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에서 , 여자의 몸을 관찰하다.

SOHYUN PARK
Life in Korea
Published in
2 min readJan 21, 2015

여자의 몸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글을 클릭한 사람은 대부분 남자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찜질방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님을 따라, 9개월 만삭인 나는 대중목욕탕을 따라 나섰다. 시어머님과 아가씨는 사우나실, 열탕, 냉탕 등 왔다갔다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나는 36도 이상의 온수에는 오래 있을 수 없는 임산부라 족욕만을 하면서 내 눈에 비친 대중 목욕탕의 다소 낯선 광경을 바라보았다.

얼굴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몸의 생김새

사람이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다른 몸의 모양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마른 몸매에 큰 가슴을 가진 여자. 또는 그 반대. 삐쩍 마른 여자. 상체는 날씬하고 하체는 풍만한 여자. 또는 그 반대. 덩치있는 몸매이나 가슴이 없는 여자. 속살이 하얀 여자의 몸.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를 상처가 많은 여자의 몸…..그리고 나이 든 갸날픈 여자의 몸까지..

시간이 빚어가는 여자의 몸.

어린 여자아이의 몸. 사춘기인 여중생의 몸. 막 꽃피기 시작하는 여인의 성숙한 몸. 엄마의 몸. 그리고 할머니의 몸. 그리고 임산부의 몸.

여자의 몸은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시어머님이 등을 ‘척’ 치시며 물 끼얹는 자리로 데리고 간다. 내 몸에 거품을 묻히시고는 사정없이 때를 밀기 시작하신다. 때가 많이 나오는지 연신 물을 끼얹으신다. 눈 앞에 세신사 아주머니가 보인다.

목욕탕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때밀이 아줌마

일명 ’때밀이 아줌마’ 만 목욕탕 내에서 속옷을 입을 수 있다. 속옷을 입고 일을 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언제봐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속옷은 보통 검정색이거나 화려한 무늬다. 절대 세트가 아닌 따로따로 속옷을 입은 세신사는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검은 속옷에 화려한 무늬가 있는 때밀이 아주머니가 가장 예뻐보였다.

이제는 슬슬 나갈 시간. 작은 수건으로 몸 앞판을 가리는 형식적인 시늉을 하며 총총 걸음으로 나선다. 이 행위는 목욕탕에서는 사춘기 아이들, 젊은 여자들만이 하는 특이한 모습이기도 하다.

얼굴만 시간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몸도.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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