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kyu Lee
Mediagot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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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n readJun 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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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대화하며 성장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사회와 대화하며 성장한다. 때로는 사회와 다투기도 하고 때론 타협하면서 기술적 개선을 이뤄간다. 사회와 고립된 채 자력으로 기술이 향상되거나 사용자에게 수용되는 경우는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과 사회의 대화는 그래서 기술 진보의 필요조건이 된다. 기술이 마주하고 대화해야 할 파트너인 사회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 제도와 문화, 사회가 만들어낸 각종 인공물 등이 그것이다. 이 많은 요소들과 기술은 교류하고 통신하며 갈등하면서 그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웨이모(알파벳의 자회사)의 자율주행 택시가 진화해가는 과정을 보면, 혁신적인 기술이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성장해가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웨이모가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라는 기술은 사회제도의 안내에 따라 본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사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동차관리국은 올해 3월 자율주행차 운행규정을 공표하면서 몇 가지 안전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유사시 원격조종 및 통제가 가능한 쌍방향 통신회선을 갖출 것을 강제했고, 경찰 협조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웨이모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또 다른 기술적 개선작업을 진행했다. 경찰 협조방안을 만족시키기 위해 차량 뒤 경찰차의 경광등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차량을 안전한 곳에 정차시키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경찰관이 웨이모의 ‘탑승자 지원팀’과 교신해 도어록을 해제시키고 창문을 자동으로 개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사시 응급센터에 연락하는 시스템은 기본이다. 이 사소한 기술들 모두가 사회와의 대화 속에서 발명된 결과물이다.

사회와 충돌하고 갈등하는 영역도 있다. 이를테면 원격제어 규정이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관리센터에서 차량을 원격제어하는 기능을 여전히 두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초 캘리포니아주 자동차관리국에 제출한 운행허가 요청서에도 이 기능을 포함하지 않았다. 웨이모 쪽은 “안전상의 이유”라고 답하고 있다. 원격관리자의 제어 없이도 충분히 운행할 수 있는 역동적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운행허가를 요청한 징치라는 기업도 자율주행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탑승자가 요구할 경우, 인간의 운행 관여가 가능하도록 조치는 취해두고 있다. 하지만 탑승자가 아닌 징치의 전문 담당자에게만 이 권한을 허락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조건에서 누구에게 운전대를 맡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술과 사회가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철학자 시몽동은 “기술에 인간이란 존재는 끊임없는 발명”이라고 했다. 인간은 기술과 사회를, 기술과 기술을 발명을 매개로 대화시키고 결합시킨다. 대신 기술은 인간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사회가 발신하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의 변화에 조응하는 감수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상호작용하며 기술은 성장하고 진화한다.

곧 운행이 시작될 자율주행 택시가 10년 뒤에도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 사회 밖에 인간이 존재할 수 없듯이 기술도 사회와 고립된 채 성장해갈 수 없어서다. 사회나 문화의 개입방식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둘은 그렇게 정보를 교환할 것이고 서로를 성숙하게 이끌 것이다. 사회의 관여를 배제하는 것이 기술과 혁신을 위한 것이라는 기술 만능주의적 접근은 착각이다. 그 어떤 기술도 사회와 대화하지 않은 채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기술과 사회의 갈등과 대화를 외눈박이 눈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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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kyu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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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Lab Director@Mediati /ex-ohmynews journalist, Daum 'bloggernews' editor, 'Tatter&Media' Chief Editor, Maeil Business newspaper researcher, CEO at Muz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