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상통계(biostatistics) 관련 진로 소개 — 규제기관 인허가 통계 심사 관련 중심으로

SooYoung Kwak
Lunit Team Blog
Published in
8 min readMay 4, 2020

*한국통계학회 2020년 4월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들어가며

2015년 4월에 재직 중이던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의 임상통계 심사 업무에 대한 소개글을 썼었는데, 이번에 또 글을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부에서는 생물학, 대학원에서 생물통계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10년부터 국내에서 임상통계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CRO 통계팀의 팀원,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의 임상통계 심사관을 거쳐, 지금은 의료 영상을 통한 진단과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 Lunit의 Regulation 부서에서 임상통계학자(Biostatistician)로 일하고 있습니다.

10여년 동안, 규제기관에 제출되는 임상 자료의 통계 부분을 직접 작성하거나 규제기관(식약처)에서 인허가 승인을 위해 제출된 임상 자료의 통계 부분을 심사하는 일을 해왔고, 여러 임상통계 관련 진로 중에서도 주로 규제기관 인허가와 관련된 임상통계 진로와 업무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임상통계학(Biostatistics)이란?

임상통계학은 주로 의학, 생물과 관련된 데이터의 연구를 위한 통계 방법론을 다루는 응용 통계학(applied statistics)의 한 분야입니다. 국내에서는 보건통계, 의학통계, 생물통계라고도 부르고 해외에서는 Bio + Statistics를 합쳐 주로 Biostatistics라는 단어를 Medical statistics나 Clinical statistics라는 단어보다는 더 널리 쓰고 있습니다.

제가 미시간 보건대학원의 임상통계 전공 과정에서 배운 통계 방법론은 ANOVA, Linear regression, Linear mixed model, Survival Analysis, Categorical Data Analysis, Nonparametric method, Multivariate Analysis 등이고 이런 방법론들은 임상 연구의 결과 분석에 많이 쓰이는 것들입니다.

국내에서 임상통계와 관련된 전공은 고려대, 연세대학교 등에 개설된 의학통계학 과정이나 통계대학원에서 생물통계/임상통계 관련 분야를 연구하시는 교수님 밑에서 통계학 전공을 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임상통계 관련 직업은 관련 전공 석사는 필수로 요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통계학 학사로 임상통계 관련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임상통계 관련 진로는?

임상통계 관련 진로로는 크게 보건 분야 국가기관(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식약처, 국립 암센터, 심평원 등), 병원(큰 병원 내의 임상시험 센터, 의학통계학 교실 등), 사기업(CRO (임상시험수탁기관), 바이오/의료기기/제약회사 등)이 있습니다.

보건 분야 국가기관에서 하는 임상통계 업무는 각 기관의 성격에 따라 하는 일의 차이가 있습니다.

국립 보건원이나 국립 암센터처럼 연구를 주로 하는 기관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통계 분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식약처 심사부서(의약품/바이오/의료기기)에서 인허가 승인을 받기 위해 업체에서 제출한 임상 관련 자료(임상시험계획서, 임상결과보고서 등)의 통계 기술이 적절한 지를 심사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같은 기관이라 하더라도 식약처 심사부의 임상통계 심사관으로써 인허가 자료를 심사하는 업무와 심사부가 아닌 식약처 다른 부서의 연구원으로써 국책 과제 등을 맡아 분석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세부적으로 하는 업무는 기관과 또 기관 내 부서마다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시험 센터, 의과대학과 연계된 의학통계학 교실의 업무는 병원에서 진행되는 의학 연구와 관련된 통계 분석 업무도 있고 의료 정보 관리를 위한 포지션도 있습니다.

CRO (임상시험수탁기관), 바이오/의료기기/제약회사 등의 사기업에서도 임상통계 포지션이 있습니다.

CRO는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의 약자로, 임상시험수탁기관이라고도 부르며 제약회사 등에서 임상시험 관련 업무를 수탁받아서 하는 기관을 의미합니다. 임상시험 수행부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는데 CRO 통계팀에서는 진행된 연구에 대해 식약처 등의 규제기관에 최종 제출할 임상시험결과보고서에 반영될 통계 분석 결과 도출을 하거나 임상시험계획서의 피험자 수 산출이나 통계 방법 기술과 같이 의뢰사가 요청한 임상시험문서 작성을 하기도 합니다.

의료기기/바이오/제약회사에서는 그 회사의 임상시험 업무와 관련된 통계 업무(임상시험 디자인, 임상시험 결과의 통계 분석 및 CRO 관리 등)도 있고 R & D 부서에서 신약 개발 업무 연구와 관련된 임상통계 업무(약동/약리학 데이터 분석 등)를 하기도 합니다.

규제기관의 인허가 관련 임상통계 심사 업무란?

위에서 소개한 국내 임상통계 관련 진로 중, 규제기관 인허가 통계 심사 업무와 관련된 포지션의 비중이 높습니다.

임상 관련 대표적 규제기관(Regulatory agency)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FDA, 일본 후생성 등이 있으며 업체에서 개발한 의료기기,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심사한 후, 적합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인허가를 내주는 일을 합니다.

신약이나 예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소재를 사용한 인체 이식 의료기기처럼, 해당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한 임상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허가를 득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한 업체에서는 진행할 임상시험의 디자인 및 결과분석 방법에 대한 계획을 자세히 기록한 임상시험계획서와 임상시험을 진행한 후의 임상 시험 결과보고서를 규제기관에 임상자료로 제출합니다.

국내의 경우, 기업에서 식약처에 임상계획서를 제출하여 임상계획승인을 받은 후, 임상시험 기관에서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하여 작성된 임상자료를 다시 제출하여 허가를 득하기 위한 임상자료심사가 식약처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식약처 임상통계 심사 담당자는 업체에서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나 임상자료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목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의 통계학적 사항들에 대해 심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임상시험계획서 상의 시험대상자 수 산출, 임상시험 디자인, 유효성의 평가기준 및 해석 방법에 제시된 통계학적 사항들의 타당성에 대해 심사합니다.

기업이나 기업의 임상시험 업무를 수탁 받아 진행하는 CRO의 통계 담당자는 규제기관에 제출할 자료의 통계 관련 부분을 직접 기술하거나,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의 통계분석을 합니다. 또한 규제기관에서 제출된 자료에 대한 통계 보완 요청이 있을 경우, 대응을 하기도 합니다.

Lunit의 Regulation 부서의 Biostatistician으로 하는 일

마지막으로, 현재 제가 Lunit의 Regulation 부서에서 임상통계학자 (Biostatistician)로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Lunit은 의료 영상을 통한 진단과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흉부 X-선 영상에서 폐결절, 종괴, 경화 등으로 의심되는 이상부위를 검출하여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Lunit INSIGHT CXR 제품과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유방암으로 의심되는 이상부위를 검출하여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Lunit INSIGHT MMG 제품 등이 있습니다.

Figure 1 Lunit INSIGHT CXR2를 사용하여 병변 의심위치가 흉부 X-선 영상에 heatmap으로 표시된 사진
Figure 2 Lunit INSIGHT MMG를 사용하여 유방암 의심 이상부위가 유방촬영술 영상에 Heatmap으로 표시된 사진

Lunit의 이런 소프트웨어는 규제기관의 분류 상 SaMD(Software as Medical Device)이면서 딥러닝을 적용한AI 알고리즘으로 성능이 구현됩니다. 이런 제품은 사람에게 직접 적용되어 처치나 치료가 주된 기능인 전통적인 의료기기나 SaMD에 대한 기존 규격이나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규제기관 내에 인허가를 받은 선례도 아직 적습니다.

하지만 미국 FDA 에서 품목 심사와 관련된 여러 가이던스가 공개되어 있고, 국내 식약처에서도 민원인 안내서와 공무원 지침서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문서들이 있어 이런 문서들은 개별 규제기관의 심사기준이나 문서 제출양식 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규제기관의 이런 사항들을 숙지하는 것과 인허가를 신청하는 제품의 특성과 유효성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Biostatistician으로써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것들입니다. 인허가 업무를 위해 구성된 회사 Regulation 부서의 Biostatistician으로 저는 회사에서 진행될 임상시험계획서의 통계 관련 부분의 기술을 한다거나, 임상시험이 완료된 후, 통계 분석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국내 임상통계 진로와 그 중에서도 규제기관 인허가 심사 임상통계 업무에 초점을 맞춰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임상통계학자(Biostatistician)는 통계학을 사용하여, 여러 의료 분야의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규제기관의 인허가 심사와 관련된 임상통계 관련 포지션도 국내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분야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텐데,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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