으나 창업에 대한 지원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실업급여를 포기하고 창업한 것인데 아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호주 홀든 GM 노동자들은 이직 훈련 프로그램(지원 금액 1인당 2500 호주달러, 한화 약 200만 원)을 이용할 수 있었다. 자영업을 창업한 Paul은 그에 필요한 기술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취득했다. Denis는 2018년 1년간 호주 자동차 노조(Australian Manufacturing Workers Union) 남호주 지부에서 홀든 전 동료들의 이직을 돕는 스태프로 일했기 때문에 바로 훈련 프로그램 비용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사용 권리가 남아있으며 앞으로 노조에서의 일과 비슷한 지역 활동가(Community Worker)로 일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데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무를 다루는 납품업체에서 일하다가 해고에 앞서서 위로금을 받고 희망퇴직을 한 Jim은 이직 프로그램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아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납품업체 직원들도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는 있으나, Jim은 해고자가 아닌 자발적 이직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Jim은 “해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나이가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는 먼저 나가라는 압박이 있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자발적 사직이 아니다.”면서 불만을 표했다.

말뫼 코쿰스 노동자들이 실직했던 당시에 주 정부와 말뫼 시는 ‘1대 1 맞춤형 이직 지원’과 ‘생활안정성 지원’을 했다. 코쿰스 실직자를 위해 조성된 기금도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원하기만 하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4명의 노동자들 중 실직 당시 나이가 50대 후반이었던 John-Eric은 은퇴를 선택했고, 다른 노동자들은 지역의 다른 제조업 일자리를 구해서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당시 조선소는 폐쇄됐지만 주위에 기차, 잠수함 공장 등을 비롯해 제조업 일자리들이 있었기 때문에 3명 모두 다른 산업으로의 이직까지는 고민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희망하는 정부의 역할과 지원 정책을 물었을 때, 한국 GM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군산 공장 자리에 다른 제조업을 유치해서 이전과 유사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을 강조했다. 이직 및 재훈련과 관련해서는 별로 바라는 것이 없었다. 다른 산업 및 직업으로의 이전을 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 노동자들 역시 “지역 젊은이들을 위해서 자동차 제조업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다시 이전과 같은 일자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Denis는 노조 스태프 일을 경험하고 보니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지역 활동가가 적성에 맞는다고 했고, Paul은 이직 과정에서의 상처로 인해서 다시 피고용자가 되고픈 생각이 없어졌으며 현재의 자영업(주택 해충 관리)에 만족한다고 했다. Jim은 이미 나이가 많기도 하고, 일하는 동안 점점 더 고차원적인 기계를 다뤄야 했던 과정이 힘들었고 더 이상은 적응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택시운전에 더 만족한다고 했다.

스웨덴 노동자들은 말뫼 시가 1990년대 들어서 제조업 탈피를 선언하고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데 대해서 대체로 “필요한 방향이었다.”고 동의했다. 특히 John-Eric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서 “정부는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표 8>과 같이 애들레이드와 말뫼의 정부 및 노동조합 관계자, 언론인 등도 인터뷰를 했다. 한국과 호주, 말뫼의 사회안전망, 대응 전략의 차이 등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표 8] 애들레이드, 말뫼 산업위기 대응 정책 관련 인터뷰 대상자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한 산업 및 기업에 오래 종사했던 제조업 노동자들이 전혀 다른 산업 및 직업으로 직업 전환을 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쉽지 않다. 다른 제조업 일자리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직에 걸리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주거를 비롯한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급격히 추락하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는 경우 노동자들이 자신의 실직 및 이직 상황에 대해 보다 여유를 가지고 탐색할 수 있으며 지역의 산업 변화 과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시 정부(지방 정부)는 산업 및 기업 관점보다는 노동자 개인에 대한 관점, 즉 시민들의 생활안정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고용위기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 정부는 원청·하청, 대기업·중소기업에 근무했는지에 관계없이 ‘시민’이라는 관점으로 지원 대상을 대할 수 있다. 혹은 제조업에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뿐 아니라 그 파급 효과에 따라 생계에 타격을 받은 음식숙박업 등 인접 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시 정부는 차별 없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직 훈련 및 컨설팅은 도시(시·군·자치구) 단위보다는 주정부(광역·도 단위) 단위로 시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도시 단위에는 이직 희망자가 원하는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 및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 및 직업으로의 이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 인턴 등 방식으로 일정 기간 다른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도록 하는 방식이 시각을 넓혀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공장이 폐쇄되는 등 이미 고용위기가 닥친 상황에서야 대응 전략을 세우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공장 폐쇄 결정부터 실제 폐쇄까지의 기간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노동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공장이 가동되는 중에도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부분실업급여 등의 제도를 통해서 이직 가능성을 타진하고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의 노동자 인터뷰, 그리고 이상의 시사점을 종합할 때, 고용위기 상황에서의 노동자들이 혼란을 최소화 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일자리로의 전환도 이룰 수 있으려면 <그림 2>와 같은 단계별 요건이 필요하다. 앞 단계의 요건이 갖춰져야 다음 단계가 의미가 있으며, 앞 단계가 없는데도 다음 단계의 지원을 제공해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다음 글 읽기: Part 4. 혁신 전환에 성공한 도시들

전체 포스트

보고서 소개 및 목차

Part 1. 한국 사회의 화두 ‘일자리’

Part 2. 우리 지역 고용위기 시그널

Part 3. 고용위기, 정책 대응과 실업 노동자의 경험

Part 4. 혁신 전환에 성공한 도시들

Part 5. 지역 차원 고용위기 대응 모델 제안

Part 6.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계속해서 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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