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진입규제의 딜레마

Sungkyu Lee
Mediagot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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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n readOct 1, 2018

6명의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버로부터 조여오는 경쟁 압박, 수익 하락, 늘어나는 리스 비용까지 혼자 감내하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삶의 조건이었다. 뉴욕시 의회도 더 이상 방치하기는 어려웠다. 우버에 최저임금을 강제하고, 운행 대수를 제한했다. 뉴욕시가 우버 택시 운행을 허용한 지 대략 3~4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규제 논란이 뜨겁다. 카풀 서비스 플러스에 대한 규제, ‘차차 서비스’에 대한 영업 정지부터 카카오뱅크로 촉발된 은산분리 완화 등 기술혁명과 사회제도가 끊임없이 부딪히고 있다. 시민단체는 규제완화 방침에 들끓고 있고, 기술 진영은 거듭된 진입 규제로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혁신성장의 장려와 혁신의 규제가 복합적 관계 속에서 뒤섞여 모순의 충돌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무엇을 규제하고 언제,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는 제도를 통제하는 국가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특히나 그 대상이 우버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유망한 테크놀로지라면 선택은 복잡해진다. 민주주의적 합의는 시간을 요구하지만, 기술은 시간을 압박한다. 갈등국면은 첨예해지고 그 폭도 깊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규제를 해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동체의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국가적 책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필요한 건 규제 설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유연한 접근법이다. 조건 없는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기술 진영은 그 기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부풀리는 경향이 크다. 무조건적 규제를 요구하는 기존 사업자 혹은 시민단체 진영은 기술이 가져다줄 사회적 유익을 간과한다. 규제에 대한 논의가 거시적 수준에서만 맴도는 이유다.

분명한 사실은 진입 규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와 유익을 위한 혁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서다. 자칫 기존 경제적 강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부정적 효과만 키울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진입 규제에 대한 차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신규 진입 기술의 경제적 위상, 그리고 기술 수혜자를 향한 사회적 유익의 정도에 따라 다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신규 진입 기술의 행위자가 경제적 강자이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유익이 낮다면 진입 규제를 통해 공익을 관철해야 한다. 기술 행위자의 규모는 작고 사회적 유익이 큰 경우라면 굳이 진입 규제에 묶어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버처럼 경제적 강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유익이 폭넓다고 보기 어려운 기술 사업자에겐 진입 규제가 일정 수준 정당화될 수 있다. 사회적 유익을 증명하는 바에 따라 규제의 정도를 결정하면 된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그들 스스로가 경제적 강자이지만 사회적 유익이 일정 정도 증명이 됐기에 진입 규제를 그에 비례해 조정하면 될 일이다.

뉴욕시는 선 진입, 후 규제를 통해 서서히 우버를 제도의 틀 속에 묶어버렸다. 최저임금을 부과했고 운행 대수도 제한했다. 사회적 제도가 얼마든지 반응적일 수 있다는 걸 뉴욕시는 증명했다. 진입 허용이 곧 영원한 무규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시켰다. 우리도 기술의 진입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기술을 통제하는 민주적 역량을 신뢰해도 될 만큼 우리 사회도 충분히 성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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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kyu Lee
Mediagotosa

MediaLab Director@Mediati /ex-ohmynews journalist, Daum 'bloggernews' editor, 'Tatter&Media' Chief Editor, Maeil Business newspaper researcher, CEO at Muzalive.