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LAB2050을 방문한 혁신가[01]
LAB2050에는 세상을 바꿀 흥미롭고도 의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LAB2050에 합류하기 전에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정말 많이 찾아 헤맸습니다. 인터뷰할 만한 분들을 찾아다니느라.. 그런데 이 곳엔 거꾸로 인터뷰할 만한 분들이 찾아오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이번주에 LAB2050을 방문한 혁신가’(이랩방)란 꼭지를 연재하려 합니다. 이 연재를 통해 LAB2050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과 세상을 바꾸려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만 안내할게요. 이 연재는 즐거운 만남을 독려하는 취지입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 사무실을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다만 방문한 모든 분들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그 주에 관심있는 주제에 따라 선별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심층 인터뷰도 아닙니다. 타이틀에 걸맞게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과 분량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이번주 ‘이랩방’의 주제는 ‘기술로 사회혁신을 실험하다’입니다. 1주일 전인 11월 16일 오전에 인도에서 온 Parag Mankeekar가 LAB2050을 찾았습니다. 그는 본래 의사였으나, 지금은 게임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보게하는 교육가이자 사회혁신가입니다. 그가 만든 게임은 Reallives이고 reallivesworld.com에 들어가서 해볼 수 있습니다.(유료이고 개인은 14.9달러, 교육기관의 경우 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상현실로 살아보는 게임은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Reallives는 실제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삶을 재구성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랜덤 모드와 선택 모드 중 고를 수 있습니다. 랜덤모드로 시작하면 어느 나라에서 어느 성별로 어느 가정에 태어날지가 무작정 정해집니다. Parag이 우리 앞에서 직접 게임을 시연해보니,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 옆의 프랑스령 작은 섬에서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선택 모드로 시작하면 ‘국가’와 ‘성별’, ‘종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족구성원, 부모의 직업과 소득, 자산 등은 또 무작위로 정해지죠. 이 게임은 현실을 기반했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학습하기에 좋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한양대의 이혜영 겸임교수(아쇼카한국 대표)가 진행하는 ‘사회혁신공감실습’이란 수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직접 수업을 참관한 김수향 아쇼카한국 디렉터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 20대 학생들을 상대로 게임 교육을 적용해보니, 타인의 삶에 훅 들어가서 깊이있게 공감하는 효과가 있었다. 게임 속에서 아프리카의 한 지역에 살아본 학생은 현지의 물 부족 문제가 삶의 위협이 된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실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운동을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LAB2050의 고동현 연구원도 주말 사이에 이 게임을 직접 해보고서 느낀 바가 많다고 합니다. 더 교육을 받고 싶어도 제약조건이 많은 경우가 많고, 저개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병에 걸려 죽을 확률도 높다고 하네요.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혁신가는 이대승 오딘네트워크 COO입니다.(공교롭게도 그 역시 안과전문의로 의사입니다) 오딘이란 회사는 더 나은 네트워크 환경을 만드는 장비와 솔루션 업체인데요. 이대승님은 스팀잇이란 블록체인 기반 블로그 서비스에서 출판, 예술지원 등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혁신가’이기도 합니다. LAB2050은 이대승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서도 우간다 사람들 30여명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우간다 프로젝트’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이대승님이 스팀잇에서 ‘보팅’이란 기능(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비슷하지만,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의 양에 따라 이자 개념으로 새로운 암호화폐가 생성된다)을 통해 하루에 2달러씩을 우간다 사람들에게 지급합니다. 30여명의 지원대상 가운데 하루에 글을 쓴 5~7명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죠. 2달러는 우간다의 소득 수준에선 하루치 급여에 해당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프로젝트를 홀로 시작해 벌써 1년째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보통 좋은 취지로 해외에 기부하려해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외송금 수수료와 구호단체의 운영비, 현물 위주의 구호방식 등의 문제로 실제 어려운 사람에게 가는 혜택이 적을거란 우려죠. 그런데 이대승님은 이 문제를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혜택을 받은 분들은 생계에 대한 걱정을 덜어내고 노트북을 사고, 대학교육을 받는 등 새로운 선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혁신적이죠? 처음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다음번에도 즐거운 만남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