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시대에서 구독의 시대로

Sungkyu Lee
Mediagot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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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기반 저널리즘과 구독 모델의 공존

거대한 흐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했던 저널리즘 조직의 역사는 서서히 다른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될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발 딛는 토대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입니다.

크게는 2가지 조류 때문입니다. 저널리즘 조직 안에서는 신뢰에 기반하는 맥락 저널리즘(Contextual Journalism)이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조직 밖에선 광고 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이 큰 두 개의 조류는 저널리즘 조직이 더 이상 광고에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영향력과 점유율은 가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아래 발표 문서에서도 제시되고 있지만, 2017년 기준으로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의 약 25%를 구글과 페이스북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매년 증대되고 있는 아마존의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까지 더하면 상당할 정도입니다.

2017년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의 25%는 구글과 페이스북 몫

이들 글로벌 테크 거인들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점유하게 될 비중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광고 시장과 데이터라는 기술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서입니다. 소위 프로그래머틱 바잉이라 불리는 기술 중심의 실시간 광고 교환 시스템이 디스플레이 광고의 거의 전부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eMarketer는 2020년이면 프로그래머틱 바잉이 전체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프로그래머틱 바잉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시장입니다. 그리고 정밀한 기술 기반 광고 시장입니다. 광고 수요 그룹(이를테면 언론사)과 공급 그룹(광고주)을 애드익스체인지라는 광고 거래소를 통해 매개하는 방식인데, 대규모의 참여자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낼 힘을 갖지 못하면 작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마어마한 사용자 행위 데이터를 가진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언론사가 이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맥락 저널리즘의 확산도 광고 의존성의 한계를 부추기는 움직임입니다. 핑크와 셔드슨의 연구를 보면, 1955년 이래 미국 내 주요 유력지의 첫면은 맥락 저널리즘향 스토리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팩트의 나열로 상징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첫면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반세기 동안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최근 들어 맥락 저널리즘은 더 강력한 위상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웹이라는 공간의 특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기술의 개발 등이 맥락 저널리즘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이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팩트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팩트만으로 독자들을 유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넘쳐나는 정보의 양이 팩트 중심주의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뉴스 스토리 지배력 얼마나 침식되었는가에 주의 덜 기울였다”

핑크와 셔드슨은 말합니다. “학자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객관적인 뉴스 기사의 ‘뉴스 패러다임’의 확산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전통적인 뉴스 스토리의 지배력이 얼마나 침식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훨씬 덜 주의를 기울였다”라고 말이죠.

이들이 말하는 맥락 저널리즘은 해석과 설명, 분석이 풍성하게 곁들여진 뉴스 형식을 말합니다. 관점이 묻어있고 해석이 풍부하게 곁들여져 팩트 뒤에 숨겨진 맥락을 드러내는 뉴스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엑시오스는 모바일에서 맥락 저널리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보이기도 했습니다. 2010년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팩트체크도 실은 이 맥락 저널리즘의 범주에 묶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개의 큰 조류는 오디언스 수익모델(Audience Revenue)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난 4월 개최된 인터네셔널 저널리즘 페스티벌은 ‘Reader Generated Revenue’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자주 쓰였다고 합니다. 물론 둘 다 같은 의미입니다. 광고에 기대는 수익 모델이 서서히 저물고 독자들에게 직접 수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목소리들입니다.

https://twitter.com/nickthompson/status/984466195066834944?ref_src=twsrc%5Etfw&ref_url=http%3A%2F%2Fmediati.kr%2F153%2F%25EC%258B%25A0%25EB%25A2%25B0-%25EA%25B8%25B0%25EB%25B0%2598-%25EC%25A0%2580%25EB%2584%2590%25EB%25A6%25AC%25EC%25A6%2598%25EA%25B3%25BC-%25EB%258F%2585%25EC%259E%2590-%25EC%25A7%2580%25EB%25B6%2588-%25EC%2588%2598%25EC%259D%25B5%25EB%25AA%25A8%25EB%258D%25B8

한센과 골리고스키의 보고서 ‘Audience Revenue and Engagement’는 독자 수익 모델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기부, 구독, 멤버십입니다. 이 3가지는 서로 다른 교환 및 보상체계를 갖습니다. 기부가 공동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지불의사를 의미한다면, 구독은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대한 거래와 교환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합니다. 멤버십은 멤버들과 저널리스트 간의 양방향 지식 교환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독자 지불 수익모델은 어떤 가치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냐에 따라, 그리고 가치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제공할 것이냐에 따라 수익 규모가 달라지게 됩니다.

독자 지불 수익모델이 주류가 될 즈음엔…

탈진실의 시대, 페이크 뉴스가 넘실대고, 의도된 거짓 정보들이 가상 공간을 뒤덮고 있습니다.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않고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점차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더 이상 칠 바닥조차 없는데, 신뢰를 위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신뢰를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구독이나 멤버십 같은 독자 지불 수익모델이 미디어들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때쯤, 어쩌면 이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는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적응한 레거시 미디어들도 분명 예전 못지 않은 위상을 갖추고 있을 겁니다. 어찌됐든 변화의 물결을 밀려오고 있고, 독자들에게 더 깊은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무시하고 저널리즘을 논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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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kyu Lee
Mediagotosa

MediaLab Director@Mediati /ex-ohmynews journalist, Daum 'bloggernews' editor, 'Tatter&Media' Chief Editor, Maeil Business newspaper researcher, CEO at Muz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